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돈 받았죠?’ 뉴욕시장, 부패 수사 받고 기소
‘치안 강화’ 외치고 당선됐지만
부패 혐의로 낙마 위기
세계의 수도로 불리는 미국 뉴욕시의 에릭 애덤스 시장이 연방 범죄 혐의로 기소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역대 두 번째 흑인 시장이자 경찰 출신으로 뉴욕 치안 개선을 공약하며 큰 기대를 받았던 그는 ‘부패 스캔들’로 낙마 위기에 처했다. 당내에서 사퇴 여론이 분출하고 있지만 그는 날조된 혐의라며 시장직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애덤스 시장은 25일(현지시간) 연방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현직 뉴욕시장이 연방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 경찰 출신인 애덤스 시장은 가상화폐 육성, 범죄 억제 등 공약을 내걸고 2021년 뉴욕시장으로 당선됐다. 임기는 2022년부터 1월부터 4년이다.
애덤스 시장과 측근·기부자 등은 최근 몇 달 동안 튀르키예 정부로부터 받은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구체적으로 수사 당국은 애덤스 시장이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튀르키예 영사관 개관을 서두르도록 소방 당국을 압박했는지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애덤스 시장이 튀르키예 정부가 일부 지분을 가진 터키항공에서 값비싼 항공편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았다.
또한 튀르키예 외에도 이스라엘, 중국, 카타르, 한국, 우즈베키스탄 등 5개국과 애덤스 시장이 접촉한 기록에 대해서도 검찰이 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이 구체적으로 이를 찾는 이유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았다.
2021년 시작된 수사는 지난해 11월 연방수사국(FBI)이 애덤스 시장의 측근이자 직전 시장 선거에서 자금 모금을 담당했던 브리아나 석스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알려졌다. 이후 시장을 비롯해 경찰국장, 1부시장, 교육감, 수석 고문 등의 휴대전화가 압수되는 등 수사 범위가 뉴욕시 정부 전반으로 확대됐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들이 불법 정치자금 건과 관련이 있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시 정부의 고위 공무원들 다수가 연방 수사에 연루됐다는 것만으로 애덤스 시장에겐 큰 타격이 됐다. 결국 경찰국장, 수석법률고문, 보건국장, 교육감 등이 줄줄이 사직했다.
애덤스 시장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시장직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상 성명을 통해 “거짓말에 근거한 완전한 날조다. 뉴욕 시민을 위해 내 입장을 고수한다면 표적이 되리라는 것을 항상 알고 있었고 표적이 됐다”며 “혼신을 다해 불의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그가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분출하고 있다. 당내 대표적인 스타 의원이자 뉴욕 내 지역구를 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은 “(수사받는) 애덤스 시장이 어떻게 뉴욕시를 통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도시를 위해 그는 사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콧 스트링어 전 뉴욕시 감사원장, 브랜드 랜더 현 뉴욕시 감사원장 등 뉴욕 지역 정치인들도 애덤스 시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가 애덤스 시장을 해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절차가 상대적으로 복잡하다. 주지사가 시장을 해임하기 위해선 최대 30일의 정직 기간 이후 변론 기회를 줘야 한다. 뉴욕주지사가 이같은 권한을 행사한 것은 1931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주지사 시절 지미 워커 뉴욕시장에게 사용한 것이 마지막이다.
사임이나 해임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내년에 열릴 뉴욕시장 예비선거에서 타격은 불기피할 전망이다. 애덤스 시장의 지지율은 1996년 이후 취임한 뉴욕시장 중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좋지 않은 상태다. 부패스캔들까지 겹쳐 예비선거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뉴욕시장이 대규모 스캔들이 연루된 것은 1986년 에드 카치가 마지막이다. 당시 3개 시 기관의 수장이 기소되는 와중에 카치 시장은 혐의를 받진 않았지만 1989년 4선 도전에 실패했다. NYT는 “애덤스 시장이 기소된 지금 재선을 향한 그의 길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월세대란’ 주범… 아르헨, 임대차법 폐지 ‘시장 활기’
- “전봇대가 성냥개비처럼” 허리케인 할퀸 美…41명 사망
- “살인마 운영 식당”…순천 여고생 살해범 신상 퍼졌다
- “헤즈볼라 수장 죽었나”…본부에 공습 퍼부은 이스라엘
- 1억원대 ‘트럼프 시계’… 대선 앞두고 또 돈벌이 하나
- 마약동아리, 대학 밖에도 퍼졌다… 대형병원 의사는 투약 후 7명 수술
- ‘전기차 캐즘’ 폭탄에 SK온 출범 첫 희망퇴직·무급휴직
- “나는 아동납치범이 아닙니다”… 아동반환청구 소송 급증
- “지금이 어떤 시댄데…” 野 대형마트 휴업 규제강화 ‘한숨’
- ‘민희진 갈등’ 안갯속… 뉴진스, 하이브 실적서 지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