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도사의 천기누설
DRX ‘베릴’ 조건희는 올해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제패해 대회 2회 우승자가 됐다. 기나긴 프로게이머 커리어 동안 딱 한 번 참가하기도 어려운 대회인데, 소속팀을 옮겨서 또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이제 역대 최고의 서포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5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DRX 사옥에서 ‘롤도사’를 만났다. 올해 롤드컵 준비 과정과 뒷이야기를 들었다.
-롤드컵 우승 후 약 10일이 지났다. 이제 우승했다는 사실이 실감 나나.
“실감이 크게 나지 않는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 여운이 많이 빠졌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담원 게이밍에서 처음 우승했을 때와는 또 다르다. 당시에는 인지도가 확 높아진 게 느껴져서 우승이 크게 와닿았다. 그래도 우승했던 순간은 정말 기뻤다.”
-DRX의 롤드컵 우승을 점치는 이가 많지 않았다. 선발전부터 언더도그로 평가받았다.
“선발전도 힘들게 뚫었다. 솔직히 팀의 롤드컵 진출 확률이 높지 않다고 봤다. 예상했던 대로 풀세트 접전을 반복했다. 선발전은 추가 코인이 없는 싸움이다. 낭떠러지에서 우리가 더 날카롭고, 긴장감을 잘 유지했던 것 같다. 구도 데이터나 챔피언 티어 정리가 정규 리그 보다 잘됐다.”
-플레이-인부터 DRX가 메타 파악을 잘한다는 호평이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선발전과 롤드컵의 메타 차이가 크지 않았다. 대신 패치로 인한 특정 챔피언의 너프와 버프가 중요했다. 제리가 죽어버린 여파가 컸다. 탑과 미드도 거기에 영향을 받을 거로 생각했다. 제리에 대한 변수가 없는 상황이면 어떤 챔피언이 좋을지 많이 고민했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플레이-인에선 유미가 밴도 픽도 되지 않았다. 플레이-인에선 팀들이 가장 잘하는 픽을 하는 경향이 있다. 메타 수용보다는 배제가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룹 스테이지로 가면 유미를 포함한 유틸 서포터들이 서서히 등장할 거로 봤다. 실제로 예상했던 대로 흘러갔다.”
-그룹 스테이지 1라운드, 로그에 패배해 ‘꺾이지 않는 마음’이 나왔다.
“로그와의 1라운드 경기는 탐색전의 성격을 띠었다. 그날 패배했지만 다음에 다시 맞붙으면 질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TES를 상대로 한 판 이겼음에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TES를 잡은 건 밴픽이 좋아서였다고 생각한다. GAM이 TES를 잡아준 덕에 마음 편히 8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다.”
-로그와 재대결하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든 이유는 무엇이었나.
로그는 바텀·미드의 성장력이 핵심인 팀이었다. 정글러가 바텀을 봐주고, 미드가 스탠딩 메이지를 잡아서 후반을 도모했다. 탑라이너인 ‘오도암네’ 안드레이 파스쿠 선수는 탱커를 선호했다. ‘킹겐’ (황)성훈이의 라인전 체급이 높은 만큼, 오른과 마오카이에 밴 카드를 투자해 탑라이너 간 칼싸움을 유도하면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이머딩거를 서포터로 해석해 대회 메타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플레이-인에서 RNG와 경기를 치른 뒤로는 그들과 스크림을 했다. 대회에선 필밴 카드였지만, 스크림에선 케이틀린이 종종 풀려서 연습했다. 카르마와 럭스가 없는 상황에서 케이틀린의 파트너를 고민하다가 하이머딩거를 발견했다. 스크림 성적이 좋아서 실제 경기에서도 꺼냈다.”
-조 선수가 생각하는 하이머딩거 서포터의 장점은 무엇인가.
“라인전이 정말 세다. 원래는 유틸 서포터의 최상위포식자가 카르마다. 하이머딩거가 그 위에 선다. 하이머딩거 쪽이 라인을 먼저 밀어 넣으면 상대로선 주도권을 회복하기가 힘들다. 이 경우에는 정글러가 와서 풀어줘야 하는데, 갱승(갱킹을 왔다가 역으로 죽는 플레이)의 위험이 크다. 또한 바텀 캐리 조합에 대한 억제력도 뛰어나다.”
-정작 조 선수의 승률은 그닥 높지 않았음에도 토너먼트 내내 하이머딩거 저격 밴을 당했다.
“EDG, T1과 젠지의 밴을 각각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 EDG, T1은 처음에 하이머딩거를 풀었다. 중간에 밴 카드를 투자한 건 ‘얘 때문에 진 거 같진 않은데 챔피언의 존재가 까다롭고 변수가 많다’는 느낌을 받아서 같았다. 젠지의 밴픽은 밴 카드에 여유가 있고, 사전에 변수를 차단하겠단 의도로 읽혔다.”
-하이머딩거 외에도 꺼내고 싶었던 깜짝 픽이 있나.
“소라카의 ‘별의 균형(E)’ 스킬이 가진 침묵의 밸류가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침묵 스킬이 있는 초가스를 활용해 세나·초가스 조합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탱커보단 유틸 서포터가 각광받는 메타다 보니 세나를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EDG와의 8강전은 한 끗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 DRX의 핵심 전략은 무엇이었나.
“EDG전 뿐만 아니라 모든 다전제에서 우리의 포커스는 ‘루시안이 없는 게임’에 맞춰져 있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는 우리의 대 루시안전 초반 운영법과 중후반 대처법이 미숙했다. 또한 루시안·나미는 원거리 딜러의 폼이 좋을 때 쓰는 조합이지만, 반대로 서포터의 폼이 좋지 않을 때 그 부분을 덮기 위해 쓰기도 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8강전과 4강전에선 루시안 없이 게임하는 게 좋겠다고 봤다.”
-한 팀 관계자도 “DRX의 루시안 밴이 날카롭다”고 평가하더라.
“우리도 대회를 치르는 동안 루나미를 많이 플레이하거나 상대해봤다. 연습 결과가 좋지 않았다. 또한 상대가 루나미를 뽑으면 상체에서도 그 조합에 대응할 수 있는 픽을 뽑아야 한다. 그러기보다는 루나미를 게임에서 없애고, 상체 밴픽의 자유도를 높이는 게 팀 승리 플랜에 더 가깝다고 봤다.”
-젠지 상대로는 유일하게 3대 1 승리를 거뒀다. 젠지전의 핵심 전략은 무엇이었나.
“앞선 경기를 봤을 때 젠지에서 폼이 가장 좋은 선수는 ‘룰러’ 박재혁 선수였다. ‘룰러’ 선수의 캐리력과 ‘피넛’ 한왕호 선수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힘썼다. 젠지가 ‘룰러’ 선수를 보좌하기 좋은 유미, 룰루, 나미 같은 픽들을 선호하는 것 같아 견제했다. 레나타 글라스크는 너프 이후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올해 중순에 젠지의 1-3-1 스플릿 전략에 대해 언급했던 게 재조명을 받기도 했다.
“(라인전 종료 후) 미드에 서는 원거리 딜러 챔피언이 서머 시즌과 달라서 젠지의 약점이 드러났던 것 같다. 조합마다 콘셉트라는 게 있지 않나. 돌진, 포킹, 오브젝트 선공을 통한 전투 유도 조합 등 전부 선수들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 다르다. 젠지가 조합 콘셉트를 잘 살리지 못했으므로 우리의 승률이 조금이나마 더 올라갔던 것 같다.”
-토너먼트 내내 첫 세트를 패배하고 역전하길 반복했다. 특정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나.
“우연의 연속이었다고 생각한다. 경기가 길어질수록 팀원들의 집중력이 향상된다는 느낌은 받았다. 5세트까지 가면 오히려 팀원들 모두 긴장하지 않았다. 풀세트 경기를 반복해 경험이 쌓인 데다가, 자신감도 넘쳐서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
-결승전 마지막 세트의 밴픽이 화제였다. 바드와 헤카림을 선택한 근거는 무엇이었나.
“바드는 옛날부터 케이틀린과 궁합이 괜찮다는 평을 받았다. 상대가 빅토르, 바루스로 뚜벅이 딜러진을 구성해서 ‘데프트’ (김)혁규 형이 바드를 어필했다. 헤카림도 똑같은 메커니즘으로, 상대 미드가 오리아나나 빅토르 같은 스탠딩 메이지일 때 껄끄럽게 만들 수 있어서 뽑기로 했다.”
-상대의 스킬 활용을 유도한 뒤 적은 체력으로 살아나가는 ‘롤도사식 플레이’가 5세트에만 세 번 나왔다. 담원 기아 시절부터 그런 플레이를 유독 자주 선보였다. 의도적으로 하는 플레이인가.
“상대방 서포터를 잡는 데 미드와 원거리 딜러의 궁극기를 투자하는 건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 플레이를 의도적으로 하는 것은 맞지만, 죽을지 안 죽을지는 운에 맡긴다. 솔직하게 거기서 딜 계산을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다. 게임을 이기고 지는 데에는 운적인 요소도 작용한다고 본다. 그날도 죽고 안 죽고는 운에 맡겼다.”
-마지막 장로 드래곤 전투에서 ‘소환사의 컵’ 주인이 정해졌다. 당시 어떻게 전투를 설계했나.
“본격적인 장로 전투 전에 내 궁극기와 상대 딜러진의 점멸을 하나 교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장로 드래곤을 놓고 포지셔닝을 하는 도중 우리 바텀 억제기가 없다는 사실을 순간 놓쳤는데, ‘제카’ (김)건우가 상기해줬다. 10초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 바로 싸움을 개시했다.”
-본격적인 장로 드래곤 전투에 앞서 빅토르의 궁극기와 점멸이 바드에게 활용됐고, 조 선수는 가까스로 살아나갔다. 만약 그 상황에서 조 선수가 잡혔다면 결승전의 결과가 달라졌을까.
“내가 죽었다면 어떤 그림이 나왔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죽지 않은 상황이어도 T1이 장로 드래곤을 때리지 않고, 체력을 리셋시키면서 우리를 약 오르게 했다면 T1이 게임을 이겼을 거로 본다. T1이 드래곤의 체력을 절반 가까이 깎고, 우리가 그걸 이어서 사냥한 덕에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었다. T1의 플레이가 조금만 더 섬세했어도 우리가 졌을 것이다.”
-T1이 마지막에 백도어를 시도했다. T1의 백도어 전략을 의식하고 있었나.
“장로 드래곤은 내셔 남작처럼 챔피언에게 강화 귀환 효과를 주지 않는다. 사이드 억제기가 부서진 상황에서 장로 드래곤을 놓고 대치하다가 백도어를 당하면 껄끄럽고 대처하기가 힘들다. 비슷하게 RNG도 T1과의 8강전 2세트에서 장로 한타 대신 사일러스·피오라로 백도어를 했다면 웃었을 것이다.”
-2세트 막판에 나온 끝내기 오더도 화제가 됐다. 당시에 게임을 끝낼 수 있단 확신이 들었나.
“상대 팀에 그레이브즈와 럭스만 남은 상황이었다. 럭스는 라인 클리어 능력이 좋은 챔피언인데, ‘케리아’ 류민석 선수가 AP 딜링보다 서포팅에 강점이 있는 아이템들을 간 상황이어서 대포 미니언을 잡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게임이 후반부로 접어든 상황이었다. 대포 미니언의 체력이 높은 걸 근거로 삼아서 끝내기 콜을 했다.”
-조 선수는 늘 자신이 옳은 오더를 한다고 생각하나.
“나도 사람이니까 늘 옳은 오더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플레이의 성공 확률을 재기보단 여러 선택지를 마련해놓고 각각 점수를 매긴다. 100점짜리 이득을 보느냐, 60점짜리, 80점짜리 이득을 보느냐를 매 순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점수가 높은 선택지를 팀원들에게 계속 제시하는 것뿐이다. 콜은 모든 선수가 동참해야 하지만, 최종 결정은 정글러와 서포터가 해야 다른 라이너들도 편해진다는 게 내 주관이다.”
-다른 프로게이머들보다 ‘게임을 잘 안다’고 생각하나.
“사람의 인생엔 몇 번의 변환점이 있다. 나에겐 큼지막한 변환점 중 하나가 2020년 양대인 감독님과의 만남이었다. 나는 원래 게임을 잘 모르는 편이었다. 2020년, 2021년에 양 감독님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
감독님께서 피드백하셨던 것들, 가르쳐주셨던 것들을 최대한 기억해내서 DRX 선수들에게도 알려주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내가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게 익숙하지 않다 보니 표현도 어설프고, 설명도 부족했다. 팀원들이 스스로 노력하고, 발전해준 덕분에 우리가 롤드컵 우승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두 팀에서 롤드컵 우승을 이룬 조 선수를 ‘역체폿(역대 최고의 서포터)’로 꼽는 이들도 있다.
“솔직하게 서포터 혼자서는 게임의 판도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LoL은 결국 팀 게임이다. 팀원들이 잘해줘야만 이길 수 있다. 서포터는 팀을 조율할 뿐이고, 강한 라이너들과 원거리 딜러가 게임을 캐리해야 한다. 그리고 시즌 초에도 말했듯이 나는 상체 구성원을 보고 이 팀에 왔다.
나는 LoL이 턴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턴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 코어 아이템을 사기 위해서 오버 턴을 썼다면 그 다음에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 상대의 턴 활용은 어떤지를 늘 고민해야 하는 턴제 게임이고 한타 포지셔닝 게임이다.
상체의 피지컬이 워낙 좋다 보니까 턴 개념과 한타 포지셔닝에 대한 이해도만 높인다면 올해 DRX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로 봤다. 처음에는 솔직히 힘들었다. 성훈이도 건우도 자신들이 갈고 닦아온 플레이스타일이 있다. 빠르게 바꾸기 어려운 것들이다. 옳은 플레이, 높은 점수의 선택지를 찾아내는 법을 두 선수가 치열한 연습을 통해 터득했다고 생각한다.”
-질문에서 답이 멀어졌다. 조 선수는 스스로 역체폿이라고 생각하나.
“관계자와 팬, 시청자분들의 생각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 자신하기가 어렵다.”
-롤드컵 2회 우승을 달성하는 동안 만난 이들 중 가장 고마운 사람을 꼽는다면.
“두 분께 특히 감사하다. 한 분은 아까도 언급했던 양대인 감독님이시다. 감독님께서 담원 게이밍 시절에 나를 좋게 봐주셨다. 본인만이 알고 있는 LoL에 대한 지식도 팀원들에게 많이 전해주셨다.
두 번째로는 DRX 최병훈 단장님을 꼽고 싶다. SK텔레콤 T1에 계시던 적에 내가 입단 테스트를 봤다 떨어진 적이 있다. 당시에도 나를 굉장히 고평가해주셨다. 어쩌다 보니 인연이 닿아서 올해 함께 우승에 도전했다. 나는 스크림 피드백을 할 때 팀원들한테 표현이 미숙한 편이다. 다른 팀에서는 부정적으로도 볼 수 있는 면인데, 단장님께선 그런 점을 좋게 보셨다고 지난해 인터뷰에서 언급하셨더라.”
-최 단장이 “제2의 테디가 될 줄 알았는데 제2의 코어장전이 됐더라”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당시에 스스로 실력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2017년에 삼성 갤럭시가 ‘향로 메타’에서 롤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원거리 딜러의 캐리력이 최고로 중요한 시즌이었는데, 내가 그 메타에서 활약하지 못했다. 내가 원거리 딜러로 성공하려면 그 메타에서 잘한 선수들만큼 캐리력을 발휘하거나 포지셔닝을 잘해야 했다. 그럴 가능성이 작아 보였다.”
-양대인 감독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둘 사이에 불화가 있었다고 추측하기도 하더라. 기자도 조 선수가 양 감독에게 ‘아저씨 선출이에요?’라고 물으며 기 싸움을 했을 것이란 농담을 보고 웃었다.
“하하. 나는 커뮤니티를 많이 보는 편이라 그러려니 한다. 익명의 세계에서 쓰는 글과 댓글은 재미로만 본다. 양 감독님께서 ‘PUBG: 배틀그라운드’ 프로게이머 출신이다 보니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
감독님께 ‘선출이에요?’라는 말은 한 적 없고, 당시 피드백 내용이 내 생각과 달라서 갑론을박했던 적은 있다. 시즌이 시작한 이후로는 양 감독님의 능력을 인정했다. 이 인터뷰로 오해를 풀고 싶다. 양 감독님과의 불화는 없다. 연락도 자주 한다. 사적으로도 좋은 형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딱딱한 메타’ ‘오더는 딜러가 해야 한다’는 발언도 오해를 산 것 같다. 딱딱한 메타는 내구도 패치로 인해 챔피언들이 전보다 덜 죽는다는 걸 재밌게 표현하신 것 같다. 딜러 오더론은, 내가 예를 들어서 빅토르면 현재 보유한 아이템으로 어느 정도의 딜을 뽑아낼 수 있는지 팀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의미다.
양 감독님께서 표현을 재밌게 하신다. 같이 일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보니 외부에선 오해할 수도 있다. 게임단 감독이란 자리가 참 힘든 것 같다. 경기를 지면 비난의 화살이 선수한테도, 밴픽한테도 가지만 결국 종착지는 감독이더라. 아무튼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양 감독님과는 절대 불화가 없었다.”
-인터뷰를 이쯤에서 마무리해야 할 듯하다. 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DRX에 온 뒤로 1년간 많은 일이 있었다. 다사다난했지만 즐겁게 한 해를 보냈다. 아마추어 시절에 혁규 형이 높은 벽처럼 느껴졌다. 막상 함께해보니 좋은 형이더라. 그의 수많은 커리어 중 유일한 공백을 올해 나와 팀원들이 메워줘 뜻깊은 한 해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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