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3000...YES or NO [스페셜 리포트]
국내 주식 시장이 뜨겁다. 2월 25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한국 증시 시가총액은 약 3조7600억달러(약 5353조원)로 독일과 프랑스를 넘어 세계 9위 규모로 올라섰다. 올 들어 코스피는 약 44% 상승하며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 코스피가 2300~2400선으로 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 지수가 2.5배 이상 상승했다.
올해는 코스피 온기가 코스닥까지 퍼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코스피가 76% 오르는 동안 코스닥은 36% 상승에 그쳤다. 올 들어 흐름이 달라졌다. 지난 1월 코스닥 수익률은 24.2%로 같은 기간 24% 오른 코스피를 소폭 역전했다. 설 연휴 이후에도 코스닥 랠리가 이어진다. 지난 2월 19일 코스닥이 급등하며 올 두 번째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사이드카는 선물과 현물 가격이 급격히 변동할 때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해 시장 과열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다. 국내 주요 코스닥150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2조원에서 올 1월 말 8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자금 유입이 가속화된 흐름이다.
다만 코스닥을 향한 기대와 우려가 상존한다. 정부와 여당은 ‘코스피 5000’에 이어 ‘코스닥 3000’이라는 새 목표를 세우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정부 의지와 정책 방향성은 뚜렷하지만, 중소형사 위주인 코스닥에서 아직까지 적자에 시달리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이익 추정치 상향 조정에 힘입어 상승하는 구조인 코스피와 성격이 다르다. 코스닥은 기업 이익 개선보다는 정책 기대감이 지수 상승을 견인한다. 이익 추정치 상향폭보다 주가 상승폭이 커지며 자연스럽게 가격 부담이 따른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코스닥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9배로, 지난 5년 평균인 18배를 웃돈다.
코스닥의 구조적 상승을 위해서는 시장 건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수급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단, 정책에 기대서는 안 된다. 기업과 투자자 등 시장 참여자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벤처기업이 상장 후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를 갖춘 우량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업은 물론, 벤처캐피털(VC) 등 투자 업계 노력이 뒷받침돼야 코스닥 3000 시대를 맞을 수 있을 전망이다.

액티브 ETF 등장으로 수급 개선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의지는 뚜렷하다. 코스피 5000 달성 이후 정책 드라이브가 중소·벤처기업 중심 시장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코스닥 시장 활성화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모험자본 공급 확대에 나섰다. 핵심은 벤처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유도해 코스닥 수급을 개선하고, 기업의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세제 인센티브 확대, 코스닥 벤처펀드 공모주 우선배정 비율 상향, 스케일업 펀드 조성 등이 주요 내용이다. 연구·개발(R&D) 예산을 확대해 기술 기업의 이익 체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 또한 엿보인다.
특히 정부가 향후 5년간 150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국민성장펀드가 코스닥 랠리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례 없는 규모의 정책금융 프로젝트로, 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 등 10대 국가 첨단전략 산업과 관련 생태계에 투자하는 펀드다. 특히 중소형 코스닥에 혁신 기술 기업이 다수 포진했다는 점에서 150조원 중 상당 부분이 코스닥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민성장펀드는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포진한 바이오·백신, 2차전지, 로봇 등을 지원한다”며 “중소·중견 협력사 등 코스닥 상장사에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기금과 공제회 등 장기 자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 확대 논의도 눈길을 끈다. 변동성이 큰 코스닥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기관 자금 유입은 수급 구조 개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아직 구체적 비율 조정안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정부는 벤처·중소형 성장주 투자 확대를 통해 기관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지난 2018년 코스닥 벤처펀드 도입 당시 기관 투자자 유인 확대와 스케일업 펀드 조성 등이 병행되며 단기 자금 유입 효과가 나타난 사례가 있다. 이번 정책 역시 유사한 수급 개선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자산운용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단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상품을 넘어, 산업·테마를 중심으로 펀드매니저가 수시로 투자 포트폴리오와 비중을 조정하는 액티브형 상품이 줄줄이 등장할 전망이다. 타임폴리오·삼성액티브·한화자산운용 등이 코스닥 또는 코스닥150을 비교지수로 활용하는 액티브 ETF를 선보일 계획이다. 일부는 이미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상장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시장 신뢰를 회복하려는 상장폐지 제도 개선 역시 중요한 변화다. 부실기업 퇴출을 강화하고, 기술특례상장 제도 내실화를 추진한다. 단순 재무 지표 중심의 판단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연구개발 성과 등을 종합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 개선 방안도 병행된다. 영문 공시 확대, 해외 기업의 코스닥 상장 문호 개방, 글로벌 기업설명회(IR) 지원 강화 등이 추진 과제다. 코스닥을 국내 중소형주 시장이 아닌, 아시아 혁신 기업 플랫폼으로 재정의하겠다는 목표다.


정책·이익·신뢰 3박자 맞아야
다만 아직까지 시장의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다. 중소형사가 많은 특성상 코스피에 비해 실적 가시성이 확보되지 않은 기업이 상당수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 추정치 기준 코스닥 전체에서 적자 기업은 약 42%에 달한다. 최근 코스닥 PER이 29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주당순이익(EPS)이 2배 이상 증가해야 코스닥 3000 도달이 가능할 전망이다. 지금처럼 적자 기업이 수두룩한 상황에선 EPS 2배 증가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수익성 개선과 적자 기업 퇴출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최근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발표하고, 좀비기업 퇴출을 가속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단, 정교한 설계가 없다면 성장기업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봉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도덕적 해이를 막고 좀비기업을 퇴출하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당장의 장부가치만으로 건전성을 획일적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혁신 벤처기업이 가치를 만들어내기까지 필수적인 육성 기간이 규제에 의해 박탈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퇴출 기업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VC 관계자는 “산업마다 성격이 다른데, 시장 소외주라는 이유로 정량적 수치를 일괄 적용하면 억울하게 상장폐지되는 유망 기업이 나타날 수 있다”며 “퇴출된 기업이 사유를 해소할 경우 정부가 패스트트랙으로 관리해 빠른 재상장을 돕는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코스닥 3000 조건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정책 지속성이다. 단기 부양책이 아닌, 연기금·공제회 자금의 구조적 유입과 액티브 ETF 확대 등 수급 기반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일시적 정책 모멘텀에 의존하는 상승은 변동성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둘째는 이익 체력이다. 기업 이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투자자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코스닥 상승은 일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와 바이오, 로봇 등 특정 업종에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지수 전반의 이익 추정치가 동반 상향되지 않는다면, 코스닥이 상승해도 가격 부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적자 기업 비중을 낮추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시장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회계 투명성 강화, 불성실 공시 제재, 기술특례상장 제도 보완 등을 통해 투자자 보호 장치를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혁신기업이 충분한 성장 기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부실기업은 정리하되, 미래가치가 있는 기업은 보호하는 정밀한 선별이 코스닥의 체질 개선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술 관련 기업이 많은 코스닥 시장 특성상 기업이 기술을 개발한 후 산업화 과정을 용이하게 하는 시장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며 “민간 차원에서는 성공에 대한 신뢰를 무한정으로 보낼 수 없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는 기업엔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반도체 소부장·로봇
코스닥 상승 국면에서 향후 랠리를 주도 업종으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바이오, 로봇이 거론된다.
바이오 업종에서는 알테오젠·리가켐바이오·에이비엘바이오 등이 기대주다. 기술 수출과 파이프라인 가치가 부각된다. 특히 이들 모두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에 위치하는 만큼, 수급이 개선될 때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는 이익 가시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구조적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리노공업·원익IPS·이오테크닉스·HPSP 등이 유망하다는 평가다. 글로벌 반도체 설비 투자 회복과 AI 서버 수요 확대가 이어질 경우 실적 개선이 동반될 가능성이 크다.
로봇 업종 역시 정책과 산업 패러다임 전환이 맞물리는 분야다. 휴머노이드 상용화 기대감이 확대되며 레인보우로보틱스·로보티즈 등이 주목할 만한 종목으로 꼽힌다. 정부의 첨단 제조업 육성 기조와 맞물려 중장기 성장 동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코스닥이 1400~ 150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단, 최근 국내 증시 상승 국면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추정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올해 코스닥 2000이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 상황에서 전통적인 접근 방식으로는 합리적인 코스닥 밴드를 산출하기 어렵다”며 “주식 매수 대기 자금이 여전히 남아 있고 정책 동력이 강하기 때문에 코스닥 상단을 2000선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 신뢰 회복 시급…3000선 불가능 아냐”

Q. 코스닥 시장은 코스피와 다른 접근이 필요할 텐데.
A. 이재명정부 출범 후 자본 시장 구조 개혁과 산업 정책이 맞물리며 코스피는 강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산업 대형주 중심으로 재평가 국면에 들어섰다는 판단이다. 중요한 건 이 흐름을 코스닥 중소·중견 혁신기업까지 확산시키는 일이다. 단기 실적보다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을 중심으로 평가 체계를 정교화하고, 성장 단계별 자금 공급 구조를 촘촘히 설계하는 데 정책 논의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코스닥은 혁신 생태계 저변 확대가 핵심이라고 본다.
Q. 가장 시급히 도입돼야 할 정책은 무엇인가.
A. 코스피에서 강세를 보이는 업종은 분명한 산업 성장 스토리를 갖추고 있으며, 실적 개선이 동시에 나타난다. 코스닥 역시 이런 산업 서사와 실적 가시성을 갖춘 기업이 늘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풍부한 자금과 정책 지원이 필수다. 이 관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모험자본 공급 체계의 구조적 개편이다. 정책자금이 초기 위험을 분담하고 민간자본이 후속 투자에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 제도화와 규제 샌드박스 확대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Q. 상장폐지 개혁안 세부 설계가 궁금하다.
A. 최근 시장은 실적과 산업 경쟁력이 뒷받침되는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는 구조다. 코스닥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상장폐지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 단순히 가격 기준이나 일시적 적자 여부만으로 퇴출을 결정하는 방식은 지양한다. 기술력과 수주잔고, 연구·개발(R&D) 투자, 글로벌 진출 가능성 등 미래가치를 함께 평가하는 다층적 심사 체계가 필요하다. 부실기업은 정리하되, 혁신기업은 보호하는 정밀한 제도 설계가 시장 신뢰 회복의 핵심이라고 본다.
Q. 코스닥 3000은 가능한 수치인가.
A. 코스피는 5000을 넘어 6000선을 돌파했다. 이재명정부의 산업 전략과 자본 시장 개혁이 동시에 작동하고 산업 경쟁력 회복이 뒷받침된 결과다. 코스닥 3000 역시 인공지능(AI)·바이오·2차전지·로봇 등 신산업 분야에서 실적과 글로벌 성과가 가시화된다면 중기적으로 충분히 도전 가능한 목표라고 판단한다. 다만 결과 중심보다는 산업 경쟁력과 시장 신뢰 축적이라는 본질적 접근이 중요하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이정선·장보석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9호(2026.03.04~03.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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