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야 할 문장, 눈은 몰라도 입은 안다 [썼으면 고쳐야지]

최은경 2026. 6. 1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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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썼으면 고쳐야지] 호흡 편안하게 다듬기

시민기자가 쓴 글을 매일 고치고 다듬는 사람의 이야기. 인공지능(AI)이 쓰고 고치는 시대에, 인간이 쓰고 고치는 마음을 찬찬히 담아 봅니다. <기자말>

[최은경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이미지.
ⓒ 오마이뉴스
요가를 하면서 들이쉬고 내쉬는 숨을 몸으로 익혔다. 절대 안 될 것 같은 앞으로 숙이기가 숨 한 번 내쉴 때마다 조금씩 나아가는 기적을 맛봤다. 호흡은 요가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필라테스도, 개인 트레이닝(PT)도 동작마다 숨을 내쉬어야 할 때와 숨을 들이마셔야 할 때가 있었다. 참아야 할 때도.

숨을 내쉬어야 할 때 안 쉬고 있으면 어떻게 아는지 "숨 쉬세요"라며 강사의 호령이 떨어졌다. 숨을 들이쉴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쉬어야 할지 들이마셔야 할지 몰라 숨을 안 쉬고 있으면 "숨 쉬세요"라는 말이 들렸다. 콧구멍으로만 숨을 쉴 때는 잘 몰랐던 숨이, 가슴으로 들이마시고 내쉬면서부터 중요한 행위로 내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긴장을 하거나, 어려운 사람을 상대해야 할 때, 가슴이 답답함을 느낄 때 숨을 불러들였다.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계속 반복하는 것. 그러다 보면 뛰던 가슴이 이내 잦아들곤 했다. 내 숨이 그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

글에서도 숨은 중요하다. 이전 글에서 문단의 호흡에 대해 말했다면(날아오는 수많은 '글' 주먹, 이렇게 피했다 https://omn.kr/2hypa), 이번에는 문장의 호흡이다. 나는 인공지능에게 호흡이 긴 문단 하나를 생성해달라고 주문했다. 가을에 대해. 다음 글이 그 내용이다.

해 질 녘의 노을이 짙게 드리워지는 가을 저녁, 창가에 기대어 앉아 뺨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의 촉감을 느끼고 있자면, 마치 여름날의 뜨거운 기억들이 아득히 멀어진 강물처럼 흘러가고, 그 자리에 고요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의 물결이 잔잔하게 밀려드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이것은 아마도 사계절 중 가장 사색적인 계절이라 불리는 가을이 주는 특유의 깊이감 때문일 것이다.

한 문단이 한 문장이다. 어디서 숨을 쉬어야 할지 모르겠다. 숨은커녕 솔직히 읽기도 싫다. 쉼표가 네 번 등장하긴 하지만 제대로 쉬고 넘어갈 수 있는 문장으로 보기 어렵다. 문장을 잘라서 숨 좀 쉬어지는 문장으로 고쳐봤다.
①해 질 녘 노을이 짙게 드리워지는 가을 저녁. ②창가에 기대어 앉아 뺨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의 촉감을 느끼고 있자면, 마치 여름날의 뜨거운 기억들이 아득히 멀어지는 것 같다. ③추억은 강물처럼 흘러가고 그 자리에 고요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의 물결이 잔잔하게 밀려든다. ④이런 감정이 드는 것은 아마도 사색의 계절이라 불리는 가을이 주는 특유의 깊이감 때문일 것이다.

한 문장을 네 개의 짧은 문장으로 정리해 이해하기도 쉽고 읽기도 한결 편안하게 고쳤다. 마침표와 쉼표를 적절히 사용해 리듬감도 주었다. 그런데도 긴 문장이 보이고, 좀 밋밋한 것 같다. 다시 고쳐봤다. 어떻게? 줄일 수 있는 문장을 더 줄였다. 결국 한 문장이 수박 잘리듯 6개의 문장으로 쪼개졌다.
①해 질 녘 노을이 짙게 드리워지는 가을 저녁. ②창가에 기대어 앉으니 뺨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이 느껴진다. ③마치 여름날의 뜨거운 기억들이 아득히 멀어지는 것 같다. ④추억은 강물처럼 흘러가고 그 자리에 고요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의 물결이 잔잔하게 밀려든다. ⑤왜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일까? ⑥아마도 사색의 계절이라 불리는 가을이 주는 특유의 깊이감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 '때문일 것이다'라는 문장에 착안해서 '④이런 감정이 드는 것은 아마도'를 대신해 '⑤왜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일까?'를 넣었다. 분위기를 환기하고 다음 문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브릿지 역할을 한다. 긴 문장을 짧은 문장으로 끊어 쓸 때 활용하는 방법이다.

감정과 호흡은 연결되어 있다고 들었다. 안정적인 문장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느끼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글쓰기 지침서'의 고전이라 부르는 <좋은 산문의 길, 스타일>에서 작가 F. L. 루카스는 말했다.

플로베르가 말했듯이 좋은 문체는 호흡의 요건을 반드시 충족시켜야 한다. 따라서 작가라면 본인의 원고를 신중하게 소리 내어 읽어보거나 적어도 머릿속으로라도 읽어보아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현대 문학은 무언의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떤 문장을 그대로 전달하거나 소리 내어 읽을 때 호흡이 어려워진다면 그 문장은 아주 훌륭한 문장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문장이 너무 훌륭해서 감격에 찬 나머지 숨이 가빠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앞서 내가 한 말과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나는 이 문장에 눈길이 갔다. '문장이 너무 훌륭해서 감격에 찬 나머지 숨이 가빠지는 경우가 아니라면'이라는. 숨은 얼마든지 가빠도 좋으니 감격할 수 있는 문장을 쓸 수 있다면 바랄 게 없겠네,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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