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조정은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내딛다보니 25년이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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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조정은은 눈물을 흘렸다.
올해로 6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드라큘라'의 미나는 그의 25년 배우 인생에서 중요한 변곡점을 함께한 특별한 배역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이어진 뮤지컬 '레미제라블' 한국 초연에서 판틴 역을 맡아 1년간 원캐스트로 무대에 올랐던 그는 "내 성격이 배우라는 직업과 맞지 않는 것 같다"며 6개월간 무대를 떠나 진지하게 은퇴를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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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출연한 뮤지컬 ‘드라큘라’의 미나는 연기의 재미를 알려준 특별한 역할

지난 1월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조정은은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 뒤에는 스스로에 대한 혹독한 의심과 싸워온 시간이 숨어 있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만난 그는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어 여러 번 고사했던 작품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시골에서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사는 주부와 자유로운 삶을 사는 사진작가의 운명적인 사랑과 이별을 그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여주인공 프란체스카는 그가 주로 맡아온 청순하고 단아한 역할이 아니었다. 그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온전히 납득하기 위해 치열하게 상상하고, 심지어 인공지능에게까지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며 인물의 당위성을 찾아 헤맸다. 그런 그에게 친한 공연계 관계자는 “뭘 기대했어? 그게 네 실력이야”라는 서늘한 직언을 건넸다. 그는 상처받는 대신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자’며 정면 돌파했고, 마침내 품에 안은 트로피는 그에게 “계속 무대에 서도 된다”는 용기를 안겨줬다.
2001년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태풍’으로 데뷔해 어느덧 25주년을 맞았지만, 조정은은 여전히 자신을 “자신감이 없어 늘 조심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대본을 단숨에 외우지도 못하고 모드 전환도 서툴러 한 번에 한 작품에만 매달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온전히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무대만을 신중하게 고르다 보니 또래 배우들에 비해 거쳐온 작품 수도 적은 편이다.

“예전에는 남들보다 느리고 미련하게 연습만 파고드는 제 모습이 답답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알아요. 그 조심스러운 결핍과 신중함이 오히려 저를 25년 동안 무대에 설 수 있게 해 준 힘이라는 걸요.”
올해로 6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드라큘라’의 미나는 그의 25년 배우 인생에서 중요한 변곡점을 함께한 특별한 배역이다. 바로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 은퇴를 고민하던 시기에 ‘연기의 진짜 재미’를 일깨워 줬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이어진 뮤지컬 ‘레미제라블’ 한국 초연에서 판틴 역을 맡아 1년간 원캐스트로 무대에 올랐던 그는 “내 성격이 배우라는 직업과 맞지 않는 것 같다”며 6개월간 무대를 떠나 진지하게 은퇴를 고민했다.
방황을 끝내고 2014년 ‘드라큘라’ 초연으로 복귀했을 때 그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좋은 사람이 되기보다 욕을 먹더라도 무대에서 표현해야 할 것을 당장 알아내겠다”는 각오로 연출가에게 물음표가 풀릴 때까지 집요하게 묻고 부딪혔다. 그 치열한 과정 속에서 그는 비로소 연기하는 커다란 희열을 처음으로 맛보았고, 무대를 이어갈 확신을 얻었다.

배우의 상상력으로 인물의 빈틈을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점 역시 미나의 큰 매력이다. 인과관계가 촘촘하기보다는 감정선의 생략과 도약이 많은 대본의 빈 공간을, 그는 음악의 힘과 세밀한 해석으로 메웠다. 미나가 단순히 매혹적인 뱀파이어에게 흔들린 것이 아니라, “안개가 걷혀 마음속 의문은 사라지네”라는 가사처럼 전생(엘리자베스)의 기억이 깨어나며 현실의 약혼자와 운명의 상대 사이에서 겪는 거대한 혼란이자 갈등임을 명확히 보여줬다.
조정은은 초연 이후 이번 시즌까지 총 4번 미나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지난 2023년 말부터 이어진 5번째 시즌은 ‘드라큘라’의 10주년 기념 공연이었지만, 당시 뮤지컬 ‘레미제라블’ 출연 일정이 겹쳐 함께하지 못했다. 그는 “10주년 무대를 놓쳤던 아쉬움이 컸던 만큼, 스스로 이번 6번째 시즌에 10주년의 의미를 두고 무대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네 번째로 만난 미나는 이제 그에게 ‘익숙함에서 오는 단단한 안정감’을 주는 역할이다. 처음 마주해 길을 홀로 개척해야 했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불안과 달리, 미나는 이미 걸어본 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길을 알기에 초조해하지 않고 감정의 폭과 표현을 더 여유롭고 깊이 있게 확장해 나간다.
“이렇게 25년이나 무대에 설 거라고는 계획도, 확신도 못 했어요. 그저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걷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거창한 야망은 없습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이 재미있는 일을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해나가는 것. 그것 하나면 충분합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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