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이노베이션 투자가 결실을… 유한양행의 ‘제2 렉라자’는?

전종보 기자 2024. 10. 18. 17: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약사 프로파일] 유한양행​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은 4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연 매출 1조원, 2조원은 물론이고, 3조원, 4조원을 바라보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사가 개발한 ‘국산 신약’은 어느덧 30여개에 달하며, 신약 FDA 허가, 수조원대 기술 수출 등을 통해 세계무대서도 입지를 다져가는 중입니다. ‘제약사 프로파일’에서는 이들 제약사를 하나씩 선정해, 그들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유한양행 제공
올 한해 국내 제약업계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약을 꼽으라면 단연 ‘렉라자’라고 할 수 있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는 올해 국내 제약사 항암제 최초로 FDA 허가를 획득했다. 얀센 항암제 ‘리브리반트’와 함께 병용요법으로 허가받았다곤 해도, 두 항암제 중 하나를 국내사가 개발했다는 것은 분명한 성과다. 이제 시선은 ‘넥스트 렉라자’로 쏠린다.

◇기업 이익 사회에 환원… 지금까지 전문경영인 체제 지속
1920년대 우리나라 서민들의 삶은 그야말로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궁핍한 형편으로 인해 끼니를 제대로 해결 못하는 이가 대다수였고, 제대로 된 약이 없어 가벼운 병에도 노인이나 어린 아이들이 목숨을 잃기 일쑤였다. 1926년 미국에서 성공한 청년사업가로 돌아온 유일한 박사가 20여년 만에 마주한 고국의 모습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유 박사는 ‘건강한 국민만이 교육도 받을 수 있고, 나라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그 해 12월 제약회사 ‘유한양행’을 설립했다.

유일한 박사의 기업 운영 목적은 개인의 부가 아닌, 사회 환원에 있었다.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순간까지 그 신념을 지켰다. 1936년 개인기업을 법인으로 바꿨으며, 1962년에는 제약업계 최초로 주식을 상장하며 자본과 경영을 분리했다. 1969년 사장직에서 물러나며 자녀가 아닌 회사 임원에게 사장직을 물려주고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유한양행은 현재까지도 창업주 일가가 회사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고 있다.

유한양행 창업주 故 유일한 박사 / 유한양행 제공
◇‘안티푸라민’부터 ‘렉라자’까지… 끊임없는 연구개발 투자
유한양행은 창업 후 지금까지 다양한 약들을 선보였다. ‘안티푸라민’ 연고가 그 시작이었다. 안티푸라민은 1933년 출시된 유한양행의 자체 개발 1호 의약품으로, 9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양한 제형으로 출시·판매되고 있다. 이후로도 유한양행은 비타민 제품 ‘삐콤씨’, ‘유한비타민씨’와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 ‘트라젠타’, 고혈압 치료제 ‘트윈스타’, 호흡기치료제 ‘코푸시럽’ 등과 같은 약들을 출시했다.

유한양행은 제품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했다. 최근 5년 동안(2018~2022년) 연구개발에 사용한 비용이 8200억원 이상이며, 올해 역시 상반기까지 매출의 10%가 넘는 1048억원을 R&D에 썼다.

대규모 투자는 조금씩 성과로 이어졌다. 2018년 7월 ‘YH14618’를 시작으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YH25448’,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 ‘BI3006337’, 위장관 운동장애 치료제 ‘YH12852’ 등을 연달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했다. 이를 통해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천억원을 수령했다.

2015년 이정희 전 대표이사는 ‘신약개발 구조 확립’을 내걸며 연구개발 인재 영입과 함께 오픈이노베이션을 본격적으로 도입·시행했다. 그해 7월 제노스코로부터 전임상 단계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 도입했는데, 그 약이 바로 ‘레이저티닙(렉라자의 성분명)’이다. 유한양행은 2018년 다국적 제약사 얀센에 1조6800억원 규모로 렉라자를 다시 기술 수출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해 8월 얀센 항암제 리브리반트와 렉라자의 병용요법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가 확인된 국소 진행성,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국산 항암제가 FDA 허가 문턱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면역항암제, 알레르기치료제… ‘제2 렉라자’는?
현재 유한양행은 ‘제2 렉라자’ 발굴에 한창이다. 앞서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이을 약으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YH32367’과 알레르기 치료제 후보물질 ‘YH35324’ 등을 꼽았다. YH32367은 유한양행과 에이비엘바이오가 공동 개발 중인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 기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로, 한국과 호주에서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HER2 발현 종양세포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T 면역세포 활성 수용체인 4-1BB를 자극함으로써 면역세포의 항암작용을 증가시키고 종양 특이적 면역 활성을 높인다. 동시에 종양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이중항체다.

YH35324 또한 유한양행이 국내 바이오 기업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기술도입한 후보물질이다. 알레르기 증상을 개선하는 기전을 가진 물질로, 현재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초 미국 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AAAAI)에서 발표한 임상 1a상 파트B 결과에 따르면, 기존 치료제인 오말리주맙 대비 더 강하고 지속적인 IgE(면역그로불린E) 억제 활성을 보였다.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긴 하나, 신약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유한양행은 여러 자회사를 통해 다방면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 중이다. ▲유한화학(원료의약품 연구개발) ▲유한메디카(건강기능식품·영양제) ▲와이즈메디 (수액용주사제) ▲유한건강생활(화장품) ▲이뮨온시아(면역항암제 개발) 등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성우전자와 손잡고 의료·미용기기 시장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유한양행 제공
◇올해 ‘매출 2조’ 유력… “2026년 4조 목표”
유한양행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8600억원, 영업이익 58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렉라자 FDA 허가에 따른 로열티, 마일스톤을 기반으로 연 매출 2조원을 기대하고 있다. 앞서 유한양행은 마일스톤 6000만달러(한화 약 804억 원)를 수령할 예정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로열티는 렉라자 현지 매출의 10~15%로, 1000억원~3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기존에 판매 중인 일반의약품·전문의약품의 고른 성장세도 매출 증가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일반의약품 중에는 소염진통제 ‘안티푸라민’이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증가한 18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유산균 ‘엘레나’ 또한 매출(142억원)이 20%가량 확대됐다. 전문의약품 부문에서는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이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3.5% 증가한 51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고혈압 치료제 ‘트윈스타(483억원, 17% 증가)’, 호흡기치료제 ‘코푸시럽(232억원, 70% 증가)’ 등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올해 매출 2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며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6년에 연 매출 4조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50대 제약사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