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7년 목포를 배경으로 보물선을 둘러싼 치열한 사기극을 그린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이하 <파인>). 류승룡, 양세종, 임수정 등 쟁쟁한 배우들이 중심을 이끌었지만, 매회 등장할 때마다 시선을 빼앗은 ‘신 스틸러’들이 있었다. 바로 덕산 역의 권동호, 복근 역의 김진욱, 김코치 역의 원현준이다. 개성 넘치는 사투리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작품에 리얼리티를 더한 이들은 드라마의 몰입도를 책임지며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작품을 통해 새롭게 조명받은 세 배우의 이력과 매력을 들여다본다.
권동호 (덕산 역)
'덕비에르 바르뎀'의 탄생

양할멈의 아들이자 프로레슬링 연습생인 김덕산을 연기한 권동호는 등장과 동시에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어머니에게 사기를 친 김교수를 잡으러 목포로 향하며 사건의 한복판에 휘말리는 덕산은 무뚝뚝한 말투 뒤에 날카로운 직감과 추진력을 숨긴 캐릭터다. 덕분에 온라인에서는 그를 ‘덕비에르 바르뎀’이라 부르며 밈이 확산되기도 했다.

종영 소감에서 권동호는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사랑 덕분에 매 순간이 행복했다”며 “덕산을 쓸쓸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함께한 배우와 스태프들, 특히 부산팀 ‘극강체육관’을 향한 진심 어린 애정도 덧붙였다.

최근 그는 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고 새 프로필을 공개했는데 덕산의 거친 이미지와는 다른 세련되고 부드러운 매력으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다. 키 189cm의 장신에 체중 감량으로 더욱 날렵해진 비주얼이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한다.

사실 권동호는 공연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다. 그런 그가 드라마에 첫선을 보인 작품이 바로 <사랑의 불시착>이다. 윤세리(손예진)의 회사 구매팀장으로 출연해 무심하지만 섬세한 모습으로 세리와 리정혁(현빈)과 함께한 코믹 연기로 호평받았고, <라켓소년단>에서는 대학 시절 코치로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보이스4>에서는 요양원 직원으로 분해 불법 염전 착취와 고려장 유기까지 저지르는 악역을 섬뜩하게 소화했다.
ㅣ
김진욱 (복근 역)
연극 연출에서 다시 연기로

첫 등장부터 교도소 접견실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은 이복근. 보물선의 위치를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자, 사건 전개의 ‘키맨’이다. 빡빡머리에 차진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복근이는 “진짜 교도소 출신 같다”는 농담 섞인 반응을 끌어내며 작품의 신 스틸러로 떠올랐다.

이 복근이를 연기한 김진욱은 사실 20년 가까이 연극 무대에서 연출로 현장을 지켜온 공연계 베테랑이다. 2006년 연극 <춘천, 거기>로 데뷔했지만, 2013년 <아가> 이후로는 극단 ‘웃어’의 연출가로 자리 잡으며 대학로에서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의 무대를 보아온 동료 허동원 배우의 강력한 추천이 없었다면, 다시 브라운관에서 그를 만나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김진욱은 스포티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예전 배우 프로필을 지워버렸을 정도로 연출에 집중했는데, 다시 연기를 할 줄은 몰랐다”며 <파인> 오디션 당시를 회상했다. 오디션 영상에서 대본을 슬쩍 보며 느릿느릿 말하던 연기가 오히려 캐릭터와 맞아떨어졌고, 강윤성 감독은 그의 해석을 전폭 지지했다. 결국 복근이는 그렇게 탄생했다. 삭발 또한 현장에서 1초의 고민 없이 결정한 선택이었다. 긴 머리를 잘라낸 순간,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캐릭터가 완성됐다.

시청자 반응은 뜨거웠다. “찐이다”,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났냐”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실제 목포 출신이지만 5살까지 살다 서울로 간 터라 그는 동료 배우들의 도움을 받아 사투리를 다듬으며 디테일을 살렸고, 현장에서 류승룡·김의성 등 선배들의 배려 속에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파인> 종영 후 그는 “이렇게 많은 연락을 받아본 건 처음”이라며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ㅣ
원현준 (김코치 역)
부산 사투리로 완성한 카리스마

원현준은 덕산이 다니는 레슬링 도장의 김코치를 연기했다. 김코치는 단순한 지도자가 아니라 상인들을 상대로 돈을 갈취하는 건달의 이중성을 지닌 인물이다. “레슬링은 맞는 걸 잘해야 한다”라며 제자를 몰아붙이는 거친 훈련 장면과, 수금 현장까지 끌고 가는 서늘한 기세는 보는 이들을 압도했다. 부산 출신답게 걸쭉한 사투리를 완벽히 구사해 캐릭터의 리얼리티를 더한 것도 특징이다.


원현준은 이미 영화와 드라마에서 꾸준히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해 왔다.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에서는 장성무당 역으로 제56회 백상예술대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대외비>에서는 여유로운 카리스마로 극적 반전을 이끌었다. 드라마 <비질란테>에서는 수사팀장 남영일로 등장해 집요한 추리력과 결단력으로 극의 흐름을 바꿨고, <우씨왕후>에서는 왕후를 추격하는 ‘뇌음’으로 분해 대체불가의 무게감을 보여줬다. 최근작 <하이퍼나이프>에서는 불법 수술 브로커 민사장을 연기하며 탐욕과 조급함이 뒤섞인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파인>에서의 원현준은 이 같은 커리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악역의 이미지와 부산 사투리를 기반으로 김코치의 냉혹한 현실감을 완성한 그는,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극의 톤을 더욱 묵직하게 만들었다. 작품마다 무게감 있는 목소리와 날카로운 눈빛으로 분위기를 압도해 온 그가, 앞으로 어떤 변신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인다.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