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실형 직전 잠적한 237억 사기범…자녀 하굣길에 딱 걸렸다

이영근 2024. 10. 1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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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형 선고 직전 잠적한 237억 원대 사기범이 1년 2개월 만에 검찰에 붙잡혔다.

대구지검은 사기·유사수신 등 혐의를 받는 서모(51)씨를 제주도에서 지난달 말 검거했다고 14일 밝혔다. 서씨는 2013~2016년 “검증된 기술을 보유한 아이카이스트에 투자하면 원금을 보장하고 연 30%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고 투자자 104명으로부터 237억1772원 가량의 투자금을 모았다. 서씨는 투자 수익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고 이 돈을 주식 투자 등에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2021년 6월 불구속기소됐다. 서씨는 사기·폭행·음주운전 등 전과 13범이기도 했다.

대구 수성구 대구지검 청사 전경. 김정석 기자


그러나 서씨는 선고 기일인 지난해 7월 21일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선고 재판은 7차례나 연기된 끝에 지난 7월 10일 궐석 재판으로 진행됐다. 당시 재판부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3년에 1년 6개월을 더한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일종의 ‘괘씸죄’였다.

선고 직후 대구지검 공판과 소속 자유형 미집행자 및 불출석 피고인 전담검거팀은 추적에 나섰다. 자유형 미집행자란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기 전 도주한 사람을 말한다. 5명의 수사관으로 구성된 검거팀은 서씨 주변인부터 탐문했다. 실제 서씨가 차명폰으로 한 인물과 연락을 주고받은 흔적을 발견했다. 하지만 실시간 위치를 파악하기 직전 해당 번호가 사용 중지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검찰 관계자는 “서씨가 불안했는지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가며 수사망을 피했다”고 말했다.

검거팀은 포기하지 않았다. 연락을 한 지인의 과거 통화 내역, 카카오톡 로그 기록 등을 다시 분석해 서씨와 그의 가족이 제주도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곧장 제주도로 건너간 검거팀은 서씨 집 앞에 잠복했다. 하지만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검거팀이 “공(空)칠 것 같다”고 우려하던 무렵, 차 한 대가 서씨 집 앞에 멈췄다. 차에선 서씨 자녀로 보이는 한 아동이 내렸다. 검거팀은 시동을 걸고 차를 추격했다. 아동이 내린 집 근처의 한 펜션으로 들어간 차에선 익숙한 실루엣의 중년 남성이 하차했다. 서씨였다.

김영옥 기자


서씨는 가족이 사는 주거지와 펜션을 오가며 은신 중이었다. 체포된 서씨는 그 길로 제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오는 11월 1일 대구지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피해자 문모(44)씨는 “서씨가 투자금을 편취한 2016년부터 지금까지 가족을 부양하고 변호사비를 쓰고 다닌 은닉 자금의 정체를 검찰이 추가로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불출석 피고인 구속영장 발부 건수는 1만611건(중복 발부 포함)에 이른다. 검찰이 직접 자유형 미집행자와 불출석 피고인 검거 활동에 나선 배경이다. 2022년 12월 전국 검찰청마다 불출석 피고인 검거 업무 담당 부서 및 담당자를 지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검거 인원은 1242명에 불과하다. 고질적 인력난에 검거율이 다소 낮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부장판사 출신 윤지상 변호사(법무법인 존재)는 “관련 인력을 보강하는 한편, 불출석 피고인 검거 실적에 가점을 주는 등 보상이 있어야 적극적인 검거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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