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포커스] 하영구 후임에 한애라 선임…SK하이닉스, 첫 여성 의장 시대 열었다

조회 5582025. 3. 30.
한애라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사진 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신임 이사회 의장에 한애라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를 선임하며 창사 이래 '첫 여성 의장' 시대를 열었다.

주주총회 직전까지도 하영구 블랙스톤 한국법인 회장(전 이사회 의장)의 후임자 선임에 난항을 겪으면서 일각에서는 그룹 경영진으로 구성된 기타비상무이사 중 한 명이 맡을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이사회의 독립성과 다양성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이미 한 차례 연임으로 한 교수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SK하이닉스는 신임 의장 선출 1년 만에 또다시 후임자를 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주주총회 직후 이사회를 열어 한 교수를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했다.

회사는 "한 신임 의장은 2020년 회사 이사진에 합류해 감사위원을 겸임하며 법률 전문가로서 회사의 지배구조와 감사 기능을 강화하는데 기여했다"며 "창사 이래 첫 여성 이사회 의장으로서 이사회의 다양성 확대와 거버넌스 제고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1972년생인 한 교수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았다. 1995년 사법시험(37회) 합격 이후에는 △사법연구원 교수(2011년) △창원지법 부장판사(2013년) △대법원 재판연구관(2014년) 등을 지내고 △2016∼2018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동했다.

2018년에는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조정인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인 등으로도 활동했다.

한 교수의 의장 선출은 지난 27일 임기 만료로 하 회장이 퇴임하면서 이뤄졌다. 하 회장은 지난 2019년 3월 이사회에 합류해 2021년 3월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첫 사례였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19년 3월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대표이사와 의장을 분리했고, 2021년 이후 사외이사에게 의장직을 맡기고 있다. 실제 하 회장은 임기 동안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에 그치지 않고 금융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통해 견제와 균형을 맞추며 이사회를 독립성있게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지난 2023년 4월 열린 이사회에서는 '수펙스 추구협의회 운영 비용 거래안'이 안건으로 올라왔지만 사외이사 전원이 보류를 표명하면서 안건이 통과되지 못했다. 또 같은해 9월 5일에는 '해외 계열사와의 거래안'이 올라왔지만 하 회장, 조현재 광주대 초빙교수, 윤태화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가 수정 의견을, 송호근 포항공대 교수, 한애라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가 반대 의견을 내며 안건은 결국 수정 가결됐다.

2023년 11월에도 'SK E&S와의 거래안' 안건이 올라왔지만 사외이사 전원이 보류 의견을 표명하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향후 한 교수 역시 하 회장에 이어 이사회 독립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영구 블랙스톤 한국법인 회장/사진 제공=SK하이닉스

또 SK하이닉스가 창립 41주년을 맞아 '넘버원 인공지능(AI) 메모리 컴퍼니'로 도약을 선언한 만큼 한 교수는 사내 최대 의사결정조직인 이사회에서 AI와 관련된 다양한 법, 제도와 정책적 대응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법조계에서 한 교수는 젠더와 인공지능(AI), 중재 등의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 한 교수는 지난 2022년부터 한국인공지능법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특히 △민사소송에서의 AI 알고리즘 심사 △인공지능과 젠더차별 △리걸테크와 법률서비스의 규율 △사법시스템과 사법환경에서의 인공지능 이용에 관한 유럽 윤리헌장의 검토 등 다양한 논문들도 발표했다.

한 교수는 이번 의장 선임에 대해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 속에서 회사가 기술기업으로서의 중심을 잃지 않고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막판 고심 끝에 하 회장의 후임을 정하면서 이사회 의장 공백 사태를 피했지만 한 교수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고민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행 상법상 사외이사는 한 회사에서 6년, 계열사를 포함해서는 9년을 초과해 일할 수 없다. 이에 2020년 3월 처음 선임돼 이미 한 차례 연임한 한 교수는 내년을 끝으로 이사회에서 물러나야 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신임 이사회 의장 인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 최근 주총 안건에 하 회장의 퇴임으로 생긴 공석을 채울 신규 사외이사 후보자를 올리지 못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한 교수의 퇴임 시점에 의장을 맡을 만한 걸출한 사외이사를 영입하지 못한다면 그룹 경영진으로 구성된 기타비상무이사 중 한 명이 의장직을 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2019년 3월 대표와 의장을 분리했고, 2021년 이후 사외이사가 의장직을 맡고 있지만, 회사 정관에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는 것이 명문화되지 않는 만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이 최근 이사회에 다양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하이닉스 역시 관련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을 잇달아 선출하고 있다"며 "그룹 주요 관계사 가운데 하이닉스 이사회는 제 목소리를 내는 선진화된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신임 의장 역시 향후 이사회 독립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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