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居之無倦, 行之以忠(거지무권 행지이충)

2024. 12. 30. 00: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흔히 ‘살(live) 거’라고 훈독하는 한자 居는 뜻이 확대되어 ‘…에 두다’ ‘자리하다’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之는 흔히 ‘갈(go) 지’라고 훈독하지만, 之의 문법적 기능은 무척 다양하여 동사나 형용사의 뒤에 붙임으로써 그것이 동사로 쓰였음을 분명히 해주는 역할도 한다. ‘居之’ ‘行之’의 之는 ‘…에 두다’ ‘…를 행하다’라는 뜻을 분명히 표현하기 위해 붙인 것이다. ‘居之’는 ‘마음에 두다’라는 뜻인데, ‘거지무권(居之無倦)’ 즉 ‘마음에 두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은 들쭉날쭉하지 않고 시종여일(始終如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음)하다는 뜻이다.

居:살(둘) 거, 倦:게으를 권, 行:행할 행, 忠:충성 충. 마음 둠은 게으름이 없고, 행함은 충성으로써 한다. 34x69㎝.

제자 자장이 정치에 대해서 묻자, 공자는 ‘끝까지 변함없는 마음으로 충(忠)을 행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말이다. 정치가가 개인의 이익만 좇거나, ‘당론’이라는 이유로 마음이 이리저리 변하면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없고, 믿음이 없으면 권위가 서지 않는다. 게다가 하는 일마다 정성과 충성은 보이지 않고 임기응변의 변명과 이장폐천(以掌蔽天: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의 꼼수만 부리면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3000년 전 공자의 말이 오늘도 무척 절실하게 들린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