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패권 체제, 광범위한 변화 직면…한일 금융 안전망 강화해야"[2026금융포럼]

김유리 2026. 5. 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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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소 히로시 다이와종합연구소 이사장
'2026 아시아금융포럼' 기조연설
美 자유무역 퇴조…금융 질서 다극화·분절화
달러 패권 유지 속 대체결제망·디지털화폐 병존
유동성 위기 대비 한일 역내 금융공조 강화

"세계 금융 질서는 점진적이지만 광범위한 변화에 직면했습니다. 미국 중심의 자유무역과 달러 패권 체제가 다극화·분절화되고 있습니다."

나카소 히로시 다이와종합연구소 이사장이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26 아시아금융포럼'에 참석해 ‘변화하는 글로벌 금융질서’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나카소 히로시 다이와종합연구소 이사장(전 일본은행 부총재)은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26 아시아금융포럼(Asian Financial Forum 2026)에 참석해 '변화하는 세계 금융질서(The Changing Global Financial Order)'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트럼프 2.0의 보호무역,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충격, 중국의 위안화 결제망 확대,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등장, 금 가격 상승 등은 모두 기존 질서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달러 체제는 여전히 압도적인 금융시장 규모, 외환거래 비중, 미국 국채시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유동성 공급망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며 "따라서 단기간에 달러 패권이 붕괴하기보다는, 달러 중심 체제는 유지되지만 그 주변에서 대체 결제망·디지털화폐·지역 금융안전망이 병존하는 구조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나카소 히로시 다이와종합연구소 이사장이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26 아시아금융포럼'에 참석해 ‘변화하는 글로벌 금융질서’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2.0, 글로벌 무역질서·달러 패권 변화 가속화

나카소 이사장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공해 온 안보 우산과 달러 기축통화 체제가 흔들리고 있으며, 에너지·무역·통화·금융안전망을 둘러싼 국제질서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가 누려온 '평화의 배당금(peace dividend)'은 냉전 종식 이후 지속돼 왔으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며 "이는 미국이 스스로 구축했던 전통적인 글로벌 질서에서 이탈하면서 더욱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나카소 이사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안보 우산과 기축통화로서의 달러라는 두 공공재가 미국에 일방적인 비용 부담을 지웠다고 인식한다"며 "미군의 생명과 미국 납세자의 희생을 대가로 이들 공공재가 제공돼 왔다는 게 트럼프 측의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달러 패권 역시 강달러를 초래해 미국 제조업 공동화와 무역적자 고착화로 이어졌다고 판단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트럼프 2.0 정책은 불공정한 비용 부담 해소, 국내 제조업 부활, 노동 계층과 지역사회 회복, 탈탄소보다 단기 에너지 안보 중시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상호관세와 글로벌 무역질서 역시 상호주의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고 짚었다. 나카소 이사장은 "일본과 유럽연합(EU)의 경우에는 최혜국 관세율이 15%를 넘으면 상호관세를 0%로 하고, 15% 미만이면 15%에서 해당 최혜국 관세율을 뺀 수준으로 산정하는 방식이 적용됐다"며 "이는 미국이 자유무역질서의 수호자 역할에서 완전히 벗어나 상호주의·보호무역·제조업 회귀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수출 우회 경로 변화도 언급했다. 나카소 이사장은 "중국의 대미 수출은 2024년 5252억달러에서 2025년 4210억달러로 감소했으나, 아세안(ASEAN)과 멕시코, 캐나다 등에 대한 수출은 크게 늘었다"며 "이는 미·중 갈등과 관세 장벽이 강화하면서 중국 수출이 미국으로 직접 향하기보다 ASEAN이나 멕시코 등을 경유하는 대체 우회 구조가 굳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동 전쟁은 단순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아니라 유가·인플레이션·금리·성장률을 동시에 흔드는 글로벌 금융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시장이 아직 가장 심각한 리스크 시나리오를 자산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진 않았으나, 지속적인 에너지 가격 압박은 결국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해 물가상승률을 예상보다 훨씬 더 높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카소 히로시 다이와종합연구소 이사장이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26 아시아금융포럼'에 참석해 ‘변화하는 글로벌 금융질서’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일, 달러 유동성 위기 대비 역내 금융 안전망 강화해야

나카소 이사장은 달러 패권이 미국 제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금융·전략·외교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국에 막대한 이익을 주는 양면적 구조라고 짚었다. 그는 "달러 패권은 단순히 미국 경제력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군사력과 금융시장, 제도에 대한 신뢰, 관성 효과가 결합한 결과"라고 역설했다.

특히 미국이 달러 가치를 방어하고 결제 인프라 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달러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매우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전략적 중요성은 기술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결제 인프라 수준에서 달러의 역할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잠재력에 있다"며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이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되레 강화해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리스크 관리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제언이 이어졌다. 한국은 미·중 갈등과 미국 관세정책 변화에 따라 수출 공급망 재편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중동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구조로 인해 유가·금리 충격에 동시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나카소 이사장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달러 유동성 위기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한미·한일 통화스와프를 비롯한 역내 금융안전망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나카소 이사장은 "한국과 일본은 잠재성장률 하락에 맞서 노동 인구 제약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유망한 산업에서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며 "혁신 금융을 유도하고 생산적인 투자로 금융을 연결하려는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대응해 탄소중립 목표를 위한 전환 금융 분야에서도 양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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