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간 자도 끄떡없다는 김과장… 대체 비결이 뭘까?
◇적게 잤는데, 건강하다?… 타고난 사람만 가능
비결은 없다. 체질이거나, 조증이거나다. 평생 매일 잠을 4~5시간만 잤는데도, 수면 시간이 충분하다고 느껴졌다면 선천적으로 '쇼트 슬리퍼'일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쇼트 슬리퍼 유전자로는 'DEC2 변이'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연구팀은 쇼트 슬리퍼 그룹에서 공통적으로 해당 유전자 변이를 발견해, 7~8시간 잠을 자는 그룹에서도 해당 유전자 변이가 있는지 확인했고, 없었다. 이후 실험용 쥐에게 DEC2 변이 유전자를 주입했더니, 수면 시간은 짧아졌다. 신체적·인지적 기능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연구팀은 "DEC2 유전자의 주요 역할은 각성을 유지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오렉신의 수치를 조절하는 것이다"라며 "DEC2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오렉신이 더 많이 생성돼 오래 깨어있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어 "DEC2 유전자 변이는 수면주기를 매우 빠르게 돌아가게 해, 3~4시간 만에 몸에서 자는 동안 일어날 모든 대사활동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선천적인 쇼트 슬리퍼는 전체 인구의 1% 미만으로 드물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나폴레옹, 윈스턴 처칠, 토머스 에디슨 등이 쇼트 슬리퍼라고 알려져 있다. 아일랜드 메이너스대 행동신경과학자 앤드루 쿠건 교수는 "쇼트 슬리퍼는 적게 자고도 낮에 졸지 않고 인지력 관련 장애나 감정 저하가 전혀 없는 사람"이라며 "쇼트 슬리퍼는 적게 자도 몸에 이상이 없어, 결코 무리하고 있는 게 아니다"고 했다. 쇼트 슬리퍼 관련 유전자로는 DEC2 말고도, BHLHE41, ADRB1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은 아니어도, 간헐적으로 전날 적게 잤는데도 힘이 넘치는 날이 있다. 이땐 '조증'을 의심해야 한다. 조증은 기분장애의 일종으로, 각성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기분이 들뜨고, 의욕이 넘치고, 잠을 안 자도 피곤하지 않다. 잠자리에 들면서도 내일 할 일에 대한 기대로 기분이 들뜨고, 다음 날에도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조증은 시간이 지나면 울증으로 변하면서 잠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등의 변화가 나타난다.
◇효율적인 시간 사용… 시작은 '아침형 인간 되기'부터
타고난 쇼트 슬리퍼가 될 수 없다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인위적으로 잠을 줄이려고 하다간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뇌는 자는 동안 치매 유발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를 포함해 각종 노폐물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잠이 줄면, 노폐물이 축적되면서 인지 기능 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 발병 위험도 커진다. 생체리듬을 해치지 않는 한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수면 시간은 30분이다. 이보다 더 줄이면 다음 날 맥을 못 추게 된다. 반복되면 만성 수면 부족으로 만성 피로, 우울증, 불안장애 등에 빠질 수 있다. 쿠건 교수는 "6시간 미만만 자도 개운하다는 사람 대부분은 착각"이라며 "이는 유전자와 무관하게 짧은 수면에 익숙해진 것으로, 일시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심신에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잠을 줄일 수 없다면 낮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최상의 뇌 기능을 발휘하려면 높은 수면의 질이 전제돼야 한다. 수면의 질을 높이려면 일단 생활 패턴을 '아침형'으로 돌려야 한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는 과거 헬스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아침형·저녁형이 타고난 것이기 때문에 억지로 바꾸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며 "우울증·조울증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는데, 건강을 위해서라면 아침에 활동해 불면증뿐만 아니라 우울증·조울증을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자기 전에는 운동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등 수면을 방해할 수 있는 요소들은 피하고, 원하는 취침 시간대엔 주변 환경을 수면 모드로 만들어야 한다. 7~8시간 적정 수면 시간을 취했는데도 아침에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면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등이 숙면을 방해한 것일 수 있다. 이땐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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