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문 열려 있어 피해 키웠다” 부천 호텔 화재도 ‘인재’
지난 8월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부천 호텔 화재는 활짝 열려 있던 방화문, 경보기 작동 임의 차단 등 소방시설에 대한 관리 소홀이 빚어낸 전형적인 인재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부천 호텔 코보스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건축물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건물주 A씨(66), 호텔 운영자 B씨(42)와 A씨의 딸 C씨(45), 호텔 매니저 D씨(36·여) 등 4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내용의 최종 수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경찰은 화재 원인에 대해 “810호 객실의 벽걸이형 에어컨 실내기와 실외기 연결 전선에서 식별되는 아산화동 증식 과정에서 발생한 전기적 발열이 주변 가연물을 착화시키는 발화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토대로 해당 에어컨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산화동 증식이란 도체의 접촉 저항이 증가해 접촉부가 산화하면서 발열하는 현상을 말한다.
건물 소유주 A씨는 호텔 인수 1년 뒤인 2018년 5월 모든 객실의 에어컨을 교체했다. 이 호텔이 2004년 10월에 준공된 점을 감안하면 14년 만에 에어컨 교체 공사가 진행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A씨는 전체적인 배선을 교체하는 대신 기존의 노후 전선을 계속 사용했다. 당시 에어컨 설치 업자는 기존 전선의 길이가 짧은 탓에 새로운 전선을 연결하면서 절연 테이프로만 마감을 진행했다.
전기설비기술기준에 따르면 에어컨 전선은 통선 사용이 원칙이며, 불가피하게 두 전선을 결선할 경우 접촉 저항을 최소화할 각종 안전 조치를 해야 한다. 호텔 관계자들은 에어컨 A/S 기사 등으로부터 전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으나,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경찰은 모두 63개의 객실 가운데 15개 객실은 맨눈으로 볼 때도 에어컨 전선 결선 상태가 부실해 보였다고 전했다.
이번 화재가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진 점에 대해서는 자동닫힘장치, 즉 ‘도어 클로저’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점이 꼽힌다. 각 객실문은 상대적으로 방화 성능이 좋은 ‘갑종 방화문’으로 돼 있었지만, 불이 난 810호 객실문은 화재 당시 활짝 열려 있었다. 방화문은 항상 닫혀 있거나 화재 발생 시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여야 함에도 도어 클로저 미설치로 닫히지 않은 것이다. 설계 도면상에는 도어 클로저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표시돼 있으나 실제로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환기를 이유로 복도의 비상구 방화문을 ‘생수병 묶음’으로 고정해 열어둔 것도 피해를 키웠다. 경찰은 화재 직후 8층 복도의 화염과 연기가 열린 비상구 방화문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호텔 매니저 D씨는 화재 발생 직후 화재경보기가 울렸음에도 화재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경보기부터 껐다. 이후 8층으로 올라가 화재를 목격한 뒤 다시 경보기를 작동시켰으나, 이미 2분 24초가량이 지난 뒤였다. 경찰은 이 때문에 투숙객들의 대피가 상당히 지연됐다고 판단했다.
또 전 객실에 비치돼 있어야 하는 완강기는 31개 객실에서 찾아볼 수 없었고, 9개 객실의 로프 길이는 층고에 미달하는 등 피난 기구 관리도 소홀한 상태였다. 호텔 운영자 B씨는 소방안전교육을 받지도 않은 채 소방 안전관리자로서 자격을 유지했으며, 소방계획서 역시 부실하게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다만 건물에서 뛰어내린 투숙객들을 안전하게 받아내지 못하고 뒤집어지면서 사망자를 발생시킨 에어매트(공기 안전 매트) 설치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소방당국에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에어매트를 설치한 지점인 807호 바로 아래는 호텔 주차장 진입로로, 약 7도의 경사가 있고 일부 굴곡이 있어 매트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또 에어매트 설치에 관한 체계적 매뉴얼이 없는 가운데 설치 인력도 부족해 출동 경찰관까지 나선 상황이었다고 경찰은 부연했다. 다만 경찰은 구조 장비의 운용상 개선점에 대해 소방당국에 통보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부적합한 전기 배선 시공 및 방치, 방화문 등 소방시설에 대한 관리 소홀, 안전교육 미흡에 따른 화재경보기 임의 차단 행위 등이 더해져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이라며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께도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앞서 지난 8월 22일 오후 7시37분 부천시 원미구 중동 코보스 호텔 810호 객실 내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문다혜, 3차까지 술자리…“술 달라, 쾅” 식당서 쫓겨나
- “이선균에게 뜯은 3억, 사실은…” 실장 지인, 입 열었다
- “코끼리까지 먹는다” 최악 가뭄에 식량난 겪는 아프리카
- 명태균 “내가 검찰 조사 받으면 한 달 내 尹 탄핵”
- 경찰 “문다혜, 파출소 조사… 귀가 동행자는 공개 불가”
- “상견례 식사 꼭 해야 하나요” 예비부부의 고민 [사연뉴스]
- 피해자 실명·나이 그대로…‘박대성 사건 보고서’ 유출
- 곽튜브도 피식대학도 나락 간 조회수… 구글 “개입 없다”
- 파출소 가던 길, 여경 팔 뿌리치는 문다혜…음주사고 직후 [영상]
- 흑인 신부만 아빠가 없네?… 하인즈 광고에 영국 시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