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다음은 스무디?…편의점 ‘3000원 한잔’에 숨은 변화 [노승욱의 리테일 인사이트]
과포화 편의점, 완제품 판매 넘어 즉석 먹거리로 영역 확장
편의점 시장에서 ‘스무디 전쟁’이 뜨겁다. 냉동 과일이 담긴 컵을 전용 기기에 넣으면 1분 만에 갈아주는 즉석 스무디가 새로운 효자 상품으로 떠오르면서다.
스무디의 인기는 수치로 드러난다. 세븐일레븐은 올 3월 선보인 즉석 스무디가 불과 6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0만잔을 돌파했다. 판매 점포가 전국 300여곳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점포당 판매량이 상당한 수준이다. GS25 서울 63빌딩점에서는 스무디가 하루 최대 180잔 팔리며 담배를 제치고 매장 전체 상품 매출 1위에 올랐다.
CU도 지난해 6월 ‘리얼 스무디’를 도입한 뒤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7월 누적 판매량 50만잔을 넘어섰다. 성수디저트파크점에서는 하루 약 300잔까지 팔렸다. 현재 믹스베리, 딸기바나나, 수박 등에 ABC(사과·비트·당근), 아사이베리를 더해 ‘웰니스 음료’ 라인을 강화했다. 전국 300여곳인 운영 점포를 연내 500여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마트24 역시 약 200개 점포에서 스무디를 판매하고 있다. 올 상반기 스무디 매출 신장률은 월평균 61%에 달했다. 최근에는 아사이베리를 넣은 ‘트리플베리 스무디’를 선보이며 메뉴 경쟁에 가세했다. 과거 스무디킹과 손잡고 편의점 안에 전문 브랜드를 들여왔던 경험을 셀프형 즉석 음료 시장으로 이어가는 모습이다.
스무디가 뜨는 배경에는 ‘가성비’와 ‘건강’, ‘재미’가 동시에 자리한다. 3000~3500원이면 카페보다 저렴하게 과일 음료를 마실 수 있고, 주문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냉동 과일을 직접 기계에 넣어 갈아 마시는 과정 자체가 젊은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하나의 체험 콘텐츠다. 커피 대신 카페인이 없는 음료를 찾거나 운동 전후 가볍게 과일, 채소를 섭취하려는 수요도 맞아떨어졌다. CU는 오후 8~10시 판매 비중이 가장 높았고 세븐일레븐은 낮 12~2시 매출이 가장 많았다. 단순한 더위 해소용 음료를 넘어 식사 대용·디저트 시장까지 파고든다는 얘기다.

일본 세븐일레븐은 2013년 ‘세븐카페’를 출시해 2023년까지 누적 80억잔 이상을 팔며 ‘편의점에서 직접 내려 마시는 커피’라는 소비 습관을 만들었다. 스무디는 이미 소비자가 익숙해진 셀프 제조 방식을 과일·채소 음료로 확장한 상품이다. 세븐일레븐 측도 “스무디가 커피나 카페라테와는 다른 고객을 카운터 음료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스무디 흥행은 일본 세븐일레븐이 추진해온 ‘갓 만든 먹거리’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일본 세븐일레븐은 매장에서 굽는 빵과 튀기는 도넛·카레빵, 즉석 차 등으로 현장 제조 상품을 넓혀왔다. 올 들어서는 이를 ‘라이브 밀(Live-Meal)’이라는 콘셉트로 묶어 ‘튀긴 직후, 구운 직후, 우린 직후(揚げたて, 焼きたて, 淹れたて)’ 먹거리를 본격 육성하고 있다.
관건은 ‘겨울’과 ‘점포 확대’다. 스무디는 차가운 음료인 만큼 여름철 판매 편중 가능성이 있다. 전용 기기와 냉동고를 둘 공간도 더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아직 판매 점포가 수백개 수준에 불과해 일본처럼 전국 수천, 수만개 점포로 확대됐을 때 지금 같은 판매 효율이 유지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이 두 과제를 넘는다면 스무디 시장은 상당히 커질 여지가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과거 공장에서 만든 완제품을 진열해 파는 ‘판매점’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커피와 스무디, 치킨처럼 점포에서 최종 제조·조리해 바로 먹는 상품이 늘고 있다”며 “과포화로 점포 수를 크게 늘리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즉석 먹거리로 업의 경계를 넓혀 기존점 매출을 높이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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