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739억 상속녀" 사기범, 집에 갇힌채 연예계 데뷔하는 사연
가짜 상속녀가 본격 연예계 데뷔를 앞두고 있다. 수백억 원대 재산을 상속받을 것처럼 행세하며 미국 뉴욕 상류층을 뒤흔든 러시아계 독일인 애나 소로킨(32) 얘기다. 지난해 자신을 모델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애나 만들기’ 덕에 수억 원을 번 그가 이젠 리얼리티 방송에 출연까지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소로킨이 집에 유명인사를 초대해 저녁 식사를 하는 형식의 쇼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로킨이 공개한 가제는 ‘델비의 디너 클럽’으로, 사기 행각 당시 사용한 가짜 이름에서 따왔다. 제작사 버터넛은 “소로킨의 과거 범죄 행각과 사회적 재기 등을 존경받을 만한 인사들과 논의하는 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ABC의 간판 진행자 지미 키멀(56)이 만든 휠하우스 엔터테인먼트도 제작에 참여한다.
소로킨이 섭외하고 싶다고 밝힌 인사 명단은 화려하다. 쿠바 출신의 미 국토안보부 장관인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와 가수 마돈나,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등이다. 소로킨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기 혐의로 가택 연금 중인 암호 화폐 거래소 FTX의 CEO 샘 뱅크먼-프리드도 꼽았다. 그는 “누군가를 알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식사하는 것”이라며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 그 배후에 숨겨진 진짜 델비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쇼의 배경을 자신의 집으로 한 건, 소로킨이 현재 가택연금 상태이기 때문이다. 2019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소로킨은 최소 4년~최장 1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모범수로 인정돼 2021년 2월 석방됐지만, 비자 체류 기간 만료 문제로 1년 동안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구금됐다. 지난해 미 법원은 1만 달러(약 1231만 원)의 보석금과 가택 연금, 인스타그램·트위터·틱톡 등 소셜미디어 접속 금지 등을 조건으로 그를 석방했다.
NYT 등에 따르면, 안나 소로킨은 91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트럭 운전사의 딸로 태어났다.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16세 되던 해 가족과 독일로 이주했고 영국 미술학교인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잠깐 공부했다. 사기 유혹에 빠진 건, 프랑스 패션 잡지 ‘퍼플(Purple)’에서 인턴십을 하던 중 패션위크 참석차 뉴욕에 들르면서였다. 향후 재판에서 “뉴욕에선 프랑스에서보다 친구를 사귀기 더 쉬웠다”던 그는 실제로 ‘애나 델비’란 가명을 쓰며 패션·예술·IT 업계 유명 인사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았다. 자신이 약 6000만 달러(약 738억 6600만 원)의 재산을 상속받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명품 옷, 호화 숙소 등을 소셜 미디어에 자랑했고, 순식간에 인플루언서로 떠올랐다.
미 CBS가 공개한 뉴욕주법원의 판결문에는 그의 사기 수법이 자세히 담겼다. 그는 2016년 예술 사교 모임 ‘애나 델비 재단’을 세우겠다며 서류를 위조하고 은행에서 2200만 달러(약 270억 8420만 원)를 대출받으려고 시도했고, 2017~2018년엔 맨해튼의 고급 호텔들에서 무전 취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친구에게 호화 파티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등 그의 사기에 따른 총 피해액은 27만 5000달러(3억 3855만 원)로 추정됐다.
하지만 나락에 빠진 그를 구한 것은 그의 비현실적인 사기 행각이었다. 2021년 NYT는 소로킨이 자신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제작하게 해주는 조건으로 넷플릭스로부터 32만 달러(약 3억 9395만 원)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대부분 사기 피해액 배상과 세금, 법률 수수료 지불 등에 사용됐다”고 전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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