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심고 함께 거둔다, 적덕마을 다랑논에 토종벼를 심다
한점순 2026. 6. 2. 13:38
5월 31일 통영 적덕마을 '토종이 꽃피는 다랑논 농사짓기'… 25여 명 함께 500평 논 손모심기
[한점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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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종이 꽃피는 다랑논 농사짓기 손모심기 |
| ⓒ 한점순 |
지난 5월 31일, 통영 적덕마을 다랑논에는 오랜만에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흙탕물 튀는 소리가 함께 울려 퍼졌다. 토종이 꽃피는 다랑논 농사짓기에 함께한 25여 명의 참가자들은 적덕마을 다랑논 500평에 직접 손으로 모를 심으며, 사라져가는 농사의 기억과 공동체의 의미를 온몸으로 되새겼다.
이날 행사는 적덕마을 다랑논에서 진행됐다. 박종숙 적덕농어촌체험휴양마을 대표의 손모심기 시범과 설명으로 시작된 모내기에서 참가자들은 허리를 굽혀 논에 들어가 줄을 맞추고, 어린 모를 한 포기씩 정성껏 심었다. 기계가 지나가면 금세 끝날 일이었지만, 이날 손모심기는 속도보다 관계를, 생산보다 기억을, 농사일보다 공동체를 더 소중히 여기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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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모심기 함께심다 |
| ⓒ 한점순 |
처음 논에 들어선 참가자들의 손길은 서툴렀다. 발은 논바닥에 푹푹 빠졌고, 줄은 조금씩 흐트러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참가자들은 서로의 속도에 맞춰가며 조금씩 익숙해졌고, 논 곳곳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 참가자는 "오늘 한 것이 진정한 모내기였다"고 말했고, 또 다른 참가자는 "농사는 여럿이 함께하고 여럿이 나눠 먹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소감 나누기 자리에서는 "농사는 역시 협동"이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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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판 나르기 모판 나르기 |
| ⓒ 한점순 |
모심기 중간에는 최순자 적덕마을 커뮤니티센터 사무국장이 마련한 새참도 빠지지 않았다. 함께 나눈 가래떡과 막걸리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었다. 흙 묻은 손을 잠시 씻고 둘러앉아 먹는 새참 시간은 왠지 더 정겹고 특별했다. 처음 만난 사람도, 해마다 이 자리에 함께해 온 사람도 막걸리 한 잔과 떡 한 조각 앞에서는 금세 한 식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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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참 적덕마을커뮤니티센터 사무국장 최순자님이 준비한 떡과 단물 그리고 막걸리 |
| ⓒ 한점순 |
500평 다랑논의 손모심기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점심으로 국수를 먹었다. 이날 마을에서 준비한 국수는 국산 토종 앉은뱅이밀로 만든 국수였다. "위에 부담이 적고, 아토피에도 좋은, 꼭 한 번쯤 맛보았으면 하는 밀"이라고 소개했다. 모내기로 허기진 몸을 달래며 먹는 국수 한 그릇은 참가자들에게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고생하고 먹는 음식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 "함께 일하고 함께 마주 앉아 먹으니 진짜 식구 같다"는 말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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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앉은뱅이밀 국수 적덕마을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앉은뱅이밀 국수 한그릇 |
| ⓒ 한점순 |
식사 뒤에는 적덕마을 커뮤니티센터 안 꽃피는 적덕마을 꽃다방에서 차를 마시며 소감 나누기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손모심기를 하며 느낀 점, 적덕마을과의 인연, 농업의 소중함, 지역 안에서 서로 연대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민주노총 통영시지부, 통영·거제 자주연합, 통영교육희망네트워크, 통영씨앗연구회 등 지역 단체들이 함께한 이날 자리는 단순한 체험행사를 넘어 지역 연대의 자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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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농협 노동자와 붉은 차나락 농업과 관련된 일손을 도울 수 있는 자리 더욱 뜻 깊었다. |
| ⓒ 한점순 |
한 참가자는 "이런 일이 사라지고 잊혀져 가는 시대에 다시 경험할 수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올해 처음 알게 된 자리인데, 앞으로 계속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농협에서 일하는 한 참가자는 "농업과 관련된 일손을 도울 수 있는 자리라 더욱 뜻깊었다" 며 "가을에 타작하러 와서 오늘 심은 벼의 결실을 보면 뿌듯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이야기의 중심에는 가을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오늘 심은 벼가 자라 황금빛으로 익을 가을을 함께 기대했다. 적덕마을에서는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쯤 벼베기와 타작 행사를 열 계획이며, 11월에는 토종 밥상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늘 손으로 심은 모가 가을의 밥상으로 다시 돌아오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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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덕농어촌제험휴양마을 대표 박종숙 붉은 차나락 |
| ⓒ 한점순 |
이날 모내기는 붉은 차나락 모판을 앞에 두고, 가을 벼 수확을 기약하는 단체사진을 찍으며 마무리됐다. 진흙 묻은 발과 햇볕에 그을린 얼굴,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표정 속에는 하루의 고단함보다 함께했다는 뿌듯함이 더 짙게 남아 있었다. 서로의 웃음과 땀방울 속에는 함께 심고, 함께 자라, 함께 거두는 공동체의 따뜻함과 희망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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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모심기 손모심기 |
| ⓒ 한점순 |
손모심기는 단지 옛 농사 방식을 체험하는 행사가 아니다. 흙을 만지고, 모를 심고, 함께 먹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잊고 있던 질문을 다시 만난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은 어디서 오는지, 농촌은 누구의 손길로 유지되고 있는지, 그리고 사람들은 무엇으로 서로 이어져 살아가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된다.
적덕마을 다랑논에 심긴 것은 벼만이 아니었다. 토종 씨앗을 지키려는 마음, 우리 농업의 소중함을 되새기려는 마음, 지역에서 서로 기대고 살아가려는 마음도 함께 심겼다. 농촌은 농민의 노력만으로 지켜질 수 없다. 농민이 땀 흘려 가꾼 농산물을 지역민이 귀하게 여기고, 지역의 소비가 다시 농촌을 지탱하는 힘이 될 때 농업은 삶의 기반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이날 손모심기는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인 지역민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자리이기도 했다. 밥상 위의 한 그릇이 누군가의 노동과 땅의 시간에서 온다는 사실을 함께 새기며, 참가자들은 농촌을 지키는 일이 곧 지역 공동체를 지키는 일임을 확인했다. 적덕마을 다랑논에 심은 작은 모들이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자라나듯, 농민과 지역민이 함께 만드는 상생의 연대도 가을에는 더 넉넉한 결실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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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체사진 가을을 기약하며 단체사진 |
| ⓒ 한점순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쓴 한점순은 통영토종씨앗연구회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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