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사저, 3남이 팔고 2남 측이 되산다…국민 모금으로 재매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서울 동교동 사저가 다시 팔린다. DJ의 3남 김홍걸 전 의원이 사업가에 매각한 지 두 달여 만이다.
김대중재단(사단법인 김대중기념사업회)은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DJ 사저 현 소유주인 ‘퍼스트커피랩’ 대표 박천기(51) 씨와 매매협약을 맺었다. 재단에 사저 매입 우선권을 주는 게 골자다. 매매가는 기존 매매가(약 100억원)에 더해 취득세와 등록세 등 부대비용을 합산해 산정한다. 매각 시점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재단은 사저를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배기선 재단 사무총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추후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서 (사저 매입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을 시작할 것”이라며 “우선 재단부터 솔선수범하기로 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동참을 약속한 만큼 정치권도 두루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자금이 마련돼 매매 계약이 체결되면 김홍걸 전 의원이 지난 7월 24일 매각한 동교동 사저를 재단 측이 두 달 만에 되사는 상황이 된다. 재단에는 DJ 차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부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결국 DJ 부부의 사저를 상속자인 3남이 팔고, 제3자를 거쳐 DJ 2남이 속한 재단 측이 다시 사는 구조가 된다. 정치권에서는 “사저를 놓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재산 싸움을 하던 형제가 사실상 국민 돈으로 집안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애초 형제가 싸우지 말고 곧바로 사저를 기념관으로 만들었으면 될 일 아니냐”며 “결국 DJ 부부의 유산은 유산대로 챙기고, 기념관을 만드는 일은 국민에게 손을 벌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두 형제의 알력은 2019년 6월 DJ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서거하면서 시작됐다. 이 여사는 자신의 소유하던 사저와 관련해 유언장에 “만약 지자체와 후원자가 매입해 기념관으로 사용하면 보상금의 3분의 1은 김대중기념사업회에 기부하며, 나머지 3분의 2는 김홍일·홍업·홍걸에게 균등하게 나눈다”고 남겼다.
문제는 기대했던 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서 생겨났다. 서울시가 사저를 공공매입 후 기념관으로 활용하길 바랐지만, 서울시가 심의 끝에 공공매입안을 부결했기 때문이다. 사저는 2002년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 지은 지 50년이 지나야 한다는 공공매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거기에 민법상 유일한 친자인 김홍걸 전 의원이 사저를 상속하게 되면서 발생한 상속세 17억원도 발목을 잡았다. 상속세 체납 등에 따른 근저당권(채권최고액 약 24억원)이 있어 서울시가 공공매입에 난색을 보인 것이다.
김홍걸 전 의원 측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공공매입이 안 되니 매입할 기업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며 “상속세 문제로 시달릴 때까지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아 발만 동동 굴렀다”고 했다.
반면 김홍업 이사장 측은 “2년 전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매입을 타진하는 등 노력을 마다치 않았다”며 “셋째(홍걸) 쪽이 사저의 일방적인 상속을 주장해왔고, 이번 매각도 둘째 형과 구체적인 상의 없이 한 게 더 문제”라고 반박했다. 둘은 2020년에도 사저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홍업)과 이의신청(홍걸)을 하는 등 법적 분쟁을 벌인 적이 있다. 지난해에는 김홍업 이사장의 주도로 재단 측이 매입을 추진했지만 김홍걸 전 의원과 매매가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거래가 불발됐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형제 사이에 전후 사정이 있겠지만, 국민 눈에는 ‘위대한 DJ의 두 아들이 아버지의 유산을 왜 스스로 지키지 못했냐’는 의구심이 클 것”이라며 “국민 모금이 충분히 잘 될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정치권이 매입자 박씨를 지나치게 압박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적지 않게 나온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형제가 동교동 사저를 놓고 분쟁을 벌일 때 민주당은 뭘 했느냐”며 “민주당이 자신의 역사적 뿌리도 지키지 못하면서 결국 국민에게 손을 벌리는 모습에 국민도 치를 떨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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