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가 K-예능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9월 2일 서울 동대문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예능 페스티벌 2025’ 현장에는 유기환 넷플릭스 논픽션 디렉터와 황슬우·장호기·김예슬·김학민·김재원·정종연·이소민·김노은 PD가 총출동해 차례로 신작을 소개했다. 이번 행사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논스톱 예능 슬레이트’.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매달 한 작품씩 새로운 예능을 공개하며 “한국 예능 포맷이 전 세계 포맷의 대표주자라는 자부심”을 확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유기환 디렉터는 “지난해는 예능의 의미를 새롭게 증명한 해였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단순히 높은 시청 시간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요식업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한식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피지컬: 100>은 미국과 이탈리아판 제작이 확정됐고, 다른 나라에서도 준비 중이다. 해외 제작자들이 ‘매년 어떻게 새로운 포맷을 내놓느냐’며 놀라워한다. 이는 한국 제작진이 늘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유명 PD뿐 아니라 신예 PD와의 협업을 확대하며 매달 한 편씩 논스톱으로 신작을 선보이겠다”고 예고했다.


첫 번째 주자는 추리 예능이다. 오는 9월 23일 공개되는 <크라임씬 제로>는 장진·박지윤·장동민·김지훈·안유진이 총출동해 레전드 플레이어의 귀환을 알린다. 황슬우 PD는 “넷플릭스와 만나면서 테마·스토리·세트의 스케일이 업그레이드됐다. 게스트 제도가 부활해 박성웅, 주현영 등이 출연해 레전드 회차를 만들어줬다”고 자신했다. 내년 2월에는 <미스터리 수사단 2>가 공개된다. 야외 로케이션을 더해 현장감을 높였고, 기존 멤버들에 가비가 합류했다. 정종연 PD는 “세 개의 굵직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출연자들의 호흡이 마치 오래된 멤버십 예능 같을 정도로 좋았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데블스 플랜 3> 제작 소식도 깜짝 공개했다.

국가대표급 서바이벌도 귀환한다. 10월 공개되는 <피지컬: 아시아>는 시리즈 최초 국가대항전으로, 한국·일본·태국·몽골·인도네시아·튀르키예·호주·필리핀 등 8개국이 참여한다. 특히 전설적인 복서 매니 파퀴아오가 필리핀 대표로 나서며 무게감을 더했다. 장호기 PD는 “국가를 대표한다는 자부심 때문에 치열함이 달랐다. 보는 사람도 숨죽일 수밖에 없는 장면이 많았다”고 자신했다. 12월에는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2>가 돌아온다. 김학민 PD는 “시즌1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참가자들이 온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2>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각종 논란에 휘말려 공개 여부가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유기환 디렉터는 “이 프로그램은 100명의 셰프와 300~400명의 제작진이 함께 만든 대규모 프로젝트다. 특정 인물의 논란으로 수백 명의 노력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시즌2는 예정대로 공개하고, 그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는 시청자들에게 맡기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정면 돌파를 택한 만큼, 작품 본연의 힘으로 시청자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재석·나영석’의 넷플릭스 진출은 이번 페스티벌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였다. 먼저 나영석 사단이 제작한 두 편의 여행 예능이 연이어 출격한다. 11월 공개되는 <케냐 간 세끼>는 이수근·은지원·규현이 ‘기린 보러 가자’는 오랜 약속을 실현하는 아프리카 여행기다. 김예슬 PD는 “세 사람의 신들린 티키타카와 케냐의 경이로운 풍경이 만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 공개될 <이서진의 달라달라>는 이서진이 ‘은퇴 후 살고 싶은 도시’ 달라스로 훌쩍 떠난 ‘날 것’의 방랑기다. 나영석 PD와의 오래된 호흡이 넷플릭스라는 OTT에서 어떤 새로운 질감을 만들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김예슬 PD는 “나영석 PD가 끓인 김치찌개에 넷플릭스의 새로운 맛을 더해 대접하겠다”는 비유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유재석 캠프>는 데뷔 34년 만에 유재석이 처음 도전하는 ‘숙박 예능’이라는 점에서 빅이벤트다. “손님은 왕, 유재석도 왕”이라는 콘셉트 아래 무려 5만 5천 팀이 지원했고, 3천 5백 명과 미팅이 진행됐다. 이소민 PD는 “민박 예능은 주인장의 철학과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포맷”이라며 “믿고 보는 리더십과 함께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허술한 면모까지 드러날 유재석의 새로운 얼굴을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제목 그대로 ‘떠들어·까불어·놀아 재끼는’ 민박의 합이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증을 키운다.

민박 유니버스의 확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환장 기안장 2>는 울릉도를 떠나 새로운 무대에서 펼쳐진다. 이소민 PD는 “기안84 특유의 날 것 같은 매력과 주인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시즌2에서 더 선명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팅 리얼리티의 양극단도 준비됐다. <솔로지옥 5>는 역대 최다 출연자를 투입해 2026년 1월 공개된다. 김재원 PD는 “이번 시즌은 ‘테토녀’들의 전쟁이 될 것”이라며 “멋지고 흥미로운 여성 출연자들 중 새로운 스타가 탄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반대로 모태솔로의 진정성에 집중한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2>는 지원자가 시즌1에 비해 1만 2천 명으로 3배나 급증하며 시즌2가 불러올 화제성을 일찌감치 알렸다. 김노은 PD는 “우리 쪽은 ‘에겐남’들의 전쟁이 될 것”이라고 재치 있게 덧붙였다.

유기환 디렉터는 “넷플릭스는 글로벌 순위나 시청 시간보다 ‘얼마나 회자되었는가’를 본다. 예능은 다양성이 생명이다. 이번 작품이 내 취향이 아니어도, 다음 작품은 취향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정만 봐도 촘촘하다. 9월 <크라임씬 제로>, 10월 <피지컬: 아시아>, 11월 <케냐 간 세끼>, 12월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2>가 하반기를 메우고, 2026년에는 <솔로지옥 5>와 <미스터리 수사단 2>를 시작으로 <대환장 기안장 2>, <유재석 캠프>, <이서진의 달라달라>,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2>가 차례로 찾아온다. 여기에 <데블스 플랜 3>까지 예고되며, 장르 축은 추리·여행·서바이벌·데이팅·민박으로 균형을 이룬다.
스타 파워와 포맷 확장의 투트랙으로, K-예능의 실험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끌어안겠다는 넷플릭스의 자신감이 시청자들에게 통할지는 곧 확인할 수 있다.
글 ·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사진 ·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