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다음은 스무디?…편의점 ‘3000원 한잔’에 숨은 변화 [노승욱의 리테일 인사이트]

노승욱 매경이코노미 기자(inyeon@mk.co.kr) 2026. 9. 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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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 6개월 만에 100만잔…GS25선 담배 제치고 매출 1위
과포화 편의점, 완제품 판매 넘어 즉석 먹거리로 영역 확장

편의점 시장에서 ‘스무디 전쟁’이 뜨겁다. 냉동 과일이 담긴 컵을 전용 기기에 넣으면 1분 만에 갈아주는 즉석 스무디가 새로운 효자 상품으로 떠오르면서다.

스무디의 인기는 수치로 드러난다. 세븐일레븐은 올 3월 선보인 즉석 스무디가 불과 6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0만잔을 돌파했다. 판매 점포가 전국 300여곳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점포당 판매량이 상당한 수준이다. GS25 서울 63빌딩점에서는 스무디가 하루 최대 180잔 팔리며 담배를 제치고 매장 전체 상품 매출 1위에 올랐다.

3000원에 건강·재미까지…2030 사로잡은 ‘스무디 한잔’
스무디 시장에 먼저 출사표를 던진 곳은 GS25다. 2024년 12월 셀프형 생과일 스무디를 시범 도입한 뒤 판매처를 빠르게 늘렸다.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0.3% 증가했다. 초기 망고바나나, 딸기바나나 등에 수박과 카페라떼 등을 더하며 상품군도 넓혔다. 지난해 판매 데이터를 보면 구매 고객의 약 70%가 20~30대였다. 스무디 구매 고객 10명 중 4명은 다른 상품을 함께 샀다. 스무디 구매 고객 10명 중 4명은 다른 상품도 함께 샀다. 스무디 자체 매출뿐 아니라 연계 구매를 일으키는 집객 상품으로 기능하는 셈이다.

CU도 지난해 6월 ‘리얼 스무디’를 도입한 뒤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7월 누적 판매량 50만잔을 넘어섰다. 성수디저트파크점에서는 하루 약 300잔까지 팔렸다. 현재 믹스베리, 딸기바나나, 수박 등에 ABC(사과·비트·당근), 아사이베리를 더해 ‘웰니스 음료’ 라인을 강화했다. 전국 300여곳인 운영 점포를 연내 500여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편의점 4사가 스무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마트24, CU, GS25, 세븐일레븐의 스무디 제조 모습. (각 사 제공)
세븐일레븐은 아예 일본 본사의 성공 공식을 들여왔다. 일본에서 쓰는 기기를 국내에 도입해 과일 당도와 음료 온도 등을 한국 소비자 취향에 맞췄다. 그 결과 지난 3월 출시 후 6개월 만에 100만잔 판매를 돌파했다. 오피스 상권 매출 비중이 높고 명동, 광화문, 속초, 부산, 제주 등 관광지에서도 반응이 좋다고.

이마트24 역시 약 200개 점포에서 스무디를 판매하고 있다. 올 상반기 스무디 매출 신장률은 월평균 61%에 달했다. 최근에는 아사이베리를 넣은 ‘트리플베리 스무디’를 선보이며 메뉴 경쟁에 가세했다. 과거 스무디킹과 손잡고 편의점 안에 전문 브랜드를 들여왔던 경험을 셀프형 즉석 음료 시장으로 이어가는 모습이다.

스무디가 뜨는 배경에는 ‘가성비’와 ‘건강’, ‘재미’가 동시에 자리한다. 3000~3500원이면 카페보다 저렴하게 과일 음료를 마실 수 있고, 주문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냉동 과일을 직접 기계에 넣어 갈아 마시는 과정 자체가 젊은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하나의 체험 콘텐츠다. 커피 대신 카페인이 없는 음료를 찾거나 운동 전후 가볍게 과일, 채소를 섭취하려는 수요도 맞아떨어졌다. CU는 오후 8~10시 판매 비중이 가장 높았고 세븐일레븐은 낮 12~2시 매출이 가장 많았다. 단순한 더위 해소용 음료를 넘어 식사 대용·디저트 시장까지 파고든다는 얘기다.

日 2억4000만잔…커피 다음 시장 열었다
앞서 스무디 열풍을 일으킨 일본 편의점은 국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선행지표다. 일본 세븐일레븐은 2015년 스무디 개발에 들어가 2017년 일부 매장에서 시험 판매를 시작했다. 2023년 2월까지는 판매 점포가 약 2700곳에 그쳤다. 이후 상품성을 확인한 뒤 2023년 3월부터 전국 확대에 나섰다. 1년 뒤인 2024년 2월에는 누적 판매량 3400만잔을 돌파하며 판매 점포가 1만5000곳까지 늘었다. 이후 성장 속도는 더 빨라졌다. 2025년 10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은 2억4000만잔. 불과 1년 8개월 사이 약 2억잔이 더 팔린 셈이다.
일본 세븐일레븐의 ‘스토어메이드 스무디’. 매장 냉동고 케이스에 있는 제품을 전용 기계에 넣으면 약 90초 만에 완성되는 즉석 제조 음료로 대박을 터뜨렸다. (일본 세븐일레븐 홈페이지 캡처)
스무디가 편의점 커피와 비슷한 확산 공식을 밟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커피가 ‘편의점에서 바로 만들어 마시는 음료’라는 소비 습관을 만든 뒤, 스무디가 그 시장을 비(非)커피 영역으로 넓히고 있는 셈이다.

일본 세븐일레븐은 2013년 ‘세븐카페’를 출시해 2023년까지 누적 80억잔 이상을 팔며 ‘편의점에서 직접 내려 마시는 커피’라는 소비 습관을 만들었다. 스무디는 이미 소비자가 익숙해진 셀프 제조 방식을 과일·채소 음료로 확장한 상품이다. 세븐일레븐 측도 “스무디가 커피나 카페라테와는 다른 고객을 카운터 음료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스무디 흥행은 일본 세븐일레븐이 추진해온 ‘갓 만든 먹거리’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일본 세븐일레븐은 매장에서 굽는 빵과 튀기는 도넛·카레빵, 즉석 차 등으로 현장 제조 상품을 넓혀왔다. 올 들어서는 이를 ‘라이브 밀(Live-Meal)’이라는 콘셉트로 묶어 ‘튀긴 직후, 구운 직후, 우린 직후(揚げたて, 焼きたて, 淹れたて)’ 먹거리를 본격 육성하고 있다.

편의점, 단순 완제품 판매점 넘어 ‘즉석 제조 플랫폼’으로
상황이 이렇자 국내 편의점의 스무디 경쟁이 갖는 함의도 적잖다는 분석이다. 편의점 커피가 원두커피 시장의 문턱을 낮췄다면, 스무디는 전문점에서 주로 팔던 과일·웰니스 음료를 3000원 안팎의 일상 음료로 끌어내리고 있다.

관건은 ‘겨울’과 ‘점포 확대’다. 스무디는 차가운 음료인 만큼 여름철 판매 편중 가능성이 있다. 전용 기기와 냉동고를 둘 공간도 더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아직 판매 점포가 수백개 수준에 불과해 일본처럼 전국 수천, 수만개 점포로 확대됐을 때 지금 같은 판매 효율이 유지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이 두 과제를 넘는다면 스무디 시장은 상당히 커질 여지가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과거 공장에서 만든 완제품을 진열해 파는 ‘판매점’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커피와 스무디, 치킨처럼 점포에서 최종 제조·조리해 바로 먹는 상품이 늘고 있다”며 “과포화로 점포 수를 크게 늘리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즉석 먹거리로 업의 경계를 넓혀 기존점 매출을 높이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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