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선거' 논란 속 드는 의문, 왜 선관위원장은 대법관이어야 하나
[정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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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법원장회의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왼쪽)과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025년 12월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2025년 정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 ⓒ 공동취재사진 |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서 선거가 있을 때마다 부정선거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는데, 이번 사태가 이 부정선거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어쨌든 민주국가에서 일어나서는 결코 안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선관위와 선관위원장에 대한 신뢰는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깨졌다. 선관위원장이 비상임 대법관이라는 점도 도마위에 올랐다.
이번 지선을 끝으로 현재의 노태악 중앙선관위장의 퇴임과 신임 위원장의 취임이 예상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2월 26일 천대엽 대법관을 후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으로 내정한 바 있다. 통상 대법관이 퇴임하면 선관위원장에서도 물러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선거관리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 위원장이 한시적으로 이번 지선까지 유임하게 된 것이다.
대법관인 선관위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다. 따라서 천 대법관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위원으로 임명되면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통해 위원장으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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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가 쏟아진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지난 3일 강원 춘천시 호반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투표지를 분류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그런데 지금까지 관행상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다. 각급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장도 관행상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법원장이 맡았다. 따라서 헌법과 법률 규정에 따라 호선 절차를 거쳐 선출된다고 하지만, 이 경우 호선은 있으나 마나 한 형식적인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사실상 호선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관행은 호선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한 헌법의 정신과 의도에 반한다. 호선의 경우 위원들의 선출을 통해 위원장이 정해져야 하고, 선출을 통해 정해진다는 것은 위원들 중 다양한 배경과 경력 및 전문성을 가지고 상이한 헌법기관의 임명·선출·지명 과정을 거친 위원들이 돌아가면서 위원장으로 선출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는 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확고한 불문율로 굳어졌다. 더구나 이러한 관행은 위헌의 소지마저 있다.
대법관이 중앙선관위의 위원장을 맡고 관할 법원장이 각급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는 관행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요구되고 풍부한 법적 지식을 갖추어야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사법부의 구성원이 위원장이 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성과 법적 지식은 대법관 등 법관만이 가지는 것은 아니다. 법적 지식을 갖춘 위원 중 다른 경력과 전문성을 가진 위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 할 수 있다.
더욱이 위원회의 주 임무가 선거관리와 정당사무처리이기 때문에 법적인 지식과 더불어 선거 및 정당 사무에 관한 식견이 풍부하고 정치적 중립 의지가 강한 위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대법관 등 법관을 위원장으로 선출할 필요가 없다. 대법관이 다른 위원들보다 반드시 선거 사무에 정통하다고 보기도, 정치적 중립성이 강하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선거관리는 본질적으로 행정업무이다. 다만 선거관리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때문에 위원회가 행정부에 속하지 않고 독자적인 독립기구로 설치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선관위원장은 대법관 등 사법부 구성원보다는 법적 지식뿐 아니라 이러한 행정적 전문성과 선거관리능력 및 리더십을 갖춘 인사가 적격이다.
헌법과 법률은 이러한 다양한 자질과 경력 및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돌아가면서 뽑으라는 취지에서 '호선'이라는 선출 방식을 정한 것이다. 즉 어떤 특정 직역 출신만을 일관되게 선출하지 말고,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다양한 사안을 총체적으로 검토하여 가장 적격의 인사를 선관위원 중에서 선출하라는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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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대국민사과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아울러 각급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장도 관할 법원장이 맡고, 선관위원 중 상당수도 법관이 맡고 있는 현실에서 중앙선관위의 위원장까지 대법관이 맡게 되면 사실상 사법부로 이루어진 피라미드 구조의 선거관리체계가 수립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오히려 각급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칠 수 있고 견제와 균형을 핵심 원리로 하는 삼권분립의 원리에도 부합되기 어렵다.
이처럼 모든 선관위원장을 대법관이나 법원장이 맡고 상당수의 선관위원이 법관으로 구성되고 있는 현실에서 선관위에 의해 고발된 선거소송을 역시 법관으로 구성된 사법부가 담당한다는 사실도 일종의 이해충돌 우려를 자아낸다.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맡게될 경우 생기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대법관증원법의 입법 취지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대법관 수는 너무 적다. 현재 14명에 불과한 대법관 중 1명은 법원행정처장으로 재판업무에서 배제된다. 그런데 또 다른 대법관 1명이 중앙선관위원장을 맡게 될 경우(비록 대법원 선고 등 재판 업무를 병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실상 선관위 업무가 과중하여 재판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법원의 재판업무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 대법원장이 3명의 위원을 지명하도록 한 헌법 규정도 문제다. 이는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을 반영한 것이다. 이 원칙에 따라 행정부와 입법부 및 사법부가 각각 3인 위원의 지분을 갖고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3개 헌법기관이 동등하게 3인씩의 지분을 갖는 구도는 삼권분립의 원칙을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적용한 결과다. 왜냐하면 우리 헌법상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되는 대통령 및 국회와는 달리 사법부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대통령과 국회와는 달리 대법원장과 사법부는 민주적 정당성이 매우 취약하다. 그런 점에서 삼권분립의 원칙을 중앙선관위 위원 구성에까지 형식적·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이러한 민주적 정당성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법원장에게 3인의 위원 지명권을 부여한 것은 헌법정책적으로 문제가 있다.
만일 사법부도 삼권의 한 축이고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수장이기 때문에 굳이 대법원장에게 위원 지명권을 부여하는 현행 규정을 고수하고자 한다면 헌법재판소장에게도 선관위원 지명권을 부여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그 재판 관할을 달리할 뿐 동급의 사법기관이기 때문이다. 즉 헌법상 대법원과 헌재, 대법원장과 헌재 소장은 정확히 동급이다. 다시 말해 대법원장이 광의의 사법작용 중 일반재판을 담당하는 일반법원의 수장이라면, 헌법재판소장은 헌법재판을 담당하는 헌재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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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2투표소 앞에서 경찰이 투표함 이송을 위해 이를 막아선 시위대를 해산 조치하고 있다. 이 투표소에서는 지난 3일 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고, 투표함이 개표소로 옮겨지지 못했다. |
| ⓒ 연합뉴스 |
더 큰 문제는 헌법이 규정한 호선 절차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이 항상 위원장으로 선출된다는 것이다. 대법관만이 중앙선관위 위원장으로 선출되어야 할 필연적 이유가 없다. 이는 각급선거관리위원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러한 확고한 관행은 호선 절차를 형해화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마저 있다. 더욱이 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관행은 헌법정신에 반하는 청산되어야 할 적폐 중 하나다. 이제라도 대법관이 아닌 위원이 호선될 수 있도록 선관위원들은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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