"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김동환 2024. 10. 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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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문화공간인 목욕탕... 이곳들을 살려야 하는 이유

[김동환, 김윤아, 윤성현, 황준호 기자]

"목욕탕은 절대 없어지면 안 돼요. 때 밀러 가야 되는데…"

지난 8월 13일 보은전통시장 내 정육점 사장 김정흡씨는 "목욕탕이 없어지면 어떨 것 같나요"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답했다. 정육점 옆 식자재 마트에서도 같은 답변을 받았다. 같은 시장 내 식자재 마트를운영하는 영희(가명) 씨는 "매주 한 번은 때를 밀러 간다"며 "가까운 목욕탕이 문을 닫아 조금 먼 성심목욕탕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영희씨는 이어 "지금 읍에 있는 목욕탕 모두 휴가라 청주로 목욕 가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여전히 군민들은 하루 또는 한 주간 쌓은 일상의 피로를 풀고자 자연스럽게 목욕탕으로 향한다. 개운하게 땀을 빼고, 때를 밀기 위해 주변 목욕탕이 쉰다면 먼 곳이라도 간다.

그러나 보은군의 대중목욕탕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8월 15일 기준 전국에 영업 중인 목욕장업 수는 총 5785개다. 정점을 찍은 2003년 9919개와 비교해 목욕장업 수는 계속 감소했다. 원래부터 목욕장업 수가 적은 보은군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980년대 이후 보은군에 정식 등록된 사업장은 10개였으나, 현재는 절반으로 줄어 5곳만 남았다.
▲ 보은 목욕장업 현황 2024년 8월 15일 기준 보은군의 목욕장업 현황.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 제공
ⓒ 윤성현
목욕탕 소멸엔 인구 감소 영향 커

보은군 대중목욕탕의 폐업엔 인구 감소 영향이 크다. 올해 7월 기록된 보은군 인구는 3만727명으로 2014년부터 10년간 약 3500명 줄었다. 출생자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 생기는 인구 자연 감소 및 타지로의 유출이 그 원인이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보은군 자연 감소 인구는 월 평균 38명이다. 이동으로 인해 유출된 보은군 인구는 같은 기간 총 18명이다. 올해만 벌써 287명 감소했다.
▲ 보은군 인구 동향 2014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보은군 인구 변화 추이. 보은군청 기획감사실 제공
ⓒ 윤성현
인구 감소에도 보은군 노년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반대로 보은군 청년층(0세~39세) 인구는 지난 10년 사이 4270명 감소했다. 이제 보은군에 남은 청년층은 약 6500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자녀와 부모가 서로의 등을 밀어주던 풍경을 보는 것은 뜸해졌다. 군민들이 가족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는 일이 적어진 만큼 목욕탕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결국 청년층이 줄어들며 보은군 내 목욕탕 운영이 어려워졌다. 앞서 목욕탕 폐업에 아쉬움을 남겼던 김정흡씨는 "가족과 함께 목욕탕에 가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혼자 가거나 성당 사람들과 간다"고 말했다.

면민들에게 대중목욕탕은 너무 멀다

현재 보은군 내 대중목욕탕은 보은읍과 속리산국립공원이 있는 속리산면을 제외하면 없다. 이외 면 단위 주민들이 대중목욕탕을 이용하려면 읍내까지 이동해야 한다. 목욕시설이 전무한 수한면 주민 철국(가명)씨는 자가용을 타고 가 목욕탕을 이용한다. 그는 "내 차를 타면 목욕탕까지 10분 걸리지만 버스의 경우 배차시간은 2시간, 읍내까지 30분 정도 걸린다"며 "때문에 버스는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철국씨처럼 자가용이 있는 주민의 경우 상황이 낫다. 자가용이 없는 주민들은 목욕탕을 이용하려면 대중교통의 긴 배차 간격과 오랜 이동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 수한면에 거주하는 주민 현철(가명)씨는 "하루에 2~3번 정도 다니는 버스를 놓치면 곤란해진다"며 "읍내에서 편하게 목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년에 한두 번 정도, 동네에서 다 같이 모여야 목욕탕을 갈까 말까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은 산외면 원평리 마을회관에서 읍내에 위치한 목욕탕까지 자가용을 이용하면 20분이 걸린다. 그러나 같은 목적지로 가는 버스는 하루 4대뿐이다. 그마저도 목욕탕을 이용하려면 아침 8시~9시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이동해야 한다. 집에 돌아오는 것도 문제다. 아침 버스를 타고 목욕을 바로 한다고 해도 원평리로 갈 수 있는 버스는 하루 3대뿐이다. 만약 2시 반에 있는 버스를 놓친다면 5시 30분이나 6시가 돼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 시내버스 기준 보은 면민의 대중탕 이동 보은군 뱃들사우나에서 가장 가까운 곳과 가장 먼 면을 각각 버스로 이동했을 때 걸리는 시간과 배차간격
ⓒ 김동환
면에 공동 목욕시설이 있더라도 그들에게는 천 리 길과 같다. 특히 면 외곽 주민들은 작은목욕탕이 있는 면으로 이동하는 것조차 어렵다. 삼승면 농약사 사장 영철(가명) 씨는 "작은목욕탕이 있는 면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차를 타고 드나드는 사람들은 시설을 자주 이용한다"며 "그러나 면 외곽에 사는 사람들은 면 소재지까지 이동하는 것이 읍내로 가는 것만큼 어렵기 때문에 목욕시설을 거의 이용하지 못 한다"고 말했다.

목욕탕을 이용하는 게 어려운 상황에서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 특히 최근 보은군에 증가하는 독거노인의 경우 목욕탕 이용은 타인의 도움 없이 불가능에 가깝다. 탄부면 한 마을에 홀로 거주 중인 90대 옥성(가명)씨는 "몸이 불편한데 목욕탕까지 이동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워 목욕탕을 잘 찾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목욕탕, 마을 사람들의 쉼터

읍내와 먼 거리에 거주 중인 군민들은 목욕탕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맞춰 보은군을 비롯한 전국의 몇몇 지자체들은 '작은목욕탕' 혹은 '마을목욕탕' 등의 이름으로 면 및 마을에 목욕시설 및 찜질 시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보은군 역시 대중목욕탕이 있는 보은읍과 속리산면, 그리고 수한면을 제외한 8개 면에서 작은목욕탕 및 샤워가 가능한 찜질 시설을 운영 중이다.

현재 작은목욕탕은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쉽게 방문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삼승면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영자(가명)씨는 "집에서 씻으면 씻는 것 같지 않고 불편하다. 마을 목욕탕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 샤워장이 없는 사람도 있는데, 노인들은 하루 천 원 주거나 달에 2만 원씩 주고 부담 없이 자기 가고 싶은 데로 가서 샤워를 자주 할 수 있으니 좋다"고 말하며 면 목욕탕 시설에 만족감을 표했다.
▲ 탄부면 사직리 작은목욕탕 옆 경로당에 있는 어르신 보은군 탄부면 사직리 작은목욕탕 옆 경로당에 있는 어르신들이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 김동환
사직리에 위치한 작은목욕탕을 주로 이용한다는 한 80대 주민 김옥분씨 역시 "거의 매일 들를 정도로 작은목욕탕을 자주 이용한다"며 "혼자 집에 있으면 심심한데, 나와서 다 같이 모여서 씻으면 좀 낫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직리 주민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목욕탕에서 씻을 때 도움을 받고 있다"며 "목욕 외에도 복날같이 특별한 날에는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나와 음식도 대접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작은목욕탕은 마을 주민들에게 청결을 위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모여 교류하는 공간으로도 쓰인다.

작은목욕탕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도 한다. 회인면 송평리 주민 경자(가명)씨는 "요즘 난방비가 많이 올랐다. 작은목욕탕에서 씻으면 난방비가 절약되니 겨울철에 더 작은목욕탕에 자주 간다"고 말했다.

지원 없이 운영 어려운 작은목욕탕

탄부면 사직리에 있는 작은목욕탕은 보은군 내 유일하게 리에 위치하고 군 운영비 지원 없이 운영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집과 가깝고 저렴한 가격 때문에 마을 목욕탕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사직리 작은목욕탕은 위기에 처했다. 관리자 박광의씨는 "과거에는 마을 사람들도 목욕탕을 많이 이용했다"며 "연 3만 원의 요금으로 작은목욕탕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마을에 사람이 줄어 하루 10명에서 20명 정도만 이용한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이에 어쩔 수 없이 연 5만 원으로 이용 요금을 올렸다. 이마저도 여름철 10만 원, 겨울철 20만 원 정도 되는 운영비를 채우기에는 부족하다.

최근 고장 난 보일러 1개도 수리비 200만 원을 감당할 수 없어 방치하고 있다. 보은군의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군은 작은목욕탕 건립 비용은 지원해 줬지만 현재 목욕탕 운영 지원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박씨는 "군에서 목욕탕 수리 나온 것 외에는 없다. 나머지 부분은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 보은군 탄부면 사직리 작은목욕탕 내부 보은군 탄부면 사직리 작은목욕탕 내부에 주민들이 사용하는 양동이가 놓여 있다
ⓒ 김동환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사직리 작은목욕탕의 미래는 어둡다. 박광의씨는 "이렇게 운영하면 재정적 부담 때문에 목욕탕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 아니면 가까운 시일 내에 작은목욕탕을 접을 수도 있다"며 "과거 다른 마을에도 사직리와 비슷한 목욕탕이 있었지만, 이러한 부담 때문에 작은목욕탕을 접은 것 아니겠나"라며 우려를 표했다.

줄어드는 지역 인구, 직격타 맞은 읍내 대중탕

읍내 대중탕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전국적으로 목욕탕이 급격히 늘어난 1980년대 이후 보은군에 정식 등록된 사업장은 10개였다. 그러나 현재 운영 중인 목욕탕은 절반으로 줄었다. 사라진 다섯 군데 중 세 곳은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영업 부진으로 폐업했다.

그나마 남은 목욕탕마저 여름철엔 매년 한 달 이상 영업을 중단한다. 목욕장업 특성상 더운 여름엔 이용객이 확연히 줄기 때문이다. 20년째 보은군에서 대호사우나를 운영 중인 사장 A씨는 "여름엔 애초부터 사람이 없다. 한 달 동안 쉬곤 한다"며 "요즘 같은 시기엔 유지비 감당이 힘들다"고 말했다.

운영이 쉬운 것도 아니다. 이른 새벽부터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A 씨는 "사람이 없어도 새벽 3시에 일어나 저녁까지 있는다"며 "물이 자동으로 받아져도 직접 확인해야 해 어쩔 수없다"고 말했다.
▲ 보은군 대호사우나 보은군 보은읍 대호사우나에 여름철 불황으로 7월 한 달간 영업을 중단한다는 공지가 붙어 있다
ⓒ 김동환
목욕장업이 어려워진 주된 원인은 인구 감소다. 지역 내 사망자 수가 많고 유출 인구가 증가하면서 군 단위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목욕탕 이용객 감소가 뚜렷하다. 보은군에서 가장 오래된 성심목욕탕의 사장 김옥란씨는 1964년부터 시아버지가 운영하던 목욕탕을 인계받았다. 이제는 48년째 대를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최근 인구 감소가 크게 와닿는다"며 "명절에도 사람들이 내려오지 않아 과거 있던 명절 특수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를 이어 운영해 애착이 가다 보니 어려운 상황에도 쉽게 사업을 접기 힘들다"며 "오랫동안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을 위해 좋은 수질과 청결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지비 부담에도 지원은 없어... "홍보라도 해줬으면"

난방비 부담도 목욕탕 사장님들의 공통된 걱정거리다. 목욕장업은 5년 전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실질적인 운영이 어려웠다. 방역 규제가 완화된 2022년 말에는 국제적인 에너지 비용 급증으로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

2017년 목욕장업을 시작한 뱃들사우나 사장 B씨는 가장 큰 부담으로 전기료와 기름값을 꼽았다. 성심목욕탕 사장 김옥란씨 역시 "전기요금으로 나가는 돈이 월 900만 원 가까이 된다"며 "2000년대 초 기름값이 저렴할 때는 운영이 괜찮았다"고 말했다.
▲ 보은군 보은읍 성심사우나 입구 보은군 보은읍 성심사우나 입구
ⓒ 김동환
상황이 어렵지만 지자체 지원은 전무하다. 군에서 지원하는 사업은 대부분 면·리에 집중돼 있다. 마을 주민을 위한 공용 목욕 시설은 오히려 읍내 사업자에게 독이 됐다. 마을 단위로 목욕 시설이 생겨나며 멀리 나와 목욕탕을 이용하는 손님이 줄어든 것이다. 기타 복지 사업 역시 목욕탕 사업에 영향을 줬다. 성심목욕탕 사장 김옥란 씨는 "군에서 수영시설을 짓고 월 3만 원에 픽업 서비스 및 이용을 제공하기도 했다"며 "좋은 취지이지만 목욕탕 입장에서는 수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과거 목욕탕을 대상으로 한 지원은 코로나19에 있던 소상공인 지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아예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호사우나 사장 A씨는 "직접 재원은 어려울지라도 간접 지원을 통해 수요를 증진히는 방안을 모색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뱃들사우나 사장 B씨 역시 "군내 목욕장업이 전체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홍보라도 해주면 좋겠다"며 "목욕탕이 군민들의 쉼터 같은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목욕장업 지원 부재는 지자체 작동 방식의 허점을 비추기도 한다. 군내 소상공인 지원 업무의 경우 경제정책실에서 총괄한다. 그러나 이는 다른 부류 사업까지 포괄적으로 관할해 목욕장업의 상황을 면밀히 확인하긴 어렵다. 공중위생영업을 담당하는 환경위생과의 경우 사업 등록 및 점검 업무만을 담당한다. 사실상 업종별 문제점을 파악해 지원을 마련할 만한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
▲ 보은군 내 목욕장업 문제점 보은군 내 목욕장업의 문제점
ⓒ 김동환
모든 면 · 리에서 목욕 이용 방법 구체화해야

면·리 단위에 거주하는 보은군민의 경우 고령, 교통, 경제 등 많은 요건이 목욕탕 이용에 발목을 잡는다. 노년층은 보은군민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들에게 목욕탕은 기본적인 샤워 시설에 국한되지 않다. 그들에게 있어 목욕탕은 수다를 하며 사회적 유대감을 유지할 하는 장소다.

이런 수요를 생각했을 때, 해당 계층을 위한 지원을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2월 <경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목욕탕이 문을 닫게 되면 어르신 등 취약계층에 심각한 피해를 주게 된다. 목욕은 인간의 행복할 권리다"라며 목욕 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작은목욕탕 건립이다. 작은목욕탕은 보통 마을회관이나 면사무소에 작게 열린다. 해당 사업의 장점은 명확하다. 원도심 혹은 읍내보다 멀리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위생시설을 제공한다. 최대 왕복 2시간 이상을 이동해 대중탕으로 가는 수고를 던다. 회관과 가까운 특징을 활용해 주민들이 모인다. 그렇게 작은목욕탕은 해우소 역할도 한다.

작은목욕탕은 거동이 불편해 목욕 지원이 필요한 주민의 복지 공백을 보조하기도 한다. 보은군 내 유일하게 리 단위에 자체적으로 목욕탕을 운영하는 사직리의 한 주민은 "보통 거동이 불편한 80~90대 분들이 작은목욕탕을 거의 매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몸이 불편하신 마을 분이 목욕탕에서 같이 씻으며 서로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용이하게 씻고 계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작은목욕탕, 주의 깊은 고려도 필요

다만 원활한 작은목욕탕 운영을 위해 주도면밀한 사업 계획과 추진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조례나 운영 방안이 없을 시 혈세 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일반적으로 작은목욕탕 건립에는 1곳 당 수천만 원이 들어간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양 사업이다. 시설 운영비까지 생각하면 지자체의 부담은 커진다. 그렇다고 면마다 작은목욕탕 건립에 차이를 두면 여러 면이 한 곳의 작은목욕탕에 몰린다.

실제로 제한적인 시설 때문에 외부인이 타 마을, 목욕탕을 이용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보은군 10개 중 8개 면에서 작은목욕탕을 운영한다. 그럼에도 목욕탕 수용 인원에 한계가 있는 데다 생활권이 행정 경계를 넘나드는 시골 특성상 갈등을 피할 수 없다.

또한 불편한 목욕탕으로 이동해도 제대로 된 입욕탕 이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마을 내 목욕탕 관리가 부실해져 수질 오염 문제의 우려가 있다. 회인면 송평리에 거주하는 영수(가명)씨는 "면에 있는 작은목욕탕 시설에 온탕이 있으면 좋겠지만, 몸이 불편하신 분들 때문에 수질관리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며 면 작은목욕탕에 탕이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삼승면의 한 주민은 "우리 동네에 있는 시설이 좋다고 소문이 나 그 옆 탄부면 성지리나 옥천군 청산면에서 자꾸 이용하려고 한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장소가 좁은데 외부인 문제로 겨울에 애를 먹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남 함양군과 산청군에서도 외부인 이용으로 인한 갈등으로 목욕비를 인상했다.

사직리 내 작은목욕탕 관리자 역시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운영에 대한 어려움을 내비쳤다. 그는 "이전과 달리 우리는 적자로 고생 중이다. 다른 동네에서 요금도 안 내고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물을 튼 채로 나가거나 불도 똑바로 안 끄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 빨래까지 하는 주민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한 조치로 올해부터 사직리는 목욕탕 이용 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로 제한했다.
▲ 보은군 회인면 주민복지센터 내 목욕탕과 찜질방 보은군 회인면 주민복지센터 내 목욕탕과 찜질방 현판이 잠긴 상태로 있다
ⓒ 김동환
읍 단위 대중탕도 동시에 살리는 지원 마련 필요

면·리 단위의 목욕탕도 살리고 읍내 대중탕도 살려야 각자 윈-윈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읍내 대중탕은 여전히 유지될 실용적·문화적 가치가 높다. 읍내 주민 역시 위생 시설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보은읍 대호 목욕탕 근처에서 장사를 하는 경진(가명)씨는 "목욕탕이 어려운 게 느껴진다"며 "모두가 어려우니 지원이 좀 필요한 상황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앞서 말한 작은목욕탕은 면·리 단위 주민의 만족도가 높다. 사업이 확장될수록 해당 주민은 작은목욕탕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수록 읍내 대중탕의 사정은 역으로 악화될 수 있다. 결국 읍내 대중탕도 살리고, 작은목욕탕을 이용하기 힘든 면·리 주민의 목욕탕 이용을 지원하는 대책을 포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 여름 휴무에 들어간 뱃들사우나 여름철 목욕탕 수요 감소로 여름 휴무에 들어간 뱃들사우나 입구에 안내문이 적혀 있다
ⓒ 김동환
목욕탕 이동 서비스가 그 방안으로 제시된다. 대중목욕탕의 '이동'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보은 내 리 단위 거주 주민들의 경우 대부분 만 70세 이상을 넘긴 고령이다. 이들은 거동 자체가 불편하다. 목욕탕 방문에 더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 차량을 통해 면 소재의 샤워시설, 읍내 대중탕을 더욱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회인면 송평리 마을회관의 주민들은 "작은목욕탕이든 대중탕이든 목욕탕 이용 접근성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면 당연히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원도 양양군의 경우 대중목욕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목욕 소외계층을 줄이고 있다. 거동은 불편하나 대중목욕이 가능한 사람에게는 1인당 3인의 자원봉사자가 대중목욕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당 서비스는 월 1~2회 실시되고 있으며 매년 적극적으로 지자체에서 운영 중이다.

지원만으로는 안 된다, 읍내 대중탕 유지 방법 강구해야

이동 목욕 지원도 이용객들의 수요와 다르게 혈세 낭비 문제가 뒤따른다. 복지기관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지 않는 이상 모든 차량을 지원하기엔 지방 재정이 발목을 잡는다. 즉, 100% 실현은 어렵다. 결국 읍내 대중탕 자체의 운영을 촉진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방 소도시의 경우 생활기반시설의 폐업이 큰 타격을 부를 수 있다"며 "일상생활과 밀접한 시설의 폐업이 지역 소멸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인구 유입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은의 경우 공설 운동장에서 각종 유소년 엘리트 체육 선수들의 대회가 열린다. 이런 대회는 보통 수백 명이 보은을 찾는다. 또한 보은은 대추를 활용한 축제 등도 개최하고 있다. 유동 인구가 순간적으로 많아지는 이 기회를 활용해 지자체에서 목욕탕 등 각종 위생시설을 상세하게 안내하는 것도 방법이다.

보은읍 뱃들목욕탕 사장 B씨는 "우리가 그나마 장사가 잘될 때는 운동 대회나 축제같이 대규모 행사가 열리는 기간이다"며 "지역에서 어떤 대회를 열 때 샤워 시설 등을 알려줘 손님을 유도하게끔 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해당 방법의 실용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보은군 내 목욕장업의 문제 해결 방안 보은군 내 목욕장업의 문제 해결 방안
ⓒ 김동환
씻는 장소 그 이상의 가치, 목욕탕을 위해

전국 모든 곳에서 목욕탕은 사라져간다. 특히 충북 보은, 혹은 이와 비슷한 군 단위 지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방의 목욕탕을 비롯한 위생 시설 수요는 꾸준히 존재한다. 그러나 지역 인프라와 인구 상황은 지방 목욕탕의 쇠락을 부추긴다. 여러 가지 악재가 많은 지금이지만, 목욕탕은 그럼에도 존재해야 한다.

목욕탕은 단순히 신체를 씻는 공간 이상의 의미다. 이용객들은 몸을 씻으며 일상에서 받은 피로를 벗겨낸다.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하며 추억을 만든다. 누군가에게는 지친 일상을 벗어나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보은 대호사우나 단골 김홍찬씨는 "예전엔 목욕탕도 많고 씻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목욕탕은 휴식의 공간이다. 우리 보은에 목욕탕이 없어진다면 휴식 시간을 어디서 보내야 할지 걱정된다"며 보은군 목욕탕 쇠락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아들과 함께 같은 목욕탕을 찾은 동범(가명)씨는 매일 목욕탕을 찾을 정도로 목욕탕에 애정이 깊다. 그 역시 아들과 같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목욕탕을 꼽았다. 동범씨는 "이런 공간이 가뜩이나 없는데 더 없어지면 안 된다. 가족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목욕탕은 소중하다"며 사라져 가는 지역 목욕탕에 대한 목소리를 보냈다.

※ 본 기사는 사단법인청암송건호기념사업회에서 진행하는 2024 청암송건호 언론문화제의 예비언론인 기획취재 공모전에서 수상한 기사입니다. 이 기사의 저작권은 사단법인청암송건호기념사업회에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동환, 김윤아, 윤성현, 황준호 기자는 충남대학교 소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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