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해연 시티핸즈캄퍼니 대표

먹고 마시는 방식을 혁신하다

사진=월간 아웃도어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매의 눈. 사람들의 먹고 마시는 일상이 더 혁신되기를 바라는 시티핸즈캄퍼니의 유해연 대표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한다.

한국에서 시티핸즈캄퍼니의 발자취가 오랜 시간 이어졌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외환은행 본점에 취업해 일을 하다 바른손 팬시에 입사에 잡화 무역을 담당했어요. 무역 실무는 한국외환은행에서 배우고, 잡화 무역 실무는 바른손 팬시에서 배운 셈이죠. 서른 살에 처음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젊은 시기다 보니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이 처음에는 흥하다 장렬하게 전사했죠.(웃음) 그 후 베트남으로 넘어가 미국 식품회사의 지사장을 7년간 했습니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고, 98년 즈음에는 동남아에 환율 대란이 일어나면서 많은 회사들이 문을 닫았죠. 제가 몸담던 회사도 사업을 정리하면서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돌아와서 1~2년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뭘 하고 살아야 하나’, ‘내가 잘 하는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 통렬하게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그래, 나는 젊은 시절부터 등반과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고 아웃도어 장비에 관심이 많았지. 내가 잘 하는 것은 뭐지? 물건을 수입하고 판매하는 무역, 그리고 영어도 좀 하지. 아! 아웃도어 장비를 수입해서 국내에 유통하면 되겠구나. 이런 결론에 도달했죠. 그렇게 시티핸즈캄퍼니를 시작한 게 2002년입니다.

사진=월간 아웃도어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후 우여곡절이 참 많았습니다. 시티핸즈캄퍼니의 시작은 어땠나요.
아주 작은 잡화들로 시작했죠. 듣보잡 회사에 주요 브랜드들이 덜컥 물건을 주진 않으니까요. 그렇다 좀 더 가치 있는 브랜드를 만난 게 <기어에이드>에요. 지금까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브랜드죠. 당시 기어에이드의 고어텍스 발수제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아이템이었어요. 경쟁사 제품들이 당시에는 국내에 거의 들어오지 않을 때라 기어에이드 제품이 많이 팔렸죠. 또 고어코리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함께 마케팅을 많이 했어요. 고어텍스 재킷을 구입하면 기어에이드 발수제를 제공한다든지 하는 이벤트죠.

보온병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사업을 하다 보면 비즈니스에 관한 고민이 끝이 없어요. ‘어떤 제품이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할 수밖에 없죠. 지금도 그렇지만 사업을 시작한 초창기에도 보온병은 등산객들의 필수품이에요. 특히 한국에서는 산에서 화식이 거의 불가능하다 보니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담아 가야 컵라면이라도 하나 먹을 수 있는 거죠. 당시에 산에 좀 다닌다는 이들은 거의 써모스 보온병을 썼어요. 운 좋게 국내 아웃도어 유통가에 써모스 제품을 공급하는 일을 저희가 맡게 됐죠. 마침 그 당시 써모스에서 등산용 전문 보온병을 출시했는데, 그 제품이 정말 대박을 쳤어요. 2004~2005년경일 거예요.
하지만 써모스와 인연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만난 인연이 스탠리에요. 당시 미국에 출장 다니면서 유심히 봐오던 브랜드였죠. 그리고 스탠리와 15년을 함께 했습니다.

스탠리와의 오랜 인연이 끝나면서 많이 아쉬웠을 것 같습니다.
스탠리를 처음 들여왔을 때도 쉽지는 않았어요. “왜 이렇게 투박하냐” 타박도 많이 들었죠. 생산공장이 바뀌면서 우리한테 그동안 쌓인 불량 재고를 넘기는 일도 있었죠. 또 마트용 제품을 따로 만들기도 하면서 사업적으로 쉽지 않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그래도 15년간 스탠리에 집중하면서 사업을 진행했어요. 그러다 보니 진주 같은 브랜드들을 활성화시키지 못하고 스탠리에만 매달린 것도 사실이에요. 지난해 스탠리와의 계약이 끝나면서 큰 매출이 빠져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동안 등한시했던 브랜드들을 돌아보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좋은 면도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B2BBusiness to Business를 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생산 원가는 오르고, 그렇다고 소비자가격을 계속 올릴 수는 없으니까요. 비용이 문제에요. 가격을 확 낮추니 리테일러의 마진이 거의 없어요. 유통을 거치기보다는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 선호되는 것 같아요. 브랜드가 직접 오프라인에 팝업스토어를 열거나 프로모션을 하면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을 선호하죠. 이제 대세는 B2CBusiness to costomer에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사업하기 힘든 시기입니다. 변화된 환경에 맞게 다시 빌드업해야죠.

식음료, 리페어, 캠핑 등 전문적인 분야에 특화된 브랜드들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시티핸즈캄퍼니가 브랜드를 선택하는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얼마나 혁신적인가. 둘째는 아웃도어 상품이지만 일상생활에서 확장성이 있는가. 반대로 일상 용품이지만 아웃도어 활동에 활용 가능한가. 마지막은 꼭 필요한 상품인가. 비슷한 용도의 상품이 시장에 널렸다면 이런 브랜드는 하지 않습니다.

사진=월간 아웃도어

현재 시티핸즈캄퍼니가 취급하는 브랜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대략 20개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어요. 그 중에서 가장 주력으로 생각하는 브랜드는 스위스 보틀 브랜드 지그SIGG, 일본의 쿨러 시마노SHIMANO, 미국의 쿨러 이글루IGLOO 세 가지입니다. 향후 회사 매출에 가장 큰 동력이 될 브랜드들이죠.
지그는 스탠리 이후 새롭게 전개하는 텀블러 브랜드에요. 상품 개발이나 마케팅에도 저희가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신상품 개발에도 참여하고요. 지그의 모기업이 중국의 하얼스라는 회사인데, 전 세계 최대의 텀블러 제조사죠. 지난해 매출만 4조5천억을 거뒀을 만큼 주요 브랜드 텀블러의 상당수를 만들고 있어요. 가장 최신의 기술력을 모두 보유하고 있죠. 텀블러를 만드는 기술은 최고인데 브랜드가 없다 보니 지그를 인수하게 됐어요. 세계에서 제일 크고 첨단화된 공장이 백업 세력이다 보니 한국에서 원하는 제품도 최우선으로 만들어주죠.
올 연말에는 지그에서 산악용 보온병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알파인 스타’죠. 그동안 국내 산악용 보온병 시장은 써모스가 장악하고 있었는데 그 대항마로 기대가 큽니다. 그동안 보온병을 취급하며 제가 오랫동안 꿈꿔오던 기능성, 월등한 스펙을 총망라한 제품이에요. 엄청난 반응이 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탠리와 지그, 브랜드 이미지가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스탠리가 40대 남성 마초 느낌이었다면 지그는 20대 젊은 도회지 남녀 느낌이죠. 타깃층의 포지션이 좀 달라요. 물론 스탠리도 지금은 과거의 스탠리가 아닙니다. 미국의 하비 그룹이 인수한 이후 브랜드 포지셔닝을 완전히 바꿨어요. 하이드레이션은 현대인들의 영원한 숙제입니다. 텀블러는 필수 아이템이죠. 스탠리는 과거의 아웃도어 이미지를 버리고 최고급 명품 하이드레이션 기어를 만드는 브랜드로 탈바꿈했어요. 패셔너블한 아이템을 위해 디자인도 고급화하고 컬러도 화사해졌죠. 더 이상 아웃도어 기어는 아닙니다.
지그는 굉장히 스포티하고 젊은 감각을 드러내요. 여성지향적인 제품이 많죠.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주니 국내에 적합한 제품을 따로 발주하기도 합니다.

같은 쿨러지만 시마노와 이글루도 다를 것 같은데요

시마노는 쿨러로만 따지면 전 세계 최고의 품질이라고 자부합니다. 압도적이죠. 원래 시마노 하면 자전거 용품 브랜드로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지만 최고의 낚시 장비로도 유명해요. 낚시 용품 사업을 계속하면서 쿨러 쪽도 꾸준히 만들어 왔죠. 그동안 발전시켜 온 노하우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아웃도어용 쿨러를 제작했어요.
미국의 이글루는 시마노에 비하면 기능성은 좀 떨어집니다. 시마노가 국가대표급이라면 이글루는 아마추어랄까요. 하지만 범용성과 대중성 면에서 이글루의 쿨러는 경쟁력이 충분합니다. 가성비 좋은 제품을 제작해 많이 팔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죠. 올여름 한국이 무척 더웠잖아요.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날씨가 더 더워진다고 하니 비단 아웃도어나 캠핑 같은 활동이 아니라도 일상생활에서 쿨러 사용이 늘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이글루는 좋은 대안이죠.

오랜 시간 아웃도어 업계를 지켜봐온 사람으로서 현재 한국의 아웃도어 산업은 어떠한가요.
10년 전만 해도 전 국민이 등산용 재킷을 입고 산과 도심에 출몰했어요. 그에 비해 지금은 처참하죠. 이제 아웃도어 시장이 굉장히 세분화됐어요. 특정 아웃도어 종목에 집중하던 시대에서 다양한 활동과 영역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이 나뉘었죠. 또 아예 초고가 상품, 또는 가성비 상품으로 양극화됐어요. 어중간한 브랜드, 가격대의 제품이 살아남기 힘들어요. 우리 같은 수입업체들은 브랜드마다, 분야마다 마케팅 영역을 쪼개서 진행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상품을 취사선택할 때 ‘모든 영역을 공통적으로 아우르는 품목은 무엇일까’ 고민하죠.

소비자들의 취향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그래도 아웃도어 활동에서 먹고 마시는 게 빠지진 않죠. 여기에 필요한 상품을 찾아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더불어 혁신적인 방식을 제안하기 위해 고민합니다. 야외에서 커피를 즐기는 방식을 혁신하고, 맥주를 마시는 방식을 혁신하고, 라면을 먹는 방식을 혁신하는 것. 항상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나가려고 합니다.
환경적인 고민도 아웃도어 기업이라면 필수죠. 그동안 스탠리를 앞세워 다양한 친환경 마케팅과 이벤트를 진행해왔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문제죠. <라이트 마이 파이어>라는 브랜드를 오랜 시간 전개해왔습니다. 본사에서 환경적인 문제를 고민한 끝에 대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 식기들을 홈 파티나 모임 등에 대여해주는 거죠. 한국에서도 곧 시작해보려고 해요. 비용도 일회용품을 사는 정도로 책정해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사진=월간 아웃도어

회사를 경영하면서 중시하는 경영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직원 복지, 환경보존, 사회적 기여. 이렇게 세 가지를 지키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웃도어 기업으로서의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히말라야 클라이머 36명 서포트, 설악산 다큐 제작 지원, 스탠리와 함께한 ‘에코캠퍼, 페어캠퍼’ 캠페인, 울주산악영화제 후원, 홀트아동복지회 기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과 기부를 지속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지그 이름으로 해외 원정을 떠나는 대학산악부에 후원하는 일도 진행하고 있어요.

앞으로 시티핸즈캄퍼니의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아웃도어에서 식음료를 즐기는 방식을 혁신해 나가고,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는 것. 또 올 연말에 출시를 앞두고 있는 지그의 전문 등산용 보온병 ‘알파인 스타’를 국내 아웃도어 마니아들에게 소개하는 것. 가시적으로는 이 일들을 잘 해내고 싶습니다.
새로운 영역에 대한 고민은 저의 숙제이자 습관입니다. 그렇게 발견한 것이 ‘베란다 아웃도어’죠.(웃음) 제가 만들어낸 말인데, 집 베란다에서 취미로 화분을 몇 개 키워 스몰 가드닝을 즐기고, 이 식물들을 캠핑이나 피크닉을 나설 때 반려식물로 들고 가 테이블 위에 세팅하는 것도 하나의 문화가 됐어요. 이렇게 새로운 트렌드를 세팅하는 것 역시 우리가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장비 수선도 우리가 20년간 꾸준히 해온 사업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최근에 와서야 꽃을 피웠어요. 코로나19 이후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지고 있던 옷과 장비를 고쳐 입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커졌죠. 또 캠핑 장비, 특히 텐트 같은 경우 오래 사용하다보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이럴 때 필요한 게 기어에이드의 수선패치죠. 이러한 브랜드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려나갈 생각입니다.

사진=월간 아웃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