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힘든 '빌려준 돈 받으려면'...feat. 변호사 활용하기

[이상영 변호사의 '법대로 삽시다'] "받아야 할 돈을 못 받았어요 ㅠㅠ"

평범한 사람들이 변호사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 중 가장 많은 경우가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해서"라고 한다. 사실 돈을 빌려 줄 때는 쉽게 빌려줬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래서 선의로 돈을 빌려줬는데 "돈 잃고 사람 잃었다"는 하소연을 자주 듣게 된다.

영화 '사채소년' 포스터. / CGV

이럴 때는 먼저 '돈을 빌려준 계기'가 중요하다. 당초 빌린 목적과 다르게 돈을 사용했다거나 객관적으로 전혀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상황인데 돈을 빌렸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 이는 형사사건이므로 나중에 별도로 설명하려고 한다.

이렇게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합법적인 방법인 '민사절차'를 알아두면 좋다.

'빌려주는 것'과 '투자'하는 것은 다르다

사실 돈을 안 빌려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만약 빌려준다면 확실한 담보물을 잡아야 하는데, 담보물이 있으면 벌써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을 테니 나에게 돈을 빌리러 왔다면 이미 담보 제공이 어려운 상태라고 보는 것이 현명하다.

필자의 경험 상 시중 금리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주겠다고 유혹하고 처음 한두 번은 약속한 대로 이자를 많이 주고는 돈을 더 빌려주면 더 높은 금리로 이자를 줄 수 있다며 유혹하는 경우라면 십중팔구 사기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조심할 점은 돈을 빌려주는 것과 투자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상황에 따라 애매할 수 있는데, 돈을 빌리는 사람이 "자신이 투자를 할테니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것과 "좋은 투자처가 있으니 너도 투자해보라"는 것은 법적으로 그 결과가 하늘과 땅만큼 차이 날 수 있다.

후자는 유사수신에 해당하지 않으면 별다른 구제책이 없다. 원금보장이라는 말이 있느냐도 중요한데 이런 경우는 다음 기회에 다룰 생각이다.

/ pixabay

돈을 빌려줄 때는 계좌이체로...차용증 등의 증거 남길 것

돈을 빌려줄 때는 계좌이체로 빌려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야 돈이 오고 갔다는 걸 입증할 수 있다.

차용증이 있으면 더 좋다. 차용증이 없어도 돈을 빌려준 것을 입증할 방법은 있다. 통화를 녹음했다거나 카톡이나 문자 등을 주고받은 증거가 있으면 된다.

차일피일 돈 갚는 날을 어기고 이런저런 핑계를 늘어 놓는다면 돈 받기 힘들다는 적신호다.

이때는 법적인 절차(가압류 등)를 진행할지 아니면 어르고 달래 돈을 조금씩이라도 받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돈을 제 때 갚지 못하는 상황이면 대개 이미 내 돈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에 못 갚는 돈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

돈을 떼였다면, 일단 '가압류'부터...'소송' 전단계

돈 빌려간 사람 명의의 집이 있다면 바로 가압류를 걸어야 하는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럴만한 담보가 있으면 벌써 은행에서 빌렸을 것이므로 이미 은행에 근저당을 잡혀 '사실상 은행 것'일 가능성이 크다.

돈 빌려간 사람이 집이 있다면 바로 가압류를 걸어야 하는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럴만한 담보가 있으면 벌써 은행에서 빌렸을 것이므로 이미 은행에 근저당을 잡혀 사실상 은행 것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계좌 가압류'를 해야하는데, 문제는 직접하자니 번거롭고 전문가에게 맡기자니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어찌어찌해서 가압류를 신청해도 결정이 나올 때 가압류 금액 대비 20%~50% 정도를 현금공탁하는 걸 조건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관해선, 공탁금의 일부나 전부를 보증보험회사의 보증보험으로 대체해주는 경우가 있다.

쉽게 말하면, A가 B에게 1000만원을 빌려줬는데 B의 은행 계좌에 있는 1000만원 가압류하려면 A가 500만원을 현금으로 법원에 공탁해야 한다. 변호사나 법무사를 사는데 100만원 이상 들여 가압류를 하고 공탁금으로 또 500만원을 내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 때 운이 좋으면 공탁금이 적어지거나 전액 보증보험(보험료만 몇만원에서 몇십만원 내면 된다)으로 대체하도록 해주는 경우도 있다.

가압류를 통해 채무자의 돈이 묶이면 다행인데 그래도 별도로 '소송'을 해서 돈을 받아내야 한다. 평범한 시민은 소송할 일이 많지 않지만 이게 고등교육 받았다고 쉬운 것도 아니고 안 하던 거라 생경하고 품도 많이 든다. 무엇보다 법원에 출석을 해야 하니 직장인은 휴가 내야하고 법원에 가야 하는 스트레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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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작성, 법원 출석...승소해도 남은 지난한 과정 '집행'

이런 경우 소액 민사소송을 전문으로 경제적인 수임료로 수행해주는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 있다(참고로 필자는 그런 소송전문은 아니다).

혼자서 직접 소송을 하려면, 인터넷에서 나홀로 민사소송으로 검색해서 도움을 받고 법원에서 운영하는 '나홀로 소송'이라는 사이트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요즘은 전자소송 시스템이 있어서 서류제출이 쉬워졌다.

변호사 선임료가 부담스러워서 법무사들에게 소장작성만 맡기고 출석은 코치 받아서 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하는데, 일부 비양심적인 법무사 또는 사무장을 만나면 "소장 작성에 100만원, 준비서면 내는 데 30만~50만원" 등의 식으로 비용이 늘어난다. 결국 변호사에게 300만~500만원(변호사 보수는 대개 착수금과 성과보수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통상 성공조건은 실제 입금이 아니라 얼마를 주라는 판결이 나온 것만으로 한다)에 맡기는 게 나은 경우도 있다.

이런 저런 방법으로 승소해도 또 넘어야할 산이 있다. 바로 '집행'인데, 판결문이 있다고 해서 채무자가 바로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법원이 채무자 재산을 찾아서 돈을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니다.

일단 채무자가 돈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확정 판결을 받아서 재산조회 등을 하면 되는데 그 결과 집행할 재산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소송을 시작할 때 이 부분을 미리 명확히 설명해주는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다. 판결문만으로는 아무런 실질적 경제적 이득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한다.

간단한 집행은 보통의 변호사들은 곧잘 하지만 집행만 따로 떼서 수임하는 경우는 일반적이지는 않다. 그러니 소송을 맡길 때 승소한 경우 집행도 같이 맡기는 조건으로 협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복잡하거나 특수한 집행은 이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나 법무사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경우에 따라 추심 업체가 유용할 수도 있다. 이들은 착수금을 조금 받거나 받지 않고 실제 추심된 돈의 일정 부분을 받아가는 식으로 활용해 볼 수 있다.

돈...빌려줄 때는 앉아서, 받을 땐 서서

필자가 법대 1학년 때 민법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돈은 내 호주머니에 있을 때 내 돈이고, 빌려줬든 투자했든 다른 사람 주머니에 갔으면 내 돈이 아니다"라고 했다.

돈 빌려달라고 할 때는 빌려주는 사람이 강자지만 빌려준 순간 약자가 된다. 내가 내돈 받아내는 데 또 돈과 시간과 마음을 써야 하니까.

세상을 오래 산 어른들이 "돈은 떼이고도 괜찮은 정도만 그냥 준다"는 생각으로 빌려주라고 한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