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예배 때 성찬식… 청년들 축복의 시간 누렸으면”

양민경 2026. 5. 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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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사랑한 홍혜전 사진작가,
기독교 예식 전용 공간 오픈
홍혜전 작가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의 야외 스튜디오에서 미소짓고 있다. 홍 작가 제공


피사체의 이목구비와 개성을 강조한 고풍스러운 세피아(흑갈색)톤 색조, 영화 속 한 장면이나 명화 같은 배경과 구도…. ‘스타가 사랑한 포토그래퍼’ 홍혜전(53) 사진작가의 작품 특징이다. 배우 장동건·고소영과 유지태·김효진, 가수 백지영과 배우 정석원, 배우 이보영·지성 부부 등 수많은 톱스타의 결혼사진이 그의 손길을 거쳤다.

2001년부터 25년간 결혼사진 외길을 걸어온 홍 작가가 지난 1월부터 기독교 예식 전용 스몰웨딩 공간 ‘조엘하우스’를 개장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마르니나인 바이 루브르네프 스튜디오 내부에 조성된 공간이다. “결혼예배로 믿음의 가정을 꾸리길 원하는 청년을 위해 제 그간의 노하우를 활용하고 싶다”는 홍 작가를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최근 결혼예배를 앞두고 꽃장식을 마친 조엘하우스(위)와 이곳에서 결혼예배를 드리며 성찬식을 거행하는 모습. 홍 작가 제공


-‘기독교 예식’이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이유는.

“결혼사진 촬영을 오래 했고 기독교인이다 보니 예전부터 결혼예배에 관한 관심은 있었다. 스튜디오를 채플 웨딩 공간으로 꾸미기로 한 결정적 계기는 교회 청년들이 제공했다. 일전에 서울 서초구 온누리교회 청년부 멘토로 봉사했는데 당시 결혼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교회에서 결혼하기 참 어렵다’고 하더라. 대형교회라 교역자마저 출석교회에서 결혼예식을 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결국 호텔이나 컨벤션센터에서 해야 하는데 이들 장소에선 시간 제약으로 쫓기듯 결혼예배를 마무리하는 경우를 꽤 자주 접했다. 믿음의 가정을 꾸리는 신성한 예식인 만큼 여유 있게 축복의 시간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간을 마련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어 비용이 꽤 들 듯한데.

“조엘하우스를 찾는 이들에겐 애초 ‘강남 가격’을 받을 생각이 없다. 청년부 멘토 때 집값과 예식비 때문에 결혼을 고민하는 청춘을 워낙 많이 봐서다. 기독 예식 전문 컨설팅업체에 연락해서 일반 교회 예식 평균 비용을 확인하고 식대나 꽃장식 등을 이에 맞췄다. 저는 비주얼 디렉터로서 오랜 기간 합을 맞춰온, 실력이 보장된 분들과 함께 예식을 준비한다. 개척교회 목회자나 선교사 자녀 등 열악한 형편 가운데 결혼을 준비하는 분들은 특별가를 제시하려 한다.”

-결혼예배에 성찬식을 제안하는 게 생소하다.

“제 결혼예배 때 성찬식을 했다. 초신자였지만 주례를 맡은 목사님이 성찬식을 집례하던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결혼예배도 엄연히 예배 아닌가. 그 안에서 성찬식도 진행할 수 있도록 시간을 3시간 정도로 넉넉히 제공하고 있다.

성찬식과 함께 강력히 추천하는 게 결혼예비학교다. 저는 독실한 신앙인인 남편의 전도로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했는데 그 덕분에 결혼 전 교회 2곳에서 결혼예비학교를 수료했다(웃음). 둘 다 16주 과정이었다. 요즘은 기간이 많이 줄어들어 하루짜리 강좌도 생겼다더라. 행복을 위해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부부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를 수료할 것을 적극 권유한다.”

-현재 몇 커플이 이곳에서 식을 올렸나.

“지금껏 세 커플이 결혼예배를 드렸다. 대부분 스튜디오 인스타그램에 올린 공고를 보고 찾아온 분들이다.”

-다 기독교인인가.

“그렇진 않다.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채플 웨딩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문을 열어두고 있다. 결혼 준비를 하다 보면 예비부부와 지속해서 연락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예식 자체보다 중요한 건 믿음의 가정을 꾸리는 것’이라고 당부한다. 이들의 신앙과 2세를 위해 틈날 때마다 기도도 한다.

실제로 최근 교회를 다니다 떠난 ‘가나안 성도’ 신부를 만났는데 늦은 결혼을 한 그의 자녀를 위해 새벽예배를 다니며 간절히 기도했다. 얼마 전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영감의 원천은 하나님

미대 진학을 준비하다 어머니 제안으로 18세 때 사진에 입문한 그는 1세대 여류 사진작가 박영숙에게 사사하며 사진작가의 꿈을 키웠다. 대학에서 광고 사진을 전공하고 대형 광고회사에도 몸담았지만 여자에겐 카메라를 맡기지 않던 당시 관행에 좌절해 퇴직 후 호주로 떠났다. 영어 연수를 하며 사진작가로도 활동하던 중 현지 웨딩 스튜디오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귀국 후엔 결혼사진으로 전향했다.

홍 작가가 ‘톱스타 전담 결혼사진 작가’로 대중에게 각인된 건 2010년부터다. ‘세기의 결혼’으로 불린 장동건·고소영 부부의 결혼사진이 세간에 회자되면서 그의 명성이 높아졌고 그를 찾는 스타들도 덩달아 늘었다. 2016년엔 그간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인 결혼사진 10선을 엄선해 실은 ‘결혼사진 작품론’이란 석사 논문도 제출했다.

-그간 촬영한 결혼사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뭔가.

“장동건·고소영 부부를 촬영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제 포트폴리오를 본 고소영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가 결혼사진 촬영자로 저를 낙점했다. 이미 정해진 작가가 있었는데 촬영일 3일 전 바뀐 거였다. 유럽 왕실 결혼식에 영감을 얻어 촬영한 이 작품이 국내외에 알려지면서 이후 여러 일감이 쏟아졌다.

홍혜전 작가가 수많은 유명인의 결혼사진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은 작품 2선. 장동건·고소영(위)과 백지영·정석원 부부. 홍 작가 제공


그다음 기억에 남는 건 가수 백지영 부부의 결혼사진이다. 아픔을 딛고 결혼이란 인생 2막을 여는 신부에게 소중한 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한 유명 호텔 결혼식장을 대관해 ‘시크릿 가든(비밀의 정원)’ 콘셉트로 촬영했는데 이 작품으로 업계의 호평을 받아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사진영상학과 겸임교수를 맡았다. 매출도 이때 가장 높았던 거로 기억한다.”

-각 사람에게 맞는 고유한 콘셉트가 톱스타를 사로잡은 비결일까.

“콘셉트를 정하고 촬영할 각 장면을 그려 스토리보드에 구현한다. 이를 엮어 일관된 이야기를 선보이니 ‘홍혜전 작품엔 스토리텔링이 있다’는 평이 나왔다. 그렇지만 모든 게 하나님 덕이다. 영감을 주시는 건 하나님이니까.”

-지나친 겸양 표현 아닌가.

“빈말이 아니다. 결혼식 당일 사진 촬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날씨다. 특히 야외 결혼식이면 더욱 그렇다. 보안을 중시하는 톱스타들이 선호하는 호텔 예식장이 있는데 여기가 야외 예식장이라 비가 오면 진행할 수 없다. 하루 대관료가 큰 만큼 날씨가 관건이다. 그러나 10여년간 이곳에서 촬영하며 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일이 없었다. ‘날씨로 역사하는 하나님’을 마주할 때마다 경외감이 든다.”

-선뜻 믿기 어려운 분들도 적잖을 듯하다.

“저 역시 경험할 때마다 놀라운 건 마찬가지다. 사실 2010년 장동건·고소영 부부 결혼사진을 찍고 슬럼프가 왔다. 일각에서 ‘수억을 주고 유명인 섭외했다’는 말이 돌아서다. 이때 정말 간절하게 기도했다. ‘주님께서 다시 제게 실력 발휘할 기회를 주시면 평생 전도자의 삶 살겠다’고. 그 후 여러 스타의 결혼사진을 찍으며 돈으로 기회를 샀다는 오명을 벗을 수 있었다.

그날의 서원대로 살라고, 믿지 않는 이들에게 하나님에 대해 말할 기회를 주려고 주님께서 날씨 등에서 놀라운 일을 보여주는 것 같다. 38살쯤 하나님께 기도하며 약속한 것도 있다. ‘그간 저를 위해 살았으니 50세 이후엔 주님을 위해 일하겠다’고 했었다. 돌이켜 보면 이 기도 때문에 기독 청년을 위한 채플 웨딩을 시작한 게 아닐까 싶다.”

수많은 유명인과의 인연, 자신의 업적보다 기도와 전도 이야기를 할 때 눈이 더 빛나는 그는 천생 전도자 같았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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