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건강]'실명' 위험 키우는 망막질환…젊다고 안심 불가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처럼 빛을 감지해 사물을 인식하게 해주는 중요한 기관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손상을 입을 경우 시력에 문제가 생기고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망막질환은 노화가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들어 서구화된 식습관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으로 발병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며 현대인의 실명 질환으로 간주되고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망막학회는 실명을 유발하는 4대 망막질환으로 망막박리, 당뇨망막병증, 망막정맥폐쇄, 황반변성을 꼽고 있다. 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4대 망막질환 환자 수는 2013년 52만6323명에서 2023년 110만1201명으로 10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20~49세 환자도 약 50%가 증가했다. 4대 망막질환 모두 최근 비교적 젊은 연령대의 환자 수가 증가하면서 나이와 무관하게 망막질환을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망막박리는 망막이 안구 내벽에서 분리되는 안질환이다. 망막전층에 구멍이 생기는 망막열공, 고도근시 등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젊은 층은 고도근시가 망막박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근시가 진행할수록 안구가 앞뒤로 길어지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때 망막이 당겨지고 얇아져 찢어지거나 구멍이 생기기 쉬운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또 외상이나 충격이 가해질 때도 망막박리가 발생할 수 있어 활동량이 많은 10대나 20대에서도 망막박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근시가 없다면 주로 50세 이후에 노화로 인한 유리체 액화와 유리체 박리로 인해 망막박리가 발생할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 합병증 중 하나다. 최근 당뇨병의 발병 연령이 낮아지면서 젊은 환자 사이에서 당뇨망막병증의 발생 빈도도 커지고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망막 혈관에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번 생기면 혈당이 정상으로 유지돼도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예방 및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초기에는 증상을 자각하기 어렵다. 만약 시력이 감소하거나 변시증, 비문증, 광시증 등이 느껴진다면 이미 당뇨망막병증이 많이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뇨병이 있다면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안과에 내원해 검진받는 게 좋다.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병 등 현대인의 생활 습관과 밀접한 전신질환이 있다면 혈관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망막혈관폐쇄를 주의할 필요성이 있다. 이 중 망막정맥폐쇄는 정맥 혈관에 순환장애가 발생해 출혈과 부종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시야가 흐려지거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일 수 있고,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을 일으켜 유리체 출혈이나 신생혈관녹내장 같은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 녹내장과 더불어 3대 실명 질환 중 하나로 꼽히는 황반변성은 주로 노화로 인해 생기지만 가족력, 흡연, 자외선 등도 황반 손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노화 과정에서 황반에 노폐물이 쌓여 점차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으로 습성 황반변성은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형성되어 출혈과 망막이 붓는 증상도 동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조기 진단 및 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이 같은 망막질환은 현대인의 생활 습관 및 서구화된 식습관과 같은 환경 요인과 기대수명의 증가로 인한 고령화로 전 연령에서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컴퓨터 등 각종 전자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며 생기는 눈의 피로감이나 스트레스, 강한 햇빛, 대사질환 등 다양한 요인도 망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망막은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되지 않고, 초기에는 증상을 자각하기 어려운 만큼 눈의 피로나 이상 증상을 느낀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즉시 안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
유영주 김안과병원 망막병원 전문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며 보는 기능을 관리하는 것은 삶의 질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라며 “실명을 초래할 수 있는 망막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나이와 관계없이 1년에 한 번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시행하고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건강한 눈을 오래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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