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도 안 작은데, '키 크는 주사' 맞혔다…척추에 생긴 부작용
경기 성남시에 사는 김모(47)씨는 최근 중학교 1학년 아들의 키 성장이 더디다는 생각에 ‘성장클리닉’을 표방하는 병원을 찾았다. 아들 김군의 키는 157cm로 만 13세 평균키 수준이다. 김씨는 “주변 친구들이 워낙 커서 이미 170cm넘는 애들도 꽤 된다”라며 “아이가 병적으로 작은건 아니지만,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하며 키 때문에 부쩍 위축되는 듯해서 병원을 찾게 됐다”라고 말했다. 병원에선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권했고, 최소 1년은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월 100만원 가까이 드는 치료 비용이 부담되지만, 지금 시기를 지나면 돈을 들여도 못하는 치료라 생각해 치료를 받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저신장증 등 성장 장애 치료제인 성장호르몬 주사가 ‘키 크는 주사’로 잘못 알려지며 평균ㆍ정상 키인 소아ㆍ청소년 사이에도 유행처럼 처방되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국내 성장호르몬 주사 시장은 2019년 1488억 5532억원에서 2023년 4444억 8870억원으로 커졌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시장 성장률 31%에 달한다. 처방량이 급증하면서 이상사례 보고도 함께 늘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성장호르몬 주사 이상사례 보고’ 자료에 따르면 이상사례는 2019년 436건에서 2023년 1626건으로 3.7배 증가했다. △주사 부위 통증, 출혈, 타박상 등 전신 장애 및 투여 부위 문제, △ 두드러기, 소양증, 발진, 홍반 등 피부 및 피하 조직 장애, △ 두통, 어지러움, 졸림, 감각 저하 등 각종 신경계 장애 등이 많이 발생했다. 박 의원은 “성장호르몬 제제는 성장장애 등에 처방되는 의약품”이라며 “정상인에게 장기간 과량투여하는 경우 말단비대증, 부종, 관절통 등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으며 해당 효능효과 외 안전성 및 유효성은 허가 시 검토된 바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이 있고 키가 또래 하위 3%수준이거나, 만성신부전증ㆍ터너증후군 등 성장이 지연되는 질환을 가진 경우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을 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런 경우 치료 비용(월 80~100만원)의 10%만 부담하면 된다. 최근엔 평균 키 수준인데도 최종 키를 더 키우겠다며 주사를 맞히는 부모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성장호르몬 치료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채현욱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근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대한소아내분비학회 차원에서도 우려하고 있다”라며 “무분별하게, 단순하게 키 성장을 위해 맞는건 경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전문의가 정밀한 검사를 거쳐 처방해야 하고 치료 도중에는 꾸준한 정기검사로 성장판과 호르몬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치료 필요한 아이가 제대로 치료받는다면 부작용을 너무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관절통이나 두통, 알러지, 피부발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드물지만 혈당이 오른다거나 척추측만증이 생길 수 있고 종양과의 관련성도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채 교수는 “키가 100명 중에 하위 3등 수준으로 너무 작거나, 2차 성징이 너무 빠른 경우 예를 들어 여아가 만 8~9세에 가슴이 커진다거나, 남아가 만 9~10세에 음모가 나거나 고환이 커지는 등의 변화가 나타난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게 좋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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