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알부민, 계란 흰자보다 나을 게 없다고?

엄두영 2026. 3. 1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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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건강 159] 진료실에서 시작된 질문, 광고가 키운 기대… 의학은 무엇이라 답할까?

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올바른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기자말>

[엄두영 기자]

 알부민에 대한 오해
ⓒ ksyfffka07 on Unsplash
"알부민이 좋다고 하는데, 알부민 영양제를 먹으면 좋은가요?"

진료실에서 의사들이 꽤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수술을 앞둔 환자도 묻고,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 보호자도 묻습니다. 건강검진 결과를 들고 온 중장년층 환자들도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최근에는 알부민 건강식품 광고가 늘어나면서 이런 질문이 더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논쟁도 있었습니다.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장이 일부 알부민 건강식품 광고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입니다. 그는 의사들이 모델로 등장한 제품을 두고 "효능이 없다"고 직격했습니다. 표현은 강했지만, 그가 건드린 질문 자체는 의료 현장에서 꽤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먹는 알부민이 실제로 도움이 되느냐는 문제입니다.[1]

환자들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알부민은 낯선 단어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입원이나 수술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검사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병원에서 "알부민 수치가 낮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은 이를 곧바로 "몸이 약해졌다", "기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니 알부민을 보충하면 몸 상태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건강식품 광고 역시 바로 이 지점을 강조합니다. 체력, 면역, 회복 같은 단어가 알부민과 함께 등장합니다. 의료 용어가 일종의 건강 상징처럼 사용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먹는 알부민은 혈액 속 알부민이 되지 않아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그대로 흡수되지 않습니다. 위와 소장에서 먼저 잘게 분해됩니다. 아미노산이나 짧은 펩타이드 형태가 된 뒤에야 장에서 흡수됩니다. 관련 연구를 종합한 리뷰에 따르면 성인의 장에서는 단백질이 큰 분자 상태 그대로 흡수된다는 근거는 거의 없습니다.[2]

알부민 역시 단백질이기 때문에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즉 알부민을 먹는다고 해서 그 알부민 분자가 그대로 혈액 속으로 들어가 혈중 알부민을 직접 채워주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 내용은 새로운 의학 지식도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학교에서 배웠습니다. 초·중등 과학에서 소화와 흡수를 배우면서 단백질은 소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아미노산 형태로 흡수된다는 기본 개념을 접합니다.

알부민도 예외가 아닙니다. 경구로 섭취한 알부민도 장에 들어가면 같은 소화 과정을 거칩니다. 결국 몸에 흡수되는 것은 알부민이라는 단백질 분자 자체가 아니라, 소화 과정에서 잘게 분해된 성분입니다.[2]

이런 맥락에서 이승훈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도 지난 9일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에 출현해 알부민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MSG 비유를 들었습니다. 음식으로 섭취한 단백질은 결국 소화 과정에서 잘게 분해된 뒤 흡수된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알부민을 먹는 것이 MSG를 먹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입니다.
 지난 9일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에 출연한 이승훈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사람들이 챙겨 먹지만 실제로는 효과 없는 영양제'에 대한 질문에 "단백질 영양제가 제일 어처구니없는 부분"이라고 답했습니다.
ⓒ 유튜브 지식인사이드
'계란 흰자'로도 충분한 알부민 생산

이런 설명을 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옵니다. "그래도 알부민이니까 일반 단백질과는 다른 것 아닌가" 하는 의문입니다.

이승훈 교수의 MSG 비유 역시 바로 이런 오해를 설명하기 위한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정 단백질을 먹는다고 해서 그 단백질이 그대로 몸에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화 과정을 거쳐 분해된 성분이 흡수된다는 점을 강조한 설명입니다.

이쯤 되면 왜 "차라리 계란 흰자를 먹는 것이 낫다"는 말이 나오는지도 이해가 됩니다. 단백질 영양학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무슨 이름의 단백질을 먹느냐보다 어떤 아미노산을 얼마나 공급하느냐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계란 흰자는 오래전부터 질 좋은 단백질 식품으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알부민 제품 역시 몸에 들어가면 결국 같은 방식으로 분해됩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굳이 비싼 알부민 제품을 먹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계란 흰자는 오래전부터 질 좋은 단백질 식품으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 unsplash
최신 연구는 무엇을 말할까

실제 연구를 보면 이 질문은 더 선명해집니다. 여러 임상 연구를 모아 분석한 연구에서는 단백질 음료나 단백질 분말 같은 단백질 보충 식품이 혈청 알부민 수치를 약간 높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평균 변화량은 약 0.19 g/dL 정도였습니다.[4]

하지만 같은 연구는 더 중요한 사실도 함께 말합니다. 이런 변화가 사망률이나 삶의 질 같은 실제 임상 결과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불확실하다는 것입니다. 즉 수치가 약간 움직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특별한 치료 효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결론은 '알부민 제품'이 아니라 단백질 보충 전체에 관한 것입니다. 알부민이 특별히 더 우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4]

더 큰 오해는 알부민 수치다

잠깐 정리해 보겠습니다.

알부민 건강식품 논쟁의 핵심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먹는 알부민이 혈액 속 알부민을 직접 보충해 주는 특별한 물질인지, 아니면 결국 단백질 섭취의 한 형태인지의 문제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생리학과 임상 연구를 보면 결론은 후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백질은 장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뒤 흡수되고, 알부민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이 점에서 보면 먹는 알부민은 결국 단백질 보충제나 계란 흰자보다 '값이 매우 비싼 단백질'을 섭취하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2][4]

여기서 더 큰 오해가 하나 남습니다. 바로 혈청 알부민 수치 자체에 대한 오해입니다. 과거에는 알부민을 영양 상태 지표처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영양학 지침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미국 임상영양학회(ASPEN)는 알부민과 전알부민 같은 혈액 단백질이 영양 상태보다 염증 상태를 더 잘 반영하는 지표라고 설명합니다.[5]

감염, 수술, 암, 체액 변화가 있으면 알부민 수치는 쉽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알부민이 낮다고 해서 곧바로 "단백질이 부족하다"거나 "알부민을 보충해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5]

알부민 섭취가 도움이 될까요?

과연 알부민이 부족하다고 해서 먹는 알부민이 도움이 될까요?

현재까지의 의학적 설명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먹는 알부민은 알부민 치료라기보다 단백질을 섭취하는 또 하나의 방식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단백질 섭취라는 측면에서 보면 계란 흰자 같은 일반 식품보다 특별히 우월하다고 말할 근거도 충분하지 않습니다.[2][4]

그래서 질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옵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알부민이라는 이름일까요? 아니면 그냥 단백질일까요?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에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장과 이승훈 교수의 문제 제기가 나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의사라는 권위를 앞세운 건강식품 광고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비자가 어떤 기대를 갖게 되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문헌
[1] 의학신문·일간보사. 김현기. '주수호 前 의협회장, 유명 의사 모델 알부민 건강식품 효능 없다 저격'
[2] Miner-Williams WM, Stevens BR, Moughan PJ. Are intact peptides absorbed from the healthy gut in the adult human? Nutrition Research Reviews. 2014.
[3] UniProtKB 단백질 데이터베이스, Human Serum Albumin (P02768)
[4] Mah JY, Choy SW, Roberts MA, et al. Oral protein-d supplements versus placebo or no treatment for people with chronic kidney disease requiring dialysis. Cochrane Data of Systematic Reviews. 2020.
[5] Evans DC, Corkins MR, Malone A, et al. The Use of Visceral Proteins as Nutrition Markers: An ASPEN Position Paper. Nutrition in Clinical Practic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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