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토가 1년 반 만에 400배 성장한 이유

‘따로 또 같이’. 요즘 세태를 한 눈에 보여주는 말입니다. 개인 영역에 대한 존중이 절실하면서도 안전한 소통을 원하죠. 학연-지연-혈연처럼 끈끈한 관계보다 취향으로 뭉친 느슨한 공동체가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기자는 독서 커뮤니티 ‘트레바리’와 취향 기반 대화 커뮤니티 ‘남의집’을 취재하고 경험해 봤는데요. 완전히 다른 환경에 놓인 사람들과 ‘여행’이나 ‘평등’처럼 뾰족한 주제로 대화를 해보니 생소하면서도 반가웠습니다. 관계의 지속성을 고려하면 쉽게 풀어 놓지 못할 사유도 기꺼이 꺼낼 수 있었죠.

여러 커뮤니티 서비스는 ‘오프라인’에 주력합니다. 면대면으로 교감할 때에 진정성 있는 관계가 형성된다고 믿어서죠. 2017년 ‘소셜 살롱’을 기치로 삼고 태어난 ‘문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공간 거점 문토 라운지를 마련해 오프라인 정기 모임을 꾸려갔죠. 전문가 오퍼레이터를 중심으로 요리, 클래식 등 관심사를 전문적으로 배우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기 전까지는요.


온라인으로의 전환

2020년 초 문토는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으로 인해 오프라인 모임을 두 달 가까이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운영이 불투명했지만 문토는 ‘온라인’에서 해답을 찾습니다. 마침 매 해 두 배 가까이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주제의 모임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온라인 전환을 모색했죠.

이듬해 1월 문토는 어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며 새 시작을 알립니다. 취향이 맞는 사람끼리 모임, 일명 ‘소셜링’을 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서비스. 기존에는 오프라인에서만 모였다면 온라인 전용 모임도 생겨났습니다. 전체 모임의 10%(2022년 9월 기준)를 차지합니다. 소셜미디어처럼 관심사 정보를 공유하고 탐색할 수 있는 ‘라운지’도 온라인 전환의 주요 기능입니다.

온·오프라인 경계없이 만남을 이어갈 수 있게 도운 덕에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출시 초 31개에 불과했던 신규 모임 오픈 수는 지난 8월 1만 4000여 개를 기록했죠. 재출시 1년 반 만에 400배 가까이 늘어났죠. 누적 회원 가입 수도 31만 6000여 명입니다.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만큼 친밀감을 다지기가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화면 너머에 ‘누가’ 있는지 모르기에 불안 요소도 있고요. 대다수 커뮤니티 서비스가 여전히 오프라인에 방점을 찍는 이유입니다.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만들기 어려워서죠. 문토는 월간 이용자 수(MAU) 13만 명(2022년 8월 기준)을 기록하며 활성화를 끌어냅니다. 오프라인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들이 난관에 빠져있던 요즘, 문토가 ‘다시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요?

안전한 거리감

먼저, 모임을 열 수 있는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기존엔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유료 모임이 대다수였습니다. 이젠 일상적인 주제로 ‘누구나’ 모임을 열 수 있게 됐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지나가다 마주친 ‘길냥이’ 사진을 공유하는 ‘앗! 고양이 발견!’ 모임도 나온 배경입니다.​

가장 인기 있는 주제는 영감을 나누거나 혼자 하기 어려운 도전을 함께 하는 것입니다. 인기 방송 프로그램 ‘환승연애2’를 같이 보거나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하고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입니다. ‘힙플레이스’ 리스트를 쌓고 함께 찾아가는 등 온라인에서 정보를 먼저 공유한 후 오프라인으로까지 경험을 확장하기도 하죠.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한 것도 온라인 활성화의 이유입니다. 기자도 여러 커뮤니티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낯선’ 이와의 만남에서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는데요. 문토는 철저한 시스템을 구축해 안심시킵니다. 멤버가 각자 취향과 이력을 반영해 개인 프로필을 구성하게 한 것인데요. 소셜미디어에서처럼 다른 멤버의 프로필과 피드를 확인하고 소통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이외에도 만나는 멤버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모임 형태인 ‘승인제’와 만난 멤버에 대한 후기를 남기는 ‘멤버 평가 제도’를 운영합니다. 이미리 문토 대표는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신뢰를 논하기는 어렵다”면서 “신뢰 구축을 가장 목표로 삼은 이유다”고 강조합니다.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접목한 것도 한몫합니다. 채팅 기능을 통해 개인 연락처를 주고 받지 않아도 앱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데요. 전체 활성 유저의 24%가 문토 채팅을 이용하며 온라인에서도 관심사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취향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가 올라오는 라운지에는 일 평균 200개 이상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1600개의 좋아요 수가 발생합니다.

공간의 경계를 넘는 소통

문토의 기존 수익 모델은 유료 모임 운영 수수료 20%를 받는 구조였습니다. 당시 모든 모임이 유료로 진행됐기에 가능했죠. 일상적인 주제로 확장하고 온라인 모임이 늘면서 무료 모임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수익 모델 다각화를 꾀해야 했죠.

여러 브랜드와의 제휴 및 협업에서 해답을 찾습니다. 올 여름 레포츠 소셜링을 진행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쏘카 1일 이용권을 지원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캠핑/글랭핑 소셜링을 열면 CJ 쿡킷 밀키트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널디, 닥터지 등 MZ세대 사이 인기있는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갑니다.

“사람들은 각자 관심사를 중심으로 보다 개인화 되는 동시에 외로워지고 있습니다.”
이미리 문토 대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33.4%였습니다. 이 비중은 점차 높아져 2050년까지 39.6%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죠. 소통으로 느슨한 연대를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서비스에 사람들이 점차 몰리는 까닭입니다. 물론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친구’로 명명되는 관계에 부담을 느끼곤 하죠.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경험하고 대화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필요로 할 뿐입니다. ‘독서’라는 뾰족한 주제에서 지적 자극을 느끼기도 남의 ‘집’에 초대받는 특별한 경험을 누리기도 합니다.

문토는 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연함에 방점을 찍고자 합니다. 이 대표는 “메타버스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일상이 된 알파세대가 곧 성인이 된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연결하는 커뮤니티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강조합니다. ‘어디’서 만난 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경험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제작 조지윤
사진 문토
geor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