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재명 “셰셰” 발언을 대서특필하는 속내는

김상도 2024. 3. 2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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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오후 충남 당진시 당진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 관영 언론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대중(對中)외교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셰셰’(고맙다) 발언을 대서특필하며 일제히 ‘환호’하고 나섰다. 이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의 대중외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야당 대표를 띄우는 모양새다.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의 산하 환구시보 등 관영 매체들은 25~26일 이틀에 걸쳐 '이재명이 윤석열의 대(對)중국 외교 정책 비난', '이재명, 대만 문제와 한국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지적' 등을 제목으로 뽑아 기사를 쏟아냈다. 환구시보는 “이재명 대표가 중국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외교 악재를 가져올 수 있단 점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 22일 충남 당진시장을 찾아 정부의 대중외교를 비판하며 "(윤석열 정부가)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된다"고 언급해 여당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 대표는 이날 "중국과 대만 국내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무슨 상관 있나. 그냥 우리만 잘 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의 발언 이후 여당의 거센 비판이 나왔다. 박정하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 공보단장은 23일 논평에서 “최소한의 국제정세 이해도 없이 중국엔 굴종하고 일본은 무조건적 척결을 외치는 저급한 수준이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민주당의 대중국 굴종 인식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미국과 서방에 치우쳐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중국에 관해서도 부적절한 발언을 해왔다”며 “이재명 대표도 지난해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대만문제 불간섭 원칙을 이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부적절한 발언’이란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 입장을 밝혔던 것을 뜻한다. 당시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다른 사람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상대방의 간섭을 비난할 때 쓰는 ‘불용치훼’(不容置喙)라는 용어까지 동원해 윤 대통령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26일 오전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의 인기 검색어에 오른 이재명의 '셰셰' 발언. ⓒ 중국 바이두 홈페이지 캡처

중국 관영 언론 매체들은 이 대표의 ‘집적거린다’는 표현을 ‘자오러’(招惹)로 번역했다. 이 단어는 부주의한 언동으로 남의 일에 참견해 화를 자초하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약자가 강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때 쓰는 말이다.

이 대표 발언은 ‘중국판 네이버’로 불리는 바이두에서도 화제로 떠올랐다. “이재명의 윤석열 비난: 왜 중국을 도발하나”가 인기 검색어에 오른 것. 연관 검색어로 ‘윤석열에 대한 중국 외교부의 경고’ 등이 따라 붙었다. 일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한국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도 올라오고 있다. ‘중국에 대한 오만한 태도를 반성하고 있다’는 식의 글들이다.

중국 언론과 SNS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재명 띄우기’가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결속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하는 이 대표를 중국이 우군으로 여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중국판 틱톡 더우인엔 이 대표의 단식 관련 콘텐트가 올라 중국 네티즌의 주목을 받았다. 이 대표의 단식을 '일본 오염수의 해양 방류 반대'를 위한 싸움으로 인식하면서 중국인 사이에선 그가 '일본에 맞서는 투사'로 비춰졌다.

중국 매체들은 "한국의 제1 야당 대표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해 단식에 들어갔다"는 설명과 함께 이 대표가 단식 투쟁을 벌이고 병원에 입원한 모습 등을 편집해 소개했다. SNS에서는 한 중국 네티즌이 "李在明, 尹在暗(이재명은 밝은 곳에 있고, 윤석열은 어두운 곳에 있다)"는 문장을 만들어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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