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찬 집에 악어가 '깜짝'…허리케인 할퀸 플로리다 곳곳서 출몰
#. 물이 발목 높이까지 들어차는 등 홍수 피해를 본 한 집안. 전기가 나간 듯 컴컴한 집안에서 한 남성이 손전등을 켠 채 닫힌 문을 열었다. 집 안엔 입을 벌린 채 앉아있는 악어 한 마리가 있었다. 이를 본 남성은 “깜짝 놀랐다”라며 소리를 질렀다. 악어를 발견한 일행들은 “새로운 애완 악어가 생겼다”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초강력 허리케인 ‘밀턴’이 관통한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주(州) 곳곳에서 악어가 출몰해 주민을 놀라게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0일 오전 탬파의 한 가정집 현관에서 악어 한 마리가 쉬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 전날 오후 노스 포트 마이어스에서는 악어 한 마리가 홍수로 물에 잠긴 도로를 지나던 차의 타이어를 공격하기도 했다.
플로리다에는 악어가 약 130만 마리 살고 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허리케인 밀턴의 영향을 받았다. 플로리다 북부의 한 동물구조 시설에서 일하는 야생 동물 재활 전문가인 크리스 질레트는 “악어는 폭풍이 닥치면 물속에서 6시간 동안 숨을 참고 견디고, 폭풍이 걷히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홍수로 인해 울타리나 땅으로 막혀있던 곳에도 출몰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악어 출몰 소식을 전하던 미 NBC 뉴스의 한 앵커는 지난 11일 “홍수가 났을 땐 물 밖에 있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야생 동물 전문가들에 따르면 악어는 위협을 느끼면 사람을 물 수 있지만 먹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플로리다주에서 1946년부터 2022년까지 악어에게 물려 목숨을 잃은 사람은 26명으로 집계됐다.
밀턴은 지난 9일 오후 플로리다 서부 새로소타 카운티의 시에스타 키 해안에 상륙한 뒤 플로리다주를 관통했다. 상륙 당시 3등급(최고 5등급)이었던 밀턴은 90분 만에 2등급으로 위력이 약해졌지만, 시속 195㎞에 달하는 강풍과 기록적인 폭우로 적지 않은 피해를 남겼다. 세인트피터즈버그 지역에는 3시간 동안 228.6㎜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져 1000년에 한 번 있을 만한 강우량을 기록했다고 미 CNN은 전했다. 확인된 사망자는 최소 16명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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