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튤립으로 그려낸 라떼아트…시니어 바리스타의 유쾌한 인생2막
대상 수상자 김복순 바리스타 인터뷰
20여년간 자동차 부품 제조사 근무
퇴직 후 교육 이수…7년째 카페 업무
"즐기는 자는 이길 수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급여는 적지만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성과가 나오니 보람되네요."
이달 초 열린 제 3회 '시니어 바리스타 라떼아트 대회'에서 대상(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은 김복순 바리스타(69)는 29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큰 상을 받게 된 소감을 이같이 전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현장에서 동료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응원을 많이 해줬고, 유튜브로 생중계한 대회 영상을 보면서 가족들도 '마음을 졸였다'고 하더라"며 "연습량이 많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와 얼떨떨했다"고 덧붙였다.
시니어 바리스타 라떼아트 대회는 스타벅스 코리아가 보건복지부, 한국시니어클럽협회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다. 시니어클럽협회에 소속된 바리스타들이 출전해 2022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실력을 뽐낸다. 김 바리스타는 대구광역시 북구 시니어클럽 소속으로 이 클럽이 운영하는 카페나우북구청소년회관점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다. 올해로 바리스타에 입문한 지 7년째인 그는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평균 연령 70세인 다른 참가자 157명과 경쟁하며 예선을 통과했고, 16명이 겨룬 결승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그는 "카페 일을 하면서 가끔씩 재미로 꽃을 그리거나 하트 모양의 라떼아트를 시도했는데 주변에서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했다"며 "대회에 나가보라는 권유를 받아 참가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김 바리스타는 이번 대회에서 삼단 모양의 튤립을 그려내는 과제를 수행했다. 제한 시간 3분 안에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 적정 온도로 우유 거품을 내는 스티밍은 물론 손끝에 감각을 집중해 사물을 정교하게 표현하는 모든 과정이 긴장의 연속이다. 잔 위에 표현하는 사물의 좌우 대칭이 맞아야 하고, 음료를 마시는 소비자가 잔을 들고 바라봤을 때 하트나 나뭇잎 등의 사물이 정면에 위치하는지 등을 심사한다.
김 바리스타는 "어릴 때부터 특정한 그림을 보고 똑같이 따라 그리는 등의 손재주가 있었고, 지금도 '휴대폰이나 기기를 다루는 재주가 있다'고 주변에서 얘기를 한다"며 "라떼아트도 특별히 따로 배운 적은 없고 집이나 카페에서 유튜브를 보면서 틈틈이 연습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삼십 대에 남편과 사별하고 1992년부터 20여년간 대구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 회사에서 기계 다루는 일을 하며 1남 3녀를 키웠다. 환갑 무렵 육체노동이 힘에 부쳐 일을 그만둔 뒤 바리스타로 인생 2막을 열었다. 김 바리스타는 "퇴직 후에 막연하게 카페나 찻집을 운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며 "우연한 기회에 시니어클럽협회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코리아와 보건복지부, 시니어클럽협회에서 2019년 3월 지속 가능한 양질의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3자 협약을 체결하고 이들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9년 전국 150곳의 시니어 카페에 종사 중인 시니어 바리스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타벅스 상생 교육장'을 개설하고 올해 6월까지 총 233회의 교육을 진행했다. 이곳에서 시니어 바리스타 약 1500명(1인 4시간 총 6000시간)이 교육을 수료했다.
김 바리스타도 교육을 마친 뒤 개인적으로 준비를 해 바리스타 2급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이를 토대로 카페나우북구청소년회관점이 개장할 때부터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현재 동료 17명과 함께 요일과 근무시간을 나눠 매달 30~40시간가량 근무한다.
그는 "나이가 좀 있더라도 요즘에는 관심만 있다면 활동할 수 있는 분야와 정보가 많이 있다"며 "시니어들이 제2의 인생은 하고 싶은 일에 과감하게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할 수만 있다면 힘닿는 데까지 활동하면서 고객들에게 맛있는 음료와 예쁜 라떼아트를 대접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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