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 왕국' 구축한 BNK, 골밑 약점은 숙제

양형석 2024. 4. 2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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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24일 FA진안의 보상선수로 리그 정상급 가드 신지현 지명

[양형석 기자]

여자프로농구에 또 한 번의 '선수 대이동'이 일어났다. 이번엔 FA 보상선수였다.

한국여자농구연맹은 2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FA로 팀을 옮긴 8명에 대한 보상선수 7명의 명단을 발표했다(삼성생명은 박혜미 보상선수로 현금 선택). 하나원큐의 신지현이 BNK 썸으로 이적했고 BNK의 포워드 한엄지와 신한은행 에스버드의 이다연, KB스타즈의 김예진은 우리은행 우리WON으로 팀을 옮겼다. 이번 시즌 진안과 김한별(은퇴)의 백업으로 활약했던 BNK의 박성진은 김소니아의 보상선수로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게 됐다.

FA 이적과 보상선수 지명을 통해 선수단에 가장 큰 변화가 생긴 팀은 역시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이다. FA시장에서 박혜진(BNK)과 최이샘(신한은행), 나윤정(KB)이 팀을 떠난 우리은행은 보상선수로 한엄지와 이다연, 김예진 등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을 영입하며 본격적인 리빌딩에 돌입했다. 그리고 BNK는 국가대표 가드 신지현을 영입하면서 안혜지와 이소희, 박혜진, 신지현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가드왕국'을 구축하게 됐다.

최하위 추락 후 공격적인 투자 단행
 
 2013년부터 하나원큐에서만 11시즌 동안 활약한 신지현은 다음 시즌부터 BNK의 유니폼을 입을 예정이다.
ⓒ 하나원큐 농구단
 
2019-2020 시즌이 끝나고 한국여자농구연맹에서 외국인선수 제도를 폐지하면서 BNK는 주전센터 진안의 부담이 부쩍 커졌다. BNK는 2020-2021 시즌 진안이 9.93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분전했지만 BNK는 팀 리바운드에서 공동 최하위(37.9개)에 머물며 외국인 선수가 없는 높이의 한계를 실감했다. BNK는 박정은 감독이 부임한 2021년 비 시즌에 FA 강아정을 영입하고 트레이드를 통해 혼혈선수 김한별을 영입하는 투자를 단행했다.

강아정과 김한별이 가세하면서 진안의 부담이 줄어든 BNK는 2021-2022 시즌 팀 리바운드 2위(40.9개)를 기록하며 골밑 전력이 부쩍 강해졌고 창단 첫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기쁨을 누렸다. BNK는 FA로 영입한 강아정이 한 시즌 만에 은퇴하는 악재가 있었지만 FA시장에서 180cm의 장신 포워드 한엄지를 영입하면서 전력약화를 최소화했다. 그리고 BNK의 꾸준한 전력보강은 2022-2023 시즌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BNK는 진안과 안혜지, 이소희로 이어지는 '20대 트리오'가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맏언니 김한별이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과시하면서 창단 후 처음으로 챔프전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챔프전에서는 김단비가 가세한 우리은행에게 3연패를 당했지만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BNK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한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하지만 박정은 감독 부임 이후 성장을 거듭하던 BNK는 이번 시즌 믿기 힘든 추락을 경험했다.

BNK는 작년 12월 20일 우리은행전부터 올해 2월 14일 KB전까지 13연패를 당하는 부진 끝에 2020-2021 시즌에 이어 창단 후 두 번째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시즌엔 지난 시즌 준우승의 기세를 몰아 내심 우승까지 노리던 시즌이었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컸다. 세 시즌 연속 어시스트 여왕에 등극한 안혜지도, 박지수(KB,1283.90점)에 이어 공헌도 2위(974.40점)를 기록한 진안도 BNK의 최하위 추락은 막지 못했다.

BNK는 지난 12일 FA자격을 얻은 진안이 하나원큐로 이적하면서 다음 시즌 더욱 큰 전력약화가 예상됐다. 하지만 BNK는 2차 시장이 열리자 화끈한 투자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BNK는 우리은행의 박혜진과 신한은행의 김소니아를 영입한 데 이어 내부 FA 안혜지까지 잔류시켰다. BNK는 이에 그치지 않고 24일 진안의 보상선수로 하나원큐의 에이스이자 프랜차이즈스타 신지현까지 영입하며 '가드왕국'을 구축했다.

진안-김한별-한엄지 모두 떠난 BNK
 
 지난 2월28일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시즌 최종전은 결과적으로 김한별의 은퇴경기가 됐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BNK는 이번 시즌에도 안혜지와 이소희로 이어지는 젊고 빠른 가드진을 보유하고 있었다. 실제로 안혜지와 이소희는 이번 시즌 25.76득점9.5리바운드10.32어시스트2.08스틸을 합작했다. 안혜지의 자유투 성공률이 54.5%에 불과했고 지난 시즌 37.6%였던 이소희의 3점슛 성공률이 27.4%로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만 안혜지와 이소희는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젊고 위협적인 가드 콤비다.

BNK는 젊고 빠르지만 노련함이 다소 부족하고 수비에서 약점이 있는 두 선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승반지만 9개를 보유한 베테랑 가드 박혜진을 영입했다. 여기에 진안의 보상선수로 2020-2021 시즌과 2021-2022 시즌 정규리그 베스트5에 선정됐던 신지현까지 영입하면서 BNK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가드진을 구축하게 됐다. 박정은 감독은 다음 시즌 리그 정상급 가드 4명의 출전시간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BNK가 당장 다음 시즌 우승후보 0순위로 떠올랐다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주전센터 진안이 하나원큐로 이적한 데 이어 여전히 골밑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보였던 김한별마저 현역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BNK는 박혜진과 김소니아의 보상선수로 180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국가대표 출신 포워드 한엄지와 2004년생으로 성장가능성이 풍부한 185cm의 센터 박성진이 각각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으로 이적했다.

BNK는 FA 이적과 보상선수, 현역 은퇴로 이번 시즌 팀 내 출전 시간 2위,4위,5위를 기록했던 진안과 한엄지, 김한별이 모두 빠지게 됐다. 실제로 BNK는 포워드 및 센터 포지션의 선수 중에서 출전시간 20분 이상을 기록했던 선수가 아무도 남지 않았다. 향후 트레이드나 아시아쿼터를 통해 파워포워드 또는 센터 자원을 데려오지 못한다면 BNK는 다음 시즌 4명의 가드에 김소니아가 골밑을 지키는 '극단적인 스몰라인업'을 가동하게 될 수도 있다.

지난 챔프전에서 정통센터가 없는 우리은행이 박지수가 버틴 KB를 꺾은 것처럼 현대농구에서는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 스몰포워드, 파워포워드, 센터로 구성된 전통적인 포지션의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다. 하지만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팀이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간다는 격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어쩌면 '역대 최고'일 수도 있는 가드진을 구축한 BNK에게 골밑보강은 개막 전까지 박정은 감독과 BNK 구단에게 주어진 숙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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