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한 사랑 듬뿍 한마디

이혁진 2026. 3. 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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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의 아버지와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는 삶... "너무 무리하지 마라"는 말씀, 실천을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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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기자]

나는 하는 일 없이 종일 바쁘다. 경로당 다녀오신 97세 아버지의 말동무가 되는 일, 시아버지를 매일 수발하는 아내를 격려하는 일, 틈틈이 집안 살림을 거드는 일 등등, 이러한 일들이 나의 하루 삶의 대부분이다. 며칠 전 일상이 조용히 마감될 즈음 작은 파문이 일었다. 아버지가 저녁을 드시다 치아 두 개가 갑자기 빠진 것. 딱딱한 음식을 씹은 것도 아닌데 예전에 치료한 치아가 떨어지고 만 것이다.

아버지는 당황하지 않고 빠진 이를 찾아 수습한 뒤 다시 수저를 드셨다. 이러한 낭패를 당해본 사람은 짐작하겠지만, 더 이상 식사할 기분이 아니다. 함께 밥을 먹던 나도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아버지의 의연한 대처는 단순히 당신의 민망함을 감추는 것이 아니었다. 걱정하는 가족을 배려한 행위였다. 아버지의 태연함에 나는 왠지 모를 경외감을 느꼈다. 고령에도 흔들림 없는 담담한 아버지가 새삼 든든했다.

다음 날 새벽, 아버지는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묵상기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지난밤 잠을 잘 주무셨는지, 치아가 빠져 상태가 어떤지 건강 이야기로 아버지와 하루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날은 무엇보다 아버지와 함께 치과에 다녀오기로 했다. 치아관리는 노인 건강의 핵심이다. 젊어서 좋았던 아버지 치아는 임플란트와 틀니로 거의 대체됐지만, 치아가 없으면 저작 기능이 떨어지고 영양 공급이 안돼 근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십상이다.

아버지의 위로
 치과에서 진료를 받는 아버지
ⓒ 이혁진
동네 치과를 찾아갔다. 천천히 문을 들어서는 우리 부자를 보고 간호사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간호사는 환자인 아버지 이름을 불러주고 자식인 내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친절함에 치료가 잘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간호사에게 빠진 치아 때문에 왔다가 말하자, 노년에는 그런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식사 중 치아가 빠졌을 때 아버지가 보여준 침착한 반응과 비슷했다. 의사도 떨어진 치아 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다시 붙이면 당분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진단이 빠르게 나왔다. 나는 귀가 어두운 아버지에게 치료 계획을 천천히 설명해 드리고 안심 시켰다. 그리고 보호자로 곁에서 아버지의 치료 과정을 지켜봤다.

노쇠하면 아픈 것이 하나 둘 생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태도와 생각은 사람마다 천양지차이다. 어떤 사람은 초조하고 불안해 하는 반면 또 다른 사람은 닥친 상황을 의연하게 대처한다. 아버지는 후자이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항상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 자신도 건강 관리에 철저하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의자를 앞에 두고 앉았다가 서기를 반복하고 맨손 체조를 소리 내 열심히 하는 모습에서 아버지 삶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내가 아버지에 대한 '위시리스트' 중 하나는 아버지가 사시는 날까지 건강하시도록 최대한 돌보는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와 나는 서로에게 고통을 주는 삶을 살지 말자고 약속했다. 아버지가 지팡이에 의지해 두 발로 걸어 병원에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어떨 때는 아버지가 아픈 곳을 정확히 일러주는 것도 고맙다. 진단과 진료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아버지 또한 내게 하루가 멀다 하고 염려하는 말이 있다.

함께 사는 노년... 더 없이 행복한 서로를 돌보는 일상

"정확한 시간에 식사하고 몸이 성치 않으니 너무 무리하지 마라."

잔소리 같은 이 말에서 나는 아버지의 사랑과 위로를 확인하고 실천을 다짐한다. 이처럼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아버지와 우리 가족들은 건강하게 보내려고 서로 노력하고 있다.

특히 아버지를 가까이 돌보면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노년에는 가족들이 서로 건강을 돌보며 의지하는 일상이 가장 행복한 삶인 것 같다. 아버지의 빠진 치아는 있던 자리에 온전히 다시 붙었다. 의사는 특별히 딱딱하지 않으면 모든 음식을 마음대로 섭취할 수 있다고 했다.

치과 치료를 마치고 귀가하는데, 오후 3시가 넘었다. 점심을 걸렀는데 시장기가 없다. 아버지 치료가 잘 돼 공복을 견디는 에너지가 생긴 모양이다. 아내도 아버지 치아 문제로 걱정했는지 경과를 묻는다. 치료가 잘됐다고 말했더니 아내의 표정이 이내 밝아졌다. 이로써 아버지 치아 문제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우리 집 세 사람은 오늘도 서로 의지하며 다시 내일을 마주하는 희망을 갖는다.

《 group 》 시니어그룹 : https://omn.kr/group/senior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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