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윤방송 박민, 파우치 박장범... KBS 사장 공모 다시하라"

박수림 2024. 10. 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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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KBS 구성원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과 기자회견... "지원자 4명, 누가 되든 최악"

[박수림, 이정민 기자]

▲ 시민평가 배제한 '방송장악' KBS 사장선임 규탄 기자회견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시민평가 배제한 '방송장악' KBS 사장선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정민
"김대중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까지, 그동안 많은 정권과 많은 KBS 사장, 또 많은 외압과 이상한 지시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KBS 사장은 그전의 소위 적폐 사장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이번 KBS 사장 공모에 지원한) 다른 지원자들도 박민 사장과 다를 바 없습니다." - 기훈석 KBS 제작1본부 PD

22년 간 KBS에서 일한 기훈석 PD가 제작현장이 아닌 광화문 거리에서 "KBS 차기 사장 재공모하라"는 문구가 쓰인 손팻말을 든 채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길을 지나는 시민들을 향해 "KBS 구성원들의 싸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KBS 구성원들과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참여연대·민언련 등 전국 90개 시민·사회 단체가 모인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공동행동)은 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원자들은 공영방송 KBS를 국민의 방송이 아닌 용산 방송, 땡윤 방송으로 만든 장본인"이라면서 "사장 선임 절차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발언에 나선 기 PD는 "박민 사장은 계속해서 프로그램을 없애고, 진행자를 바꾸고, (시사교양국을 사실상 해체하는 등) 조직을 개편하면서도 그 사유를 지금까지 전혀 말해 주지 않았다"며 "그 이유는 정권이 원하는 프로그램은 만들고 원하지 않는 프로그램은 만들지 않도록 해 본인이 연임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지원자들 향해서도 "두 명(김성진 방송뉴스 주간, 박장범 '뉴스9' 앵커)은 박민 사장의 하수인으로서 KBS를 망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한 명(김영수 전 한화건설부문 부사장)은 한 번도 방송 일을 해보지 않은 건설사 출신에 윤 대통령과 고등학교 동문"이라며 "이들이 어떻게 공영방송의 수장이 되어 KBS를 이끌겠단 말인가. 저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27대 KBS 사장 공모에는 KBS 내부 인사인 박민 현 사장과 김성진 방송뉴스 주간, 박장범 '뉴스9' 앵커, 외부 인사인 김영수 전 한화건설부문 부사장이 지원했다. 4일 공모를 마감한 KBS 이사회는 지원자들 이력과 경영계획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고, 14·16일 서류 심사, 23일 3배수 후보 면접 심사 및 최종 후보 임명제청을 진행한다. 지난 2018년 도입된 시민 평가 반영 방식은 여권 이사들의 반대로 이번엔 배제됐다.

"시민 평가 생략, 부적격자 판쳐"
▲ 시민평가 배제한 '방송장악' KBS 사장선임 규탄 기자회견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시민평가 배제한 '방송장악' KBS 사장선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상현 언론노조 KBS 본부장은 박민 사장을 향해 "취임하자마자 프로그램을 없애고, 진행자를 교체하고, (구성원 동의를 얻어 주요 국장을 임명하는) 임명동의제를 없앴다.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도 없애고, 조직 체계를 망가뜨린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박 본부장은 김성진 방송뉴스 주간을 향해서는 "정부 비판 뉴스를 가로막고 정권 찬양 뉴스만 만들던 장본인"이라고, 박장범 '뉴스9' 앵커를 향해서는 "(지난 2월) 대통령과의 특별 대담에서 김건희가 받은 명품 가방을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얘기하면서 KBS를 전 국민의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KBS를 국민이 아닌 용산에 헌납하며 땡윤 방송이라는 소리를 듣게 만든 대표 주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전 공모 때는 시민 평가가 있어 지원자들이 KBS를 어떻게 경영할지, KBS의 공영성을 어떻게 지킬지 등을 계획하고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지만 이번 공모에서는 용산의 지령을 받은 거수기 이사들로 인해 해당 절차가 생략됐다"며 "'용산이라는 튼튼한 낙하산 하나면 사장이 될 수 있다'라는 생각에 부적격자들이 판을 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일형 KBS 이사는 "KBS를 막무가내로 망가뜨리고 있는 윤석열 정권과 박민 사장을 막아내지 못해 매우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공모에 4명이 지원했는데 이는 지난 2023년 12명, 2021년 15명, 2014년 30명이 지원했던 전례에 비추어 봤을 때 참패"라며 "공정성과 투명성이라는 두 가치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분들이 대거 지원을 포기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 역시 "내부 출신 지원자 세 명은 KBS를 말아먹은 핵심 3인방이라 불릴 정도이며 모두 친용산계 인사로 분류돼 누가 사장이 되어도 최악이라는 탄식이 벌써 흘러나오고 있다"며 "(이들은) 지금이라도 사퇴하고 사장 지원을 철회해야 하고, (지난 사장 공모에서) 박민 후보를 사장으로 임명 제청한 (여권 성향의) 서기석 이사장과 이에 동조한 여권 인사들은 KBS 사원과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책임을 지라"고 주문했다.

"언론인들과 함께 싸워달라"
▲ 시민평가 배제한 '방송장악' KBS 사장선임 규탄 기자회견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시민평가 배제한 '방송장악' KBS 사장선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오늘 KBS 앞이 아니라 광화문광장에서 회견을 연 이유는 국민 여러분의 자산이 투입된 KBS가 윤석열 정권의 썩어빠진 권력 놀음, 인사 놀음 때문에 망가져 가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라며 "KBS 언론 노동자들은 침묵을 깨고 투쟁을 다짐하고 있다. 언론인들과 함께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공동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1년간 KBS는 '국민'이 아니라 '용산'에 정성을 다하는 방송으로 전락했다"며 "낯 뜨거운 정권 홍보를 자처하고 정부에게 불리한 뉴스는 철저하게 지워왔다"고 했다. 이어 지원자들을 향해 "즉시 지원 철회와 사퇴"를, KBS 이사회를 향해서는 "이번 공모를 '적격자 없음'으로 처리하고 재공모에 나설 것"을, 그리고 KBS 구성원들을 향해서는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오라"고 당부했다.

시민들은 이날 걸음을 멈추고 회견을 지켜보며 참석자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거나 "힘내라", "응원한다" 등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언론노조 KBS 본부가 지난달 9일 발표한 '박민 사장 신임 투표' 결과 조합원의 98.75%는 '불신임'한다고 답했다. 박 사장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99%에 달했다.

지난달 23일부터 '단체협약 쟁취와 무능 경영 심판, 공영방송 KBS 사수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한 KBS 양대노조(언론노조 KBS본부·KBS노동조합)는 이날까지 투표 결과를 취합한 뒤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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