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좌표 찍혀 예고편 실종? '대도시의 사랑법'에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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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수자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이 일부 시민단체의 빗발친 항의에 예고편 영상을 삭제했다가 다시 공개하는 일이 있었다.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은 4명의 감독(허진호·홍지영·김세인·손태겸)이 각자 연출 스타일로 8편을 완성한 작품으로, 회차별로 연출을 달리하는 할리우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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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예고편 비공개→논란 일자 번복
원작자 박상영 작가 "혐오의 민낯"
성 소수자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이 일부 시민단체의 빗발친 항의에 예고편 영상을 삭제했다가 다시 공개하는 일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좌표'가 찍히면서 벌어진 일이다.
박상영 작가가 2019년 발표한 연작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은 국내에서 10만권 이상 팔리며 흥행했다. 당시 한국문학의 비주류였던 퀴어 소설로는 이례적 인기를 얻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후 미국 등 15개국에서 번역 출간됐고, 2022년 세계 3대 문학상인 영국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이듬해 아일랜드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도 올랐다.
영상업계는 '대도시의 사랑법'을 주목했고, 영화·드라마로 각각 제작됐다. 제작사 메리크리스마스·빅스톤스튜디오는 이 소설을 8부작 드라마로 만들어 오는 21일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공개한다. 박 작가는 극의 집필도 맡아 처음으로 드라마 극본에 도전했다. 이 작품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OTT 특화콘텐츠 제작 지원작'으로도 선정됐다.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은 동성애자 남성이 이성애자 여성과 동거하며 각자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예고편에는 주인공 남성이 동성 연인과 입을 맞추거나 대화하는 장면이 담겼다. 일부 시민 단체와 동성애 혐오자들은 이 영화가 동성애를 미화하고 조장하고 있다며 문체부와 티빙 등에 항의 전화를 하고 공문을 넣었다. 결국 제작사는 지난 12일 예고편을 비공개 처리했다.
예고편만 보고 압박…순응 택한 제작사박 작가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모 단체에 좌표 찍히고 관련 부서 민원 폭탄 들어간 덕분에 공식 예고편을 모두 내리게 됐다"며 "드라마 공개 9일 전인데 아무 홍보도 못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적었다. 이어 "부아가 치밀어 밤새 한숨도 못 잤다"며 "혐오의 민낯은 겪어도 겪어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사는 예고편을 "16일 다시 공개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그러면서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 재심의를 받기 위해 비공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작품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판정을 받아 예고편·포스터 등을 재심의 받아야 했고, 교체를 위해 비공개 처리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예고편 영상은 이미 OTT 등급분류를 마친 상태였고, 일반적으로 영등위에 심의받기 위해 예고편을 내리지는 않는다.
OTT 콘텐츠의 시청 등급분류는 일반 영화·드라마와 차이가 있다. 지난 3월 OTT 플랫폼의 자율심의제가 시행된 영향으로 OTT사 티빙 방영작인 '대도시의 사랑법'은 영등위 심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제작사는 자발적으로 영등위에 등급 분류 판정을 요청했다. 제작사 측은 "티빙이 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가 아닌 해당 플랫폼에서 방영만 하는 형태이기에 별도 등급 신청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박 작가는 전날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용산에서 열린 '대도시의 사랑법' 기자간담회에서 "심경글을 올렸을 땐 격한 마음이었는데 우리 작품을 (보수단체들이) 널리 알려주려고 하니 '럭키비키(긍정적인 마음가짐을 표현하는 유행어) 잖아'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작품은 논란을 부르기 마련이다. 문제작이면서 좋은 작품을 쓴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작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감사하다. 드라마는 원작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은 4명의 감독(허진호·홍지영·김세인·손태겸)이 각자 연출 스타일로 8편을 완성한 작품으로, 회차별로 연출을 달리하는 할리우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배우 남윤수가 주인공 고영의 20대부터 30대까지 연기해 오르락내리락하는 청춘의 감정을 표현했다. 오는 21일 티빙에서 8편이 동시 공개된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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