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84제곱미터> 강하늘, "저 같으면 이사 갑니다. 아파트 안 사요"

강하늘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는 그야말로 ‘극현실주의 스릴러’다. 층간 소음, 코인 투자, 한계 상황에 몰린 인물. 현실의 한 조각을 비튼 듯한 서사는 ‘나 같아도 저랬겠다’는 몰입을 유도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배우 강하늘이 있다. 착하고 밝은 얼굴, 하지만 그 이면의 복잡한 감정을 깊이 있게 담아내는 배우. “찢긴 청춘의 얼굴”, “지친 사회인의 상징”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강하늘이 이번엔 ‘노우성’이라는 인물로 돌아왔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영화 속 인물과는 또 다른, 여유롭고 유쾌한 모습이었다.

“이번 작품도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었어요. 그런데 좀 특이했어요. 설명이 거의 없이, 마치 촬영용 대본처럼 스피디하게 쓰여 있었거든요. 마치 감독님의 연출이 고스란히 보이는 느낌이랄까”

<84제곱미터>

실제로 강하늘은 “<카우보이 비밥> 같은 작품을 보면 인서트로 감정을 표현하고 긴장감도 이끌어내는데 이번 작품 대본이 그런 식으로 되어 있어서 재미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여백이 많은 대본 덕에 배우로서의 상상력이 더 발휘되기도 했고, 감독의 디테일한 요구가 이어지며 그 상상은 현실감으로 구체화됐다.

“예를 들어 손끝에서 땀 한 방울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인서트를 찍기도 했어요” “땀이 분장이니까 자꾸 마르잖아요. 그걸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물을 살짝 뿌려가며 촬영했어요. 땀이 말라서 생기는 소금기까지 분장으로 만들어 찍었고요. 전 과정이 진짜 디테일했어요”

그런 디테일 속에서 우성이란 인물을 연기해야 했지만, 그는 자신과 전혀 다른 성향의 캐릭터였다고 한다.

“저는 뭔가에 올인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하나에 영혼까지 쏟아붓고 매달리는 우성이와는 기질 자체가 달라요. 그래서 공감은 안 됐지만, 상황은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우성과 비슷한 기질을 가진 친구들이 주변에 있어서 그 친구들 생각하면서 연기하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우성이라는 인물이 강하늘의 얼굴과 맞아떨어졌던 이유는, 감독이 그에게서 ‘찌든 얼굴’과 ‘밝은 얼굴’의 이중성을 동시에 봤기 때문이 아닐까. 강하늘은 “처음엔 감독님이 그렇게 생각하셨다는 걸 제작발표회 때 알았다”며 웃었다.

“제가 봐온 제 얼굴이라 잘 모르겠는데, 늘 뭔가 우울한 느낌의 역할이 많긴 했던 것 같아요. 그냥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런 얼굴인가 보다” (웃음)

강하늘은 ‘청춘의 얼굴’로도 자주 불린다. 영화 <동주>의 윤동주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용식까지. 매번 다른 이름을 달고 나타났지만, 결국엔 현실을 살아가는 청춘의 복합적인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근데 전 솔직히 ‘청춘을 대변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건 좀 주제넘은 것 같거든요. 연기할 때 제 욕심은 딱 하나예요. ‘어디선가 저런 사람 진짜 있을 것 같다’는 말 듣는 거. 누군가를 대변하겠다는 건 제가 그 삶을 다 살아보지 못한 이상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태도는 강하늘이 현장에서 보여주는 에너지와도 맞닿아 있다. 감독은 그를 “현장을 환하게 만드는 에너지의 사람”이라고 평했고, 실제로 그는 “나는 완전 극I(아이) 성향”이라면서도 “현장은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는 철학을 드러냈다.

“저는 어떤 작품이 흥했는지, 관객 수가 얼마였는지 그런 건 전혀 기억이 안 나요. 대신 촬영할 때 웃겼던 장면, 분위기 좋은 현장은 기억에 오래 남아요. 흥행은 제가 선택할 수 없는 거지만, 오늘 하루를 즐겁게 만드는 건 제가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장면은 코인 투자 시퀀스였다. 미세한 감정 조율과 시각 효과가 어우러진 이 장면은, 웃기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블랙 코미디의 톤을 지향했다.

“감독님과 엄청 회의했어요. 감정의 세기와 각도, 뉘앙스를 계속 조율하면서 정말 치열하게 찍었죠. 그래도 결과적으로 우리가 원한 그림이 잘 나와서 다행이에요”

극 후반, 강하늘이 연기한 우성이 지은 미묘한 웃음은 많은 해석을 낳고 있다. 그는 그 장면을 이렇게 설명했다.

“여러 버전 찍었어요. 가만히 있는 거, 우는 거, 웃는 거. 감독님이 후반 편집에서 층간 소음을 입히셨더라고요. 저는 그걸 시사회 때 처음 봤어요. 제 해석은 그래요. 결국 이 세계는 끝나지 않고 돌고 돈다. 현실처럼 계속 이어진다. 아파트가 무너지는 식의 허구가 아니라, 실제와 닮은 결말을 택한 거죠”

그는 평소 “아파트를 안 산다”고 말할 정도로, 공간에 대한 본인의 기준도 명확했다. 우성처럼 사적인 공간이 침해받는 상황에선 “바로 이사 가겠다”고 잘라 말했다. “월세라도 살아보고, 아니다 싶으면 옮기면 되는 거죠. 미리 조사했어야죠, 우성이는 좀 섣불렀던 것 같아요”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연기 외적으로는 “연기 말고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없다”며 다만 “성우 역할에 특별출연 정도로 한번 나서보고 싶다”는 귀여운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가 말하는 연기의 목표는 단순했지만 더없이 진지했다.

“연기자는 관객에게 대본을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처음이자 끝이죠”

84제곱미터
감독
출연
평점

글 ·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사진 ·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