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도로 물 빼러 가던 소방차 삼켰다…초대형 싱크홀 쇼크, 왜
지난 21일 8시45분쯤 부산 사상구 학장동 한 도로에서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 규모의 대형 땅 꺼짐(싱크홀) 사고가 일어났다. 이날 사상구엔 300㎜ 넘는 장대비가 퍼부었고, 사고 당시에도 극한 폭우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 근방의 한 공장 앞 도로가 물에 잠겼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부산소방재난본부 소속 배수 지원 차가 싱크홀에 빠졌다.
처음엔 크기가 비교적 작아 배수 차만 우측으로 쓰러져 구덩이에 걸쳐진 상태였다. 그런데 인근을 지나던 5t 트럭 무게를 이기지 못한 듯 땅이 더 내려앉으면서 2대 모두 구덩이에 완전히 빠졌다. 당시 배수 차엔 소방대원 3명이, 트럭엔 운전자 1명이 타고 있었다. 1차 사고 때 차에서 내려 몸을 피했던 소방대원들이 뒤이어 구덩이에 빠진 트럭 운전자를 즉시 구조하면서 인명사고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지하철 공사장 옆 땅 꺼짐, 올해만 8건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짧은 시간 동안 극한 호우가 집중된 게 이 사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시민 사이에선 이 부근에서 진행되는 공사와 싱크홀 사이 연관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자동차 2대가 빠진 지난 21일 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 내려앉은 구덩이 너머로 지하에서 이뤄지고 있는 공사 현장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이는 부산교통공사가 2026년 개통을 목표로 진행 중인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이다. 2호선 사상역과 1호선 하단역 약 6.9㎞를 잇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상구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 공사 현장 주변에선 올해 들어서만 싱크홀 사고가 8건 일어났다. 지난달 20일 공사 현장에서 약 200m 떨어진 도로에서 가로ㆍ세로 5m, 깊이 3m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튿날에도 비슷한 장소에서 땅이 꺼지면서 가로 0.6m, 세로 0.9m, 깊이 1.5m 구덩이가 생겨 달리던 SUV 차량 앞바퀴가 파손되고, 운전자가 찰과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 일대 땅 꺼짐 사고는 지난 4, 5월과 7월에 각 한 건씩 발생했고 지난달엔 3건, 이달 2건 있었다. 땅 꺼짐 규모는 점점 커지는 추세다.
원인 규명 용역… 부산시는 특정감사 하기로
시민 불안감이 커지면서 공공ㆍ민간 영역에서 원인을 찾기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연이은 싱크홀 문제와 관련해 시 철도시설과와 부산교통공사를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공사 연장 적절성을 따지기 위해 예정된 특정감사에 싱크홀 문제까지 포함해 함께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감사 기간은 다음 달 21일부터 15일 동안이다.
이날 사고 현장을 찾은 박형준 부산시장은 “시민께 불안을 끼쳐 송구하다”며 “땅 꺼짐 현상 원인을 찾기 위해 철저히 조사하고, 예방과 사전 보강 조치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부산시는 사상~하단선 공사장 인근 싱크홀 사고 원인을 찾기 위해 지난달 구성된 조사위원회에 이번 땅 꺼짐 사고도 함께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위원회에는 지질ㆍ지반 건설 전문가와 대학교수 등 민ㆍ관 위원 12명이 참여한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사상~하단선 1공구 시공사는 지난달 대한토목학회에 용역을 맡겼다. 공사장 인근에서 이어지는 땅 꺼짐 현상 원인과 예방책 등을 찾는 용역으로, 오는 11월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사상구는 지표투과레이더(GPR)를 이용해 공사 현장 인근의 땅속 기반암과 매설물·동공 등을 확인하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땅 꺼짐 현상은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에서 싱크홀 사고는 805건 일어났다. 이로 인해 1명이 숨지고 34명이 다치는 등 인명 피해도 있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154건)에서 싱크홀이 가장 많이 생겼고, 광주 105건, 부산은 79건 등으로 뒤를 이었다.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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