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은 줄었는데…"너무 빨라서 문제" 이 병, 2배 늘었다

정심교 기자 2024. 11. 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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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최근 자궁경부암은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과 국가 검진이 활성화로 환자 수가 줄고 있는데, 자궁경부암 전(前) 단계인 '자궁경부이형성증'은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궁 경부(입구)에 생기는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이하 HPV) 감염이 주요 원인이다. HPV에 감염되면 사람(人)의 젖꼭지(유두) 모양의 병변이 생긴다고 해서 인유두종바이러스로 이름 붙여졌는데,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궁경부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변형되는 질환이 자궁경부이형성증이다. 자궁경부이형성증은 1~3단계로 나뉘며, 치료하지 않으면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산부인과 경민선 교수는 2009~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통해 15세 이상 자궁경부이형성증 환자 3만5000명을 분석한 내용을 최근 대한부인종양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국내 자궁경부이형성증 환자는 2009년 1000명당 3.74명에서 2018년 8명으로 10년간 2.14배 증가했다. 특히 10년간 매년 모든 연령대에서 지속해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궁경부암 신규 환자 수는 2009년 3849명에서 2018년 3550명으로 8% 감소했다.

자궁경부이형성증 평균 발생률은 1000명당 5.63명이었고, 연령대별로는 30~34세가 8.53명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45~49세 8.24명, 40~44세 8.08명, 35~39세 8.07명 순이었다. 경민선 교수는 자궁경부이형성증 발생률의 증가 원인으로 ▲첫 성 경험의 나이 감소 ▲활발한 성생활 증가 ▲국가 암 검진 확대로 자궁경부암으로 가기 전 이형성증 단계에서의 진단 증가 ▲HPV 백신 도입으로 인한 인식 개선 및 자궁경부암 세포검사 기회의 증가를 꼽았다.

기저질환이 많을수록,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자궁경부이형성증 발생률의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HPV는 감염돼도 대부분 2년 안에 자연적으로 사라지지만 10%가량은 남아있어 자궁경부이형성증을 유발한다. 경민선 교수는 "기저질환이 많을수록 HPV가 사라지지 않고 자궁경부이형성증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저질환이 많거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을 기회가 더 많아, 자궁경부암 발생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궁경부암 검진율이 낮은 것도 자궁경부이형성증 발생률이 증가한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우리나라는 20세 이상의 경우 2년 주기로 무료로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자궁경부암 검진 확대에도 불구하고 2020년 기준 국내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절반이 조금 넘는 56%였고, 특히 30세 이하의 검진율은 20%에 불과했다.

또 12세 이하는 무료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자궁경부암은 유일하게 '원인'(HPV)이 밝혀진 암으로,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으면 80~90%는 예방할 수 있다. 백신은 바이러스에 걸린 뒤에 접종하면 효과가 없기 때문에 일찍 맞을수록 좋다. 자궁경부암은 20~30대 청년층에서도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데, 젊은 나이일수록 암이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자궁경부이형성증 1단계에서는 대부분 경과를 관찰하지만, 2단계부터는 자궁경부를 원추 모양으로 절제하는 원추절제술을 받게 된다. 원추절제술을 받으면 임신 중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인한 조산 위험이 10~15% 증가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임신 초기에 자궁경부를 묶는 예방적 봉축술을 시행해 조산을 예방하고 있다.

경민선 교수는 "자궁경부암이 줄어들었지만 전 단계인 자궁경부이형성증이 계속 는다는 건 주의해야 한다는 신호"라며 "2010년부터 적극적인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지만 10년간의 장기 조사 결과, 자궁경부이형성증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발표한 장기간의 자궁경부이형성증 데이터 분석 결과는 향후 자궁경부암의 발생률을 예측하고 2016년 이후 시작한 국가백신사업의 효과를 평가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자궁경부이형성증 예방을 위해서는 자궁경부암 검진율을 높이고, HPV 감염에 취약한 기저질환이 있는 여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정기 검진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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