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이름보다 먼저 얼굴이 기억나던 배우가 있었습니다.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동시에 지녔던 배우, 정선경입니다.
1994년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로 정식 데뷔한 그녀는, 극 중 주인공 이름을 예명으로 삼을 만큼 이 작품에 인생을 걸었습니다.
신선한 마스크와 분위기 있는 이미지로 단숨에 주목받았고,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춘사영화제, 대종상까지 주요 영화제의 신인상을 휩쓸며 충무로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는데요.

이어 ‘개같은 날의 오후’, ‘돈을 갖고 튀어라’, 드라마 ‘장희빈’까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톱스타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당시 정선경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세 편이 각기 다른 방송사에서 일주일 안에 방영될 정도였다고 하니, 그녀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죠.
하지만 연이은 영화 실패로 흐름이 꺾이며 활동 무대는 자연스럽게 드라마로 옮겨집니다.

그리고 오히려 그 선택이 배우로서의 전환점이 됩니다.
‘파랑새는 있다’, ‘사랑과 성공’, ‘국희’, ‘좋은 걸 어떡해’, ‘명성황후’ 등에서 감춰져 있던 안정감과 깊이를 드러내며 ‘트렌디한 스타’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로의 변화를 이뤄냅니다.
조금 늦은 호평이었지만, 그만큼 더 단단해진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2007년, 그녀는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소식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바로 “결혼 계획 없다”고 말했던 그녀가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일본 오사카에서 결혼식을 올린 거였죠.
그 사실을 당시 소속사조차도 뒤늦게 알았고 가까운 지인들조차 몰랐을 만큼, 정말 조용한 결혼이었어요.

남편은 한국 대중문화를 전혀 접해본 적 없던 일본 현지의 회사원.
시댁 역시 오사카에 터를 잡고 있었기에, 그녀는 말없이 일본으로 떠나 신혼살림을 시작합니다.

결혼은 극비리에 진행됐고, 남편의 얼굴도 공개되지 않아 당시엔 '혼자 결혼한 것 아니냐'는 농담이 돌기도 했습니다.
이후 방송에서 그녀는 “남편은 굉장히 가정적인 사람”이라며 직접 출연해 소문을 잠재웠고, 현재는 남편의 발령으로 싱가포르에 거주하며 두 딸과 함께 조용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해요.

한편, 2002년부터는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사회복지대학원에도 진학했죠.
매년 장애 인식 개선 드라마에 출연해 전국 초중고에 배포되는 교육자료 제작에 힘을 보탰습니다.
그 진정성 있는 활동으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대통령 표창까지 받게 되죠.

2020년 이후 방송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정선경은 그렇게 또 다른 무대에서 조용히, 따뜻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고 있습니다.
그녀의 앞으로의 이야기도,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