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사실상 백기?…‘조건없는 휴전’ 가능성 시사

권남영 2024. 10. 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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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대해 그간 제시해 온 선결 조건을 언급하지 않은 채 휴전 협상 가능성을 거론해 국제사회의 이목을 모았다.

헤즈볼라 2인자인 나임 카셈은 8일(현지시간) 영상 연설을 통해 나비 베리 레바논 의회 의장이 휴전이라는 명목으로 이끄는 정치 활동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레바논 정치권이나 헤즈볼라 내부에서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힘에 밀려 휴전 가능성을 타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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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2인자 나임 카셈 연설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대해 그간 제시해 온 선결 조건을 언급하지 않은 채 휴전 협상 가능성을 거론해 국제사회의 이목을 모았다.

헤즈볼라 2인자인 나임 카셈은 8일(현지시간) 영상 연설을 통해 나비 베리 레바논 의회 의장이 휴전이라는 명목으로 이끄는 정치 활동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휴전이 성사되고 외교의 장이 열리면 다른 세부 사항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카셈의 발언이 가자지구 휴전 없이는 군사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던 기존 입장이 변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휴전 협상에 여지를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카셈의 이날 발언 전에도 헤즈볼라의 입장 변화 가능성이 포착됐었다며 이스라엘의 공세가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레바논 정부 관계자는 “헤즈볼라가 시아파가 주로 거주하는 레바논 남부에서 피란민이 대거 발생하는 등 이스라엘 공습에 따른 압력을 견디기 어려워 입장을 수정한 것”이라고 로이터에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부터 접경지 레바논 남부를 넘어 수도 베이루트 근처나 도심까지 공습의 범위를 넓혔다.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남부에서 사단 병력을 계속 투입하는 등 지상전을 확대해가고 있기도 하다.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군인이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휘날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레바논 정치권이나 헤즈볼라 내부에서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힘에 밀려 휴전 가능성을 타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레바논 정치인 술레이만 프란지에는 “(헤즈볼라의) 우선순위는 이스라엘의 공세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헤즈볼라 집행위원회의 마흐무드 크마티도 이란 국영TV에 “레바논에 대한 침략을 중단한 후 정치적 해결책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정부도 헤즈볼라가 휴전을 거론한 것은 그만큼 큰 타격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휴전을 거론한 것은 헤즈볼라의 입장이 불리해진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중동 긴장 악화에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카셈의 이날 발언 이후 4%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으로 곳곳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레바논 베이루트. UPI연합뉴스


다만 헤즈볼라가 입장을 전환한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은 데다 이스라엘도 외교적 해법에는 관심이 없어 당장 휴전 협상이 진전을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밀러 대변인은 “궁극적으로는 외교적 해결을 원한다”면서도 “세계가 1년간 휴전을 요구했는데도 헤즈볼라는 동의하지 않다가 전세가 불리해진 지금 갑자기 휴전을 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카셈 역시 구체적인 휴전 추진 계획은 밝히지 않으면서 “적(이스라엘)이 전쟁을 계속한다면 전장이 결말을 낼 것”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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