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재명 퇴진" 첫눈파vs봄꽃파...이낙연계 "NY 보러 방미"

김준영 2022. 11. 2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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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올 때냐, 봄꽃 필 때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자, 민주당내에선 서서히 ‘타이밍’을 따져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 대표 퇴진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타이밍이다.

특히 이낙연계(NY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 대표와 맞붙었던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6월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 채 1년간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한국 정치에 거리를 뒀지만, 최근 NY계 의원들이 이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계파 갈등을 피하기 위해 지난 6월 지방선거 직후 친목 모임(대산회)도 해체했던 이들은, 다음 달 미국으로 가 이 전 대표를 만날 계획이다. 설훈ㆍ윤영찬 의원 등 NY계 주요 의원들이 갈 예정이다. 설 의원은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가까웠던 의원들끼리 한번 얼굴이나 보자는 차원에서 가는 것”이라며 “이 전 대표는 내년 3~4월쯤에 귀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내년 6월 귀국이지만, 시기가 봄으로 앞당겨진 것이다. 설 의원은 다만 이 전 대표의 향후 역할에 대해선 “논의된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첫눈파와 봄꽃파…이낙연은 눈 내릴 때 뭉치고, 내년 봄 귀국


①첫눈파=이미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정점에 다다랐다고 보는 측에선 이 대표 거취에 대한 압박 시기를 당장 이번 겨울로 보고 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간 상황에서 이 대표도 연내에 강제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첫눈파’의 판단이다.

지난 대선과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와 맞붙었던 박용진 의원은 2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이 이 대표와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간의) 직접적인 관계를 증명해내지 못한 상태에서 연기만 피우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이 대표를 옹호하는 스탠스지만, 이 대표 측에선 “그간 침묵하던 박 의원이 수사와 관련해 이 대표의 이름을 꺼낸 것 자체가 미묘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 의원 측 관계자도 “박 의원은 현재 당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첫눈이 내릴 때쯤 입을 열지 않겠나”고 말했다.

정진상 민주당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경제 파탄에도 힘든 국민들께서 열심히 생활하시는데 저의 일로 염려를 끼쳐 미안할 따름″이라며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친문계 핵심인 홍영표ㆍ전해철 의원 주변에서도 “입을 열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의 친문 재선 의원은 “눈이 내릴 때쯤 이 대표도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그러면 친문의 구심점들도 저마다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와 겨룬 한 중진 의원도 “지금 검찰 수사 속도로 봤을 때, 이 대표의 리더십은 이미 붕괴 중인 상태”라며 “12월 중에 이 대표 퇴진 분위기가 조성되고 연말 내에 퇴진 작업이 모두 정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②봄꽃파=조금 더 신중한 주자들은 내년 봄에 꽃 필 때를 보고 있다. 당이 힘든 상황에서 이 대표를 비판하기 보단, 일단 대여 투쟁에 힘을 합치며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여론의 질타로 더이상 버틸수 없는 지경이 될 경우, 당내엔 비상대책위원장 등 수습형 리더십에 대한 필요성이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당내에선 현재 당 단일대오에 집중하는 이들을 ‘봄꽃파’로 보고 있다. 지난 9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 요구 범국민 서명운동’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던 강훈식 의원이 대표적인 ‘봄꽃파’로 거론된다. 강 의원이 대표를 맡은 당내 최대 모임 ‘더좋은미래’ 소속 한 의원도 “이 대표는 민주당의 중요한 자산인 만큼, 지금은 내홍을 일으키기보단 함께 방어해야 할 때”라며 “그래야 당이 진짜 위기일 때 힘을 합쳐 출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7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미국으로 출국 전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총서 반발한 NY계 홍기원이 시그널?


한편 이 대표에 대항하는 흐름이 이미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 16일 당 의원총회에서 NY계 홍기원 의원이 당 지도부에 공개 반발한 게 단순 해프닝이 아니란 것이다. 당시 박찬대 최고위원 등 친명계 지도부가 이 대표 측근 의혹에 대한 반론을 책자로 나눠주며 설명하자, 홍 의원은 “우리가 왜 이런 교육을 들어야 하냐”고 소리쳤다.

복수의 의원들에 따르면, 당시 홍 의원의 말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맞다. 당이 우리 과외 시키는 거냐” 등 불만이 분출됐다. 결국 박홍근 원내대표가 단상에 올라 “환기 차원에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발표하는 건진 저도 몰랐다”며 수습에 나설 정도였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 재선 의원은 “당시 홍 의원 발언에 ‘드디어 터질 게 터졌구나’라고 느낀 의원들이 많았다”며 “당시 의총이 끝난 후 의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홍 의원의 용기를 칭찬했다”고 전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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