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통신] 젠지와 김정수의 스위스 스테이지 복기

윤민섭 2024. 10. 9. 05: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젠지 김정수 감독이 스위스 스테이지를 전승으로 통과한 소감을 밝혔다. 경기 감각 저하,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전 데이터 등 혹시 모를 걱정거리는 모조리 해소한 뒤에야 베를린을 떠나겠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젠지는 지난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LoL 월드 챔피언십 스위스 스테이지를 3일 만에 3전 전승으로 통과했다. 1라운드에서 웨이보 게이밍(WBG)을 꺾은 이들은 뒤이어 TOP e스포츠(TES), 한화생명e스포츠까지 잡아내면서 파리행을 확정 지었다.

8일 베를린 시내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 그의 표정은 무대 위에서보다 한결 밝아 보였다. 그는 “우리 팀의 전력이라면 당연히 스위스 스테이지를 통과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전승 통과까지는 고려해보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둬 기분이 좋다”며 밝게 웃었다.

무엇보다도 선수단의 체력 안배 시간을 벌어 만족스럽다. 김 감독은 “선수단에게 ‘스위스 스테이지 통과 전에는 잠자는 시간 말고는 다 스크림을 하겠다’고 얘기했고, 실제로 선수단이 수면 시간과 촬영 시간을 제외하곤 쭉 연습실에만 있었다”면서 “여전히 스크림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이제 예전보다는 여유 있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즈는 1달여간 열리는 긴 호흡의 대회다. 그가 선수단의 체력과 컨디션 조절에 유독 공을 들이는 이유다. 김 감독은 “토너먼트 스테이지는 다전제다. 다전제에서 잘하기 위해선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자기 관리는 게임단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결국 선수 자신이 직접 해야 한다. 충분히 잠을 자고,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3승0패를 거뒀지만 팀의 목표인 우승을 위해선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고 느낀 스위스 스테이지였다. 무엇보다도 이번 대회의 핵심인 라인 스와프 전략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체감했다. 김 감독은 “젠지가 라인 스와프를 잘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이브를 하거나 받아낼 때 예전만큼 매끄럽지 못했다”면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만족스럽게 느낀 점도 있다. 선수단의 소통 방식과 분위기다. 그는 “선수단이 조합의 시너지, 연계 방식에 대해 쉬지 않고 토론하고 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토론의 과정이 만족스럽고 보기 좋다”며 “스위스 스테이지 통과 후 팀 분위기도 좋은 편이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제 김 감독의 고심거리는 선수단의 실전 감각 유지 방안, 스크림과 실전의 미묘한 차이 때문에 벌어지는 틈새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젠지는 앞으로 일주일 넘게 경기를 치르지 않는다. 그는 “4~5일 정도 휴식 기간은 좋다. 하지만 그 이상을 쉬면 불안요소도 생긴다”면서 “스크림만 해서는 이 전략이 연습이어서 통하는 건지, 대회에서도 통하는 건지 검증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확실히 알아내기 위해서는 팀이 하나 되어 챔피언의 티어를 정리하고, 다른 팀들의 경기를 참고해야 한다”면서 “실제로 다른 팀들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그들의 전략을 연습 시간에 따라 해보기도 하고 있다. 상대 생각을 읽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잔여 경기를 지켜보면서 전략을 더 준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강팀의 밴픽은 늘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는다. 젠지 역시 WBG전에서 럼블·마오카이·스몰더로 상체를 구성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전부 너프를 당한 챔피언이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첫 경기였던 만큼 우리만의 메타 해석을 이용해 조합을 구성했다. 3개 챔피언이 전부 너프를 당한 건 알고 있었지만, 너프를 당했기 때문에 그 조합을 구성할 수 있겠다고 우리는 연습을 통해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모두 지난 버전에서 블루 1픽으로 가져가도 이상하지 않았던 챔피언들이다. 너프 이후 티어가 조금씩은 내려갔지만, 여전히 강력하다고 젠지 선수단과 코치진은 결론을 냈던 셈이다. 김 감독은 “밴픽 당시 선수들이 ‘너프 챔피언 3개 고르면 감독님 욕먹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면서 “첫 경기인 만큼 소신껏 해보고, 우리가 틀렸다 싶으면 빠르게 수정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스위스 스테이지의 메타 해석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한다. 그가 불과 며칠 전 경기의 밴픽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다. (김 감독은 전략 노출의 가능성이 있는 내용은 오프더레코드로도 밝히지 않았다.)

스몰더는 이번 패치 버전에서 너프 직격탄을 맞았음에도 여러 팀이 높은 티어의 챔피언으로 분류하고 있다. 몇몇 팀이 썼을 때를 제외하곤 승률이 높지 않아서 ‘강팀의 특권’으로도 평가받는다. 일각에서는 스몰더가 2018년 김 감독이 인빅터스 게이밍(IG)를 월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시절의 정글 카밀과 비슷하다고도 말한다. 그때 카밀 역시 IG와 ‘닝’ 가오 전닝만의 특권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생각은 달랐다. 그는 “2018년 당시에는 IG 선수단도 카밀이 안 좋다는 걸 알았지만, ‘루키’ 송의진의 갈리오와 연계하는 등의 방식으로 챔피언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올해 스몰더는 그 정도로 안 좋은 챔피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초중반에 약해서 오브젝트 주도권을 내주는 단점이 분명히 있지만 못 쓸 정도의 챔피언이 아니다”라면서 “실제로 스크림에서도 많은 팀이 쓰고 있고 실전에서도 고르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나올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토너먼트 스테이지부터 그가 신경 쓰고자 하는 건 선수단의 평정심 유지다. 그간 월즈에서 쓴맛도 단맛도 보면서 생긴 김 감독만의 철학이다. 그는 “월즈처럼 큰 무대에서는 선수단이 세트패만 당해도 큰 압박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평소처럼 차분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챔피언도 흥분해서 고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났을 때 선수단이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게끔 리프레시를 도와주는 게 코치진의 중요한 역할이다. 경기 피드백에만 휴식 시간을 전부 할애하면 선수는 화가 난다. 어떤 선수든 자기 실수만 15분 내내 보여주면 흥분할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엔 제대로 밴픽 회의도 못 해보고 다음 세트에 나서기도 한다. 코치진은 정말 중요한 부분만 콕 집어서 피드백하고, 누구보다 냉정하게 다음 세트를 준비해야 한다.”

“코치진은 모든 경기를 보면서 메타의 핵심을 파악하는 게 1순위 임무다.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컨디션 관리도 잘해야 한다. 선수단의 동기부여를 돕고, 이들이 대회를 잘 마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줘야 한다. 권영재 코치도, 조세형 코치도 유능하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지금까지 잘해줬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이번 대회에서 젠지가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젠지와 김 감독은 11월까지 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그리고 웃는 얼굴로 유럽을 떠날 수 있을까. 김 감독은 “팬분들이 무엇을 우려하시는지 잘 알고 있다. 저희에게 무엇을 기대하시는지도 잘 알고 있다”면서 “남은 경기들을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상 보내주시는 응원에 감사드린다. 보답하기 위해 기필코 좋은 성적을 내서 웃는 얼굴로 한국에 돌아가겠다”고 덧붙였다.

베를린=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