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더미 걷어내자 뼈, 단추, 틀니... 사라진 골령골 암매장지 찾았다

심규상 2024. 10. 1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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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산내 골령골 2 학살지에서 6.25 전쟁 당시 군인과 경찰에 의해 집단 살해돼 암매장된 것으로 보이는 희생자 유해와 암매장지가 추가 확인됐다.

이 매장 구덩이는 그동안 훼손돼 사라진 것으로 보고 발굴을 포기했는데 지난봄, 극적으로 유해 일부가 드러나 지난 7일 발굴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발굴지는 골령골 8곳의 학살지 중 2 학살지로 알려진 곳이다.

그동안 발굴 과정에서 200m로 보이는 구덩이는 확인했지만, 나머지 40m 구덩이는 드러나지 않아 훼손돼 사라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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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발굴 4일째, 10m 길이 구덩이에서 유해, 유품, 탄피 ,탄두 다수 발굴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대전 산내 골령골2학살지의 암매장 추정 구덩이에서 나온 틀니. 한국 전쟁 당시 군경에게 희생된 민간인의 것으로 추정된다.
ⓒ 심규상
 대전 산내 골령골2학살지 유해발굴 4일째인 11일 한국전쟁 당시 집단 살해된 민간인들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구덩이가 드러났다. 발굴단이 흙더미를 걷어내자 희생자들 것으로 보이는 허벅지뼈, 틀니, 단추 등이 나왔다.
ⓒ 심규상
대전 산내 골령골 2 학살지에서 6.25 전쟁 당시 군인과 경찰에 의해 집단 살해돼 암매장된 것으로 보이는 희생자 유해와 암매장지가 추가 확인됐다. 이 매장 구덩이는 그동안 훼손돼 사라진 것으로 보고 발굴을 포기했는데 지난봄, 극적으로 유해 일부가 드러나 지난 7일 발굴 작업을 시작했다.

진실화해위원회와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은 지난 7일 골령골 2 학살지에서 개토제를 시작으로 11일 4일째 유해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 작업 과정에서 당시 집단 살해된 민간인들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구덩이가 약 10m가량 드러났다. 구덩이는 동남쪽 산기슭에서 남서쪽을 향해 있었다.

증언에 따르면 이 구덩이 길이는 최대 40m (폭 2-4m)였는데 현재 남아 있는 건 약 10m 정도로 보인다. 나머지는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경지정리를 하면서 훼손된 것으로 추정된다.

"군경에 희생된 보도연맹원 등으로 보인다"
 대전 산내 골령골2학살지 유해발굴 4일째인 11일 한국전쟁 당시 집단 살해된 민간인들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구덩이가 드러났다. 발굴단이 흙더미를 걷어내며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 심규상
발굴단들이 흙더미를 걷어내자마자 지표면에서 10cm부터 치아는 물론 허벅지 뼈 등 희생자 유해가 다수 드러났다. 드러난 유해만 약 7~8명으로 예상된다. 유해와 함께 여러 개의 고무신, 칫솔, 4열 단추, 버클, 틀니 등 유품이 함께 출토됐다. 가해자를 추정할 수 있는 M1 소총 탄두와 탄피, 권총 탄두와 탄피도 여러 점 나왔다.

발굴 작업을 하는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관계자는 "유품과 총알 등으로 볼 때 희생자들은 당시 군인과 경찰에 의해 희생된 보도연맹원 등 민간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발굴된 유해는 단단한 대퇴부 뼈 등 외에는 대부분 삭아 없어졌다. 확인된 구덩이 깊이도 현재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구덩이 아래쪽에 또 다른 유해가 겹겹이 더 있을 수 있지만 훼손됐을 가능성도 있다.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관계자는 " 유해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는 더 발굴 작업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 산내 골령골2학살지 유해발굴 4일째인 11일 한국전쟁 당시 집단 살해된 민간인들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구덩이가 드러났다. 발굴단이 흙더미를 걷어내자 희생자들 것으로 보이는 허벅지뼈, 틀니, 단추 등이 나왔다.
ⓒ 심규상
 대전 산내 골령골2학살지에서 발굴된 단추.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의 것으로 추정된다.
ⓒ 심규상
이번 발굴지는 골령골 8곳의 학살지 중 2 학살지로 알려진 곳이다. 2 학살지에는 2개의 구덩이가 있는데 하나는 그 길이가 200m(폭 4m, 깊이 2m)에 달하고 다른 하나는 최대 40m로 추정된다. 그동안 발굴 과정에서 200m로 보이는 구덩이는 확인했지만, 나머지 40m 구덩이는 드러나지 않아 훼손돼 사라진 것으로 예상했다.

암매장지를 확인하게 된 계기도 극적이다. 지난 4월 어느 날 전미경 대전산내희생자유족회장은 작업복 차림의 사람들이 골령골 자락을 가리키는 꿈을 꿨다. 예사롭지 않은 꿈에 전 회장은 다음날 골령골로 달려갔다. 그러자 농장주가 포크레인을 이용해 블루베리 묘목을 캐고 있었다. 꿈에 나타난 사람들이 가리킨 곳과 같은 곳이었다. 이어 묘목을 캐는 과정에서 여러 점의 유해가 드러났다.

전 회장은 "희생된 영혼들이 유해가 있는 곳으로 안내한 것 같다"며 "남아있는 유해를 모두 편안한 곳으로 모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전 산내 골령골2학살지 유해발굴 4일째인 11일 한국전쟁 당시 집단 살해된 민간인들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구덩이가 드러났다. 발굴단이 흙더미를 걷어내자 희생자들 것으로 보이는 허벅지뼈, 틀니, 단추 등이 나왔다.
ⓒ 심규상
대전 골령골은 1950년 전쟁 발발 직후 대전형무소 정치범과 국민보도연맹원 등 수천 명이 군인과 경찰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처형당한 비극의 땅이다. 골령골에서 희생된 사람만 제주 4.3, 여수·순천 사건 관련자 등을 포함해 최소 4000명에서 최대 70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023년까지 대전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는 1441구다.

정부는 애초 대전 골령골에 2020년까지 전국 희생자 추모시설, 인권 교육관 등 전시관, 숲 체험 공간, 기념탑 등을 갖춘 추모 평화공원을 준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다 2020년이 되자 다시 준공 시기를 2024년으로 늦췄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검토가 늦어지면서 지금까지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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