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군 창설일과 겹친 추석, 명절에 이런 얘기 어떠세요?
[서부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추석 연휴인 15일 서울 은평구 장애아동거주시설인 다움장애아동지원센터를 방문해 보조 교사와 함께 아이들이 그림책에 색연필로 색칠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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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 뭐니 해도 김건희 여사의 '광폭 행보'가 맨 앞자리일 테다.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개의치 않는 행보가 연일 화제다. 우리 현대사에서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영부인이 있었던가.
한 지인은 가족과 친지들에게 김건희 여사에 대한 '함구령'을 내렸다고 했다. 이번 명절 연휴엔 서로 김건희의 김자도 꺼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단다. 가족들 모두의 '정신 건강'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웃어 보였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도 꺼내면 벌금을 물리겠다는 황당한 규칙까지 정했단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 내외분 이야기를 금기시하는 현실이 참으로 그로테스크하다.
▲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2023.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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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공무원들과 공공기관, 대기업 직원들만 쉬게 될 거라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국군장병의 훈련을 하루 빼주면 사기가 올라간다는 인식도 황당하지만, 주말과 이어진 연휴도 아니고 주중 하루를 쉴 뿐인데 소비 진작을 호언하는 정부의 발표가 놀라울 따름이다. 임시 공휴일을 지정하면 온 국민이 좋아할 거라는 '1차원적 사고'다.
임시 공휴일이라는 대통령의 '깜짝 선물'에 교육부는 본의 아니게 바빠졌다. 대개 10월 초는 학교마다 중간고사를 치르는 시기여서다. 국군의 날인 10월 1일 당일에 시험 일정이 잡힌 학교에서는 앞으로 당기거나 뒤로 미뤄야 하는 등 혼선이 불가피하다. 시험을 대비하는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건 당연지사다.
시험 기간을 비롯한 모든 학사일정은 교육과정을 반영해 학년 초에 수립된다. 당일의 일정을 예측할 수 있어야 수업에 차질을 빚지 않게 된다. 수업 등의 교과 활동과 다양한 비교과 활동은 예측 가능성과 연계성이 생명이다. 하물며, 사실상 대학 입시의 당락을 결정하는 시험 일정이 갑작스럽게 변동된다는 건 치명적일 수 있다.
교육부는 부랴부랴 일선 학교에 공문을 내려보냈다. 국군의 날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시험 일정과 체험학습 계획이 변경된 경우를 파악하겠다는 거다. 이미 언론에 대서특필된 마당에 그 수가 많다고 한들 임시 공휴일 지정을 취소할 수도 없을 테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학교마다의 학사일정을 사전에 전수조사한 뒤 임시 공휴일 지정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 실질적 효과와 기회비용 등을 철저히 따지고,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뒤 발표하는 게 순리다. 지난 2년 반 동안 익히 봐왔듯이, 일단 저질러놓고 수습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는 건 현 정부의 전가의 보도다.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건 장관을 비롯한 교육부 관료들이다. 대통령의 즉흥적인 결정에 대해 사전에 학교 교육의 파행이 불가피하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어야 옳다. 이제야 공문을 내려 전수조사하겠다는 행태는 사후약방문과 다를 바 없다.
국군의 날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되레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여론이 더 나빠진 모양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휴일이 늘었다고 흔쾌해하는 사람이 없다. 학교에선 생각지도 못했던 업무가 생겼다며 볼멘소리하고, 당장 맞벌이 가정에서는 자녀를 하루 맡길 곳을 찾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당일 가두 행진을 준비해야 하는 국군장병들도 썩 내켜 할 것 같지 않다.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제대군인 취·창업 박람회를 방문한 뒤 6·25전쟁 참전국 기념비를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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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날은 지난 1991년 쉬는 날이 너무 많아 경제성장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한글날과 함께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공휴일이 아니면 기념일의 취지가 잊히는 건 인지상정이다. 지난 2012년 공휴일로 재지정된 한글날이 10월 9일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심지어 왜 10월 9일로 정해졌는지 그 이유까지 술술 읊어댈 정도다.
국군의 날이 왜 10월 1일로 정해졌는지 아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나라의 법정 기념일 중에 지정 이유가 가장 황당할뿐더러 아예 취지와 상반된 날로 여기고 있다. 10월 1일은 1950년 9월 15일 인천 상륙 작전이 감행되고 서울을 수복한 후, 북진하며 육군 제1군단이 38도선을 넘은 날이다.
당시 제1군단을 이끈 인물은 악질 친일파로 손꼽히는 김백일이었다. 그는 만주에서 항일 독립군을 토벌하던 간도특설대의 중대장으로서 일제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자다. 해방 후 친일 행적을 감추기 위해 개명할 만큼 파렴치했던 그는 6.25 전쟁의 공적으로 순식간에 친일반민족행위자에서 애국자로 돌변했다. 육군사관학교 교정엔 그의 동상까지 세워졌다.
10월 1일이 국군의 날로 적절치 않다는 건, 악질 친일파가 연루됐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6.25 전쟁 중 38도선 돌파가 대한민국 국군을 대표할 만큼 중요한 역사적 사건인지 되물을 때도 됐다. 그것은 우리 국군의 위상을 넘어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기 때문이다. 국군의 날 지정은 우리 국군의 뿌리 찾기의 일환이어야 한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온 국민이 애송하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의 첫 구절이다. 1948년 제헌 헌법 제정 당시부터 지금까지 일점일획도 손대지 못한 추상과 같은 선언이다. 우리 정부의 법통이 대한민국임시정부에 있다면, 우리 국군의 뿌리는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창설한 한국광복군에 두어야 옳다. 곧, 국군의 날을 한국광복군의 창설일로 삼는 건 당연하고도 마땅한 일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추석은 9월 17일, 한국광복군이 창설된 날과 겹친다. 한국광복군은 1940년 9월 17일,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머물던 중국 충칭에서 창설되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주석 김구가 총사령으로 지청천, 참모장으로 이범석을 임명하며 개최한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 전례식'을 기점으로 삼고 있다.
이번 명절 연휴 때 가족들끼리 국군의 날의 유래와 한국광복군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한국광복군 창설일과 겹친 올해 추석,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국군의 날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를 준 셈이어서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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