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신들의 온천이었다…'센과 치히로' 목욕탕은 어디?
■ 추천! 더중플 -‘온천 소믈리에’
「 드디어 찾아온 온천의 계절, 오늘의 ‘추천! 더중플’은 이번 가을·겨울 가 볼만한 일본 온천을 소개합니다.
3000여개에 달한다는 일본 온천들은 저마다의 스토리를 갖고 있어요. 역사적인 인물이 다녀간 곳이나 소설·영화·드라마의 배경이 된 곳들도 많죠. 그 중 지브리 스튜디오의 걸작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온천장의 모델이 된 곳은 어디일까요. 일본의 인기 온천지들이 저마다 ‘내가 맞다’고 손을 들고 있지만 정말 그럴까요.
‘덕심’을 발휘해 정답을 찾아보았습니다. 그 외에 지금 당장 예약할 수 있는 가을 단풍 온천, 겨울 눈꽃 온천도 소개해드릴게요.
최고의 휴식을 꿈꾸는 분들에게 최적의 여행지를 찾아드리는 시리즈, ‘온천 소믈리에’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242
」
스튜디오 지브리의 2001년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은 치히로라는 소녀가 신들의 세계인 온천장에 들어가 벌이는 한바탕 소동극입니다. 낯선 고장으로 이사를 온 치히로 가족은 수수께끼의 터널을 지나 정체불명의 온천 마을에 도달하게 되죠. 그 곳에서 만두를 먹다 돼지로 변해버린 엄마와 아빠. 혼자가 된 치히로는 자신을 도우려는 소년 하쿠를 만나 이 마을의 온천에서 일하며 인간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분투합니다.
그런데, 지브리 덕후이자 온천 덕후로서 저는 늘 궁금한 게 있었습니다. 바로 치히로가 센이 되어 일했던 그 온천은 과연 어느 온천을 모델로 했는가입니다. 영화가 크게 성공한 후, 일본 여러 온천지에서 “우리가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온천이다”라고 광고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주장만 난무할 뿐 근거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리하여 덕후의 집요함을 발휘해봤습니다. 영화가 개봉한 후 나온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인터뷰를 샅샅이 읽고, 제작 뒷이야기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현장 조사를 위해 직접 온천으로 떠났어요. 그 결과, 애니메이션의 진짜 모델이 된 온천이 어디인지 알아냈습니다! 궁금하시면 따라와 보세요.
‘유야(油屋)’의 모델, 이곳 맞아?
‘도고(道後) 온천’이라고 하면 많은 분이 생각할 겁니다. 충남 아산에 있는 그 도고 온천?
일본에도 같은 이름의 온천이 있습니다. 에히메현 마쓰야마(松山)시에 있는 3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온천지죠.
도고 온천은 일본의 다른 온천 마을들과 구성이 좀 달라요. 보통 ‘OO온천’이라는 이름은 다양한 온천 료칸(여관)이 모여 있는 지역 전체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도고 온천’은 이 지역을 아우르는 이름이자 마을 중심에 있는 대형 온천탕의 이름이기도 하거든요. 이 목욕탕 ‘도고 온천 본관’이 바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치히로가 일했던 온천 ‘유야(油屋)’의 모델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어요.
검증을 위해 제주항공이 하루 2회 운항하는 마쓰야마행 비행기를 타고 도고 온천으로 향했습니다. 마쓰야마 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로 도고온천역에 도착하면 도고온천 본관까지는 5분 거리. 본관은 3층짜리 목조 건물인데 1894년 완공돼 올해로 130년이 됐습니다. 1994년 공중목욕탕으로는 최초로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됐어요.
내부는 옛날식 일본 목욕탕입니다. 긴 복도 좌우로 미로처럼 길이 이어지면서 여러 종류의 온천탕과 찻집, 연회장 등이 자리 잡고 있어요. 어느 탕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제일 기본인 가미노유(神の湯)에 700엔(약 65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보았습니다. 시설은 동네 목욕탕과 비슷했지만 물이 좋더라고요. 자극이 적고 매끌매끌한 알칼리성 단순천입니다.
지브리 사원들도 여행 온 곳
자, 목욕이 끝났으니 검증에 들어갑니다. 일단 도고 온천 본관의 외양은 ‘센과 치히로…’ 애니메이션 속 온천장과 상당히 흡사합니다. 지붕의 각도나 장식, 처마 끝에 새가 앉아 있는 것, 창틀의 무늬 등이 비슷해요. 내부는 애니메이션 속 온천장처럼 화려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나무 계단을 중심으로 여러 종류의 탕과 방들이 늘어선 구조가 살짝 닮아 있어요.
결과는? ‘딩동댕~’이었습니다. 미야자키 감독은 인터뷰 등에서 애니메이션 속 온천장의 모델이 어디인지 분명히 밝힌 적이 없어요. 하지만 스튜디오 지브리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오는 ‘지브리 저널’이라는 홍보팀 칼럼을 뒤지다가 2003년 1월 9일 자에서 이런 내용을 발견하게 됩니다.
“영화 개봉 직후 온천장의 모델이 어디인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미야자키 감독에게 직접 물어본 적이 있는데, ‘다양한 온천을 참고했고 구체적인 모델은 없지만, 도고 온천은 확실히 포함돼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스튜디오 지브리 스토리보드 전집13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쿠마쇼텐)을 갖고 있다면 ‘컷 넘버 733’(333쪽)에서 강의 신이 떠나는 큰 문에 ‘도고(導後)’라고 쓰여 있는데, 이것은 마쓰야마의 도고 온천 본관을 참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하나의 증거를 찾았습니다. 애니메이션의 미술감독을 맡았던 다케시게 요지(武重洋二)라는 분이 있어요. 이 분이 니혼테레비의 영화 프로그램 ‘금요 로드쇼’에 나와 “지브리 사원 여행을 갔던 도고 온천은 애니 속 온천의 외장을 그릴 때 참고했다”고 말한 적이 있더라고요.
애니 속 붉은 다리가 있다, 긴잔 온천
그렇다면 이 온천은 ‘센과 치히로…’의 배경이 된 온천이 맞을까요? 정답은 다음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센과 치히로’ 온천은 여기…덕후가 찐 증거 찾아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7541
■ 날이 추워졌다. 온천에 가자
「 올해가 두 달 반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온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다음 기사들을 참고하세요. 취향에 맞는 여행지를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 "10월 홋카이도, 11월 도쿄" 온천 고수가 알려준 단풍 명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8542
: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푹 담그고, 단풍을 감상해봅시다.
▶“한국도 이런 물이 있다니!” 온천 소믈리에가 놀란 온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1854
: 온천러버들이 꼽은 국내서 제일 물 좋은 온천 알려드림.
▶이병헌·김태희도 몸 담갔다…남녀 혼탕 ‘눈꽃 온천’ 이용법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2390
: 온천은 눈이 올 때 가야 제 맛! 단 하나의 인생 온천을 고른다면.
▶아침 귀국 비행기에 딱이다, 도쿄에 숨은 ‘5000원 온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0301
▶42세 불륜남이 도망친 낙원…바다와 맞닿은 온천이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9350
」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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