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독자 시점> 이민호가 말한 다음 이야기를 꼭 봐야 할 이유

이민호 (사진: MYM엔터테인먼트)

10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민호는 감회보다 긴장감을 먼저 꺼냈다. “평가가 명확하잖아요. 긴장 잘 안 하는 편인데 이번엔 좀 되네요” 배우 이민호가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관객과 마주했다. 방대한 세계관과 거대한 스케일, 그리고 판타지 장르 속에서 그는 불멸을 사는 남자 ‘유중혁’을 연기했다. 그러나 이민호가 바라본 유중혁은 단순한 판타지 히어로가 아니었다.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사람 같았어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었어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민호는 유중혁이라는 인물에 대한 철저한 해석을 이어갔다. 겉보기에 냉정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보이지만, 이민호는 그 이면에 있는 질문과 기다림을 주목했다. “영화만 보면 염세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상황에서 계속 미션을 해나가고 있어요. 어쩌면 희망 같은 걸 기다리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고 느꼈어요”

<전지적 독자 시점>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유중혁은 일종의 시스템 안에 갇힌 인물이다. 수없이 죽음을 반복하고, 무의미한 회기를 거듭하지만, 그는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이유로 살아간다. 이민호는 유중혁의 그런 점에 이끌렸다. “결과가 비극일지라도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저도 그런 사람이고 싶었어요”

유중혁의 말수가 적은 설정도 배우로서 고민을 불러일으켰다. “보통 주인공은 서사와 감정이 잘 드러나잖아요. 그런데 유중혁은 그 과정들이 다 생략돼 있어요. 그 생략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채워야 할지가 저에겐 가장 큰 숙제였어요”

그는 유중혁과 김독자(안효섭)가 가진 가치 충돌이 작품의 중요한 축이라고 말했다. “유중혁은 효율과 합리를 택하는 사람이고, 김독자는 함께 가자는 희망을 고집하는 인물이죠. 유중혁은 그걸 시험하는 거예요. 정말 끝까지 함께 가자는 마음이 진심인지”

불멸의 삶을 연기하며 인간성이 상실되는 과정도 고려했는지를 묻자, 이민호는 “경험이 기준이 되는 순간, 내 안의 세계에 갇힐 수 있다는 걸 경계해요. 그런데 유중혁은 원치 않아도 계속 경험하게 되잖아요. 그게 그를 효율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으로 몰고 갔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촬영 당시 CG 장면이 많은 것도 도전이었다. 동호대교 위 블루스크린 장면은 가장 인상 깊었다고. “결국 시각효과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더라고요. 그 장면에서 독자와 마주 보는 순간이 제일 좋았어요”

무엇보다 그는 연기를 통해 ‘사람’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20대에 큰 사랑을 받아봤기 때문에 알아요.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더라고요. 사람이 사람으로 인해 더 강해질 수 있고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 그는 '연대'를 이야기했다. “개인화되고 고립되는 시대에 사람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빛난다는 걸 말하고 있는 작품이에요. 실제로 이 세계관의 스트리밍 방송 설정도 지금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고요. 그래서인지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어쩌다 인간들이 이렇게 됐을까’예요. 앞으로 그 질문을 하게 될 요소들이 더 많은 시대로 가고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팬들의 반응이 주는 성취감도 크다고 했다. “오랜 시간 일하다 보니 아주 다양한 팬들의 이야기를 듣게 돼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사람이구나, 위안을 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싶어서 저도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져요”

자신의 과거 영상이 밈이 되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긍정적이었다. “가장 비극적인 순간을 희극화할 수 있는 게 밈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많이 남기고 싶어요” (웃음)

이민호는 자신을 ‘열린 상태’라고 표현했다. “20대는 관망했고, 지금은 경험의 시기예요. 더 많은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고,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선 좋은 인간이 돼야 한다는 게 제 전제예요”

향후 계획을 묻자, 그는 허진호 감독의 신작 <암살자들>에서 기자 역할로 출연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언젠가 진짜 ‘처절한 액션’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삶과 몸짓이 함께 가는, <피키 블라인더스> 같은 작품이요. 지금은 자전거 타며 자연 속에서 힐링하고 있어요. 유튜브도 하루에 5~6시간씩 보고요. 시대를 관찰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민호는 자신이 맡은 유중혁이라는 인물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아직 다 남아 있다고 믿었다. “아직 독자를 구한 적이 없잖아요. 멋있어질 지점은 이제 시작이에요. 이 작품이 하나로 끝나면 아쉽겠지만,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면 왜 이 시점에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실 거예요”

<전지적 독자 시점>의 여정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그의 말은, 배우로서의 이민호 역시 지금이 출발점임을 시사한다.

전지적 독자 시점
감독
출연
지수,권은성,박호산,최영준,정다정,조성희,싱숑
평점

글 ·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사진 · MYM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