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험까지 무이자 할부 손보는 카드사…깊어지는 서민 한숨

(사진=픽사베이)

카드사들이 생활 필수재로 꼽히는 '자동차 보험' 무이자 할부에 칼을 대기 시작했다. 경기 침체가 길어진 데다 건전성마저 위험 수준에 다다르자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서민들의 목돈 부담만 커지게 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카드사들은 올해 초를 기점으로 손해보험사가 취급하는 자동차 보험에 대한 무이자 할부 혜택 기간을 줄이고 있다.

자동차 보험은 신규 또는 갱신 시 100만원 이상의 목돈이 들어 무이자 할부로 결제하는 게 일반적이다. 매달 일정 금액의 보험료를 납부하거나 한번에 모든 보험료를 내는 일시납 상품과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카드업계의 자동차 보험 무이자 할부 기간 단축은 올해 초부터 본격화했다. 카드사들은 6개월 이상이었던 무이자 할부 기간을 최대 3개월로 대폭 줄이기도 했다. 종전에는 최대 10개월 이상까지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준 경우도 있었다.

그러던 중 삼성카드는 이례적으로 지난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등 8개 손해보험사가 취급하는 자동차 보험에 대한 무이자 할부 혜택을 모두 없앴다. 이달부터 무이자 할부를 부활시키긴 했으나 기간이 2~3개월로 기존 대비 매우 줄어든 수준이다.

카드사들의 자동차 보험 무이자 할부 축소는 장기 경기 침체에 따른 카드업계 위험 신호가 감지된 여파로 해석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9개 카드사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214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 7조3901억원 대비 1751억원 줄었지만 전년 동기 6조2419억원과 비교하면 9731억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카드사의 리볼빙 이월 잔액이 6조원, 7조원을 넘긴 것은 각각 2021년 말, 지난해 9월이 처음이다.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5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우리·하나)의 평균 연체율은 1.23%로 전년 동기 0.83%보다 약 0.40%포인트 올랐다.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2%에 가까워지면 위험 수준으로 평가된다.

카드사들은 가맹점마다 협의를 거쳐 무이자 할부 기간을 조정했다면서 변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 인사들은 카드업계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어 자체 프로모션에 해당하는 무이자 할부가 지금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주요 5개 카드사가 올해 1분기 쌓은 대손비용인 충당금은 576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3577억원 대비 61.3% 증가했다. 카드 연체율이 올라가면서 대출 부실에 대응하기 위한 충당금 전입 규모가 늘어난 셈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무이자 할부는 카드사가 제공하는 일종의 프로모션이라 자체적으로 기간을 줄이거나 혜택을 없앨 수 있다"며 "지난해부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온·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자동차 보험에서도 무이자 혜택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이 생긴 것인데, 이런 양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가 자동차 보험 무이자 할부에 제동을 걸자 불만은 가입자들에게서 쏟아졌다.

다음달 자동차 보험 갱신을 앞둔 40대 직장인 A씨는 "무이자 할부 기간이 짧아지거나 혜택 자체가 없어진 건 오래 전 일이고 요즘엔 큰 돈을 쓰지도 않아 익숙해졌는데 자동차 보험처럼 큰 돈을 한꺼번에 내야 하는 상황에서 무이자 할부 기간이 짧아져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최근 자동차 보험을 갱신한 30대 직장인 B씨는 "따로 할인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 자동차 보험을 갱신할 때 일시불은 하지 않는다"며 "예년에 비해 무이자 할부 기간이 지나치게 짧아져 의아하긴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