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격 방패' 급한 독일, 이스라엘 애로3 택하자..미국 딴지 왜 [Focus 인사이드]

최현호 2022. 9.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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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자 러시아의 위협을 애써 무시하면서 군축에 물들어 있던 유럽 각국이 군비 증강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이 가운데 독일의 변화가 제일 크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2월 말 국방 정책의 전환을 선언하고 1000억 유로(약 1130억 달러)의 방위 기금을 책정하기로 했고, 나토 핵 공유 프로그램을 위해 미국제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결정했다.

2019년 7월 알래스카에서 시험 발사에 성공한 애로 3. 사진 IAI



유럽 미사일 방어망 주도하려는 독일

독일의 변화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 도입에서도 드러났다. 독일은 지난해까지 운용 중이던 미국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대체할 TLVS라는 프로그램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3월 드론 방어에 집중하기 위해 패트리어트를 개량하고 TLVS를 보류하기로 했는데, 전쟁으로 계획을 전면 수정한 것이다.

9월 초, 전 독일 공군 사령관은 미국 국방 매체와 인터뷰에서 독일 정부가 8월 말 정부 회의를 통해 이스라엘에서 애로 3 미사일 방어 시스템 도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독일의 애로 3 도입 검토는 올해 3월 알려지기 시작했다.

애로 3 시스템의 탐지 센서인 그린파인 레이더. 사진 IAI


전 독일 공군 사령관은 독일의 방공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단거리 방공, 패트리어트 미사일 시스템의 현대화가 아니라 탄도미사일 방어라고 강조했다. 독일이 탄도미사일 방어에 관심을 가진 것은 베를린과 불과 500㎞ 떨어진 거리에 있는 러시아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 때문이다.

칼리닌그라드에는 사거리 500㎞의 이스칸데르-M 단거리탄도미사일로 무장한 러시아 해군 미사일 여단이 주둔하고 있다. 칼리닌그라드는 남쪽으로 폴란드, 동쪽과 북쪽은 리투아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이들 국가들에게 위협이다.

독일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위협을 강조하면서 유럽에서 자신들이 주도하는 방어망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9월 말, 숄츠 총리는 체코 프라하의 한 대학에서 EU를 위한 대공방어망에 대한 독일의 비전을 밝혔다.

독일 관계자들은 에어버스의 공대지 작전 센터 전투 관리 시스템과 연계한 저고도ㆍ중고도ㆍ고고도에서의 위협에 대한 다양한 대응책을 가진 ‘독일의 방패(German Shield)’ 개념을 설명했다. 하지만, 독일 업체들이 가지지 못한 대응책이 외기권 요격 시스템이고, 그것을 충족하기 위해 이스라엘에서 애로 3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독일이 선택한 애로 3

독일은 미국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와 이스라엘제 애로 3를 검토한 끝에 애로 3를 선택했다고 한다. 애로 3는 이스라엘이 대기권 밖에서 적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 정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개발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이스라엘의 IAI와 미국의 보잉이 공동 개발했다. 고도 100㎞이상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으며, 최대 사거리는 2400㎞에 이른다.

목표 탐지를 위해 우리나라도 도입한 그린파인 레이더, 개량형 슈퍼 그린파인 레이더, 미국이 사드에 사용하는 AN/TPY-2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애로 3 개발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미국은 2019년 1월에는 이스라엘에서, 2019년 7월에는 미국 알래스카에서 표적 미사일 요격 시험에 성공했다.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 배치된 이스칸데르-M 단거리탄도미사일. 사진 로소보로넥스포르트


독일은 슈퍼 그린파인 레이더를 세 곳에 배치하고, 미사일 발사대도 분산할 예정이다. 발사 지휘 통제는 유뎀에 있는 국가 지휘소에서 이루어진다. 슈퍼 그린파인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약 900㎞에 이르기 때문에 독일에 배치하면 폴란드ㆍ루마니아ㆍ발트 3까지 커버할 수 있다. 이들 국가들은 미사일만 도입하면, 독일이 제공한 정보로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이 독일의 구상이다.


미국 침묵의 의미는

하지만, 애로 3 해외 판매에 있어 이스라엘과 함께 권한을 쥔 미국이 아직까지 허가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유럽을 방어하기 위해 EPAA라 불리는 미사일 방어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하고 있다.

이 계획의 핵심은 루마니아 남부 데베셀루와 폴란드 북부 레드지코보에 설치되는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이다. 루마니아 기지는 이미 가동에 들어갔고, 폴란드 기지는 예정보다 늦어졌지만, 2023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폴란드 기지는 칼리닌그라드까지 200㎞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 기지에서 SM-3나 SM-6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충분히 방어가 가능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유럽 탄도미사일 방어망 계획. 출처 RFA


하지만, 미국의 애로 3 판매 허가에 대한 침묵은 애로 3와 경쟁 관계인 자국산 사드 판매를 위한 것일 수 있다. 이스라엘 정부와 업체 관계자들은 그럴 가능성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지만, 전 이스라엘 정보국장과 이스라엘 업체의 전직 임원은 미국이 계약에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외부에 휘둘리지 않는 독자적 수출의 조건, 기술 자립

우리나라는 최근 여러 건의 방위산업 수출이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부 핵심 체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해외에 수입을 의존하는 품목이 우리의 수출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이런 사례는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온전한 수출 권한을 가지지 못한다면, 핵심 장비의 도입선을 수출에 유연한 입장을 가진 국가로 교체하거나, 우리가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 무기 수출 시장은 동맹이라는 틀이 작동하지 않는 경쟁 시장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만 한다.

최현호 밀리돔 대표ㆍ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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