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엔 파업 4일째 꺼냈다…‘긴급조정권’ 머뭇거리는 이유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DS(반도체)부문 피플팀장, 조정위원을 맡은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왼쪽부터). 뉴시스·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0/joongang/20260520155310405wepn.jpg)
삼성전자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노사의 2차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결렬되면서, 21년 만에 긴급조정권이 발동될 가능성이 커졌다. 긴급조정은 파업을 즉시 중지시키고 강제 중재안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아직 대화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
긴급조정이 발동되면 무슨 효과가 있나.
A : 긴급조정이 발동·공표되면 공표일로부터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노동부 장관의 통고를 받는 즉시 조정 절차에 착수한다. 이 과정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이 성립할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면 공익위원 의견을 들어 사건을 중재에 회부할 수 있다. 사실상 강제 중재 절차로 넘어가는 셈이다. 강제 중재안이 만들어지면 노사는 무조건 이에 따라야 한다.
Q : 삼성전자 노조 사태에도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이 충족될까
A : 노동조합법상 긴급조정은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거나 성질이 특별해 국민경제에 현저한 위해를 끼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할 때 발동할 수 있다. 노동부 장관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을 들어 긴급조정을 결정할 수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이미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경제적 손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피해가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언급하며,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Q : 그러면 파업 전에도 긴급조정을 발동할 수 있나.
A : 아니다. 긴급조정은 ‘쟁의행위’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는 노동관계 당사자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집단적으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 또는 이에 대항하는 행위를 말한다. 노동부 관계자도 “파업 전에 긴급조정권을 고려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Q : 지금까지 긴급조정이 발동된 사례가 있나
A :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과거 네 차례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7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같은 해 12월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이다. 이 가운데 민간 대기업 제조업에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1993년 현대차 파업이 유일하다 마지막 발동 사례는 2005년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이다. 당시 항공기 결항에 따른 국민 불편은 물론, 수송 차질로 인한 직접 피해와 관광·수출업계 피해가 커지면서 긴급조정권이 발동됐다. 2016년에는 현대차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당시 정부가 11년 만에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한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 발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번 삼성전자 파업에 긴급조정권이 실제 발동된다면 2005년 이후 21년 만이다.
Q : 긴급조정권은 언제 발동될 가능성이 높나.
A : 가장 최근 사례를 보면, 2005년 7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당시 여객 운송은 물론 수출 화물 운송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정부는 같은 해 8월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파업 돌입 약 26일 만이었다. 같은 해 12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때는 대응 속도가 더 빨랐다. 정부는 파업 약 4일 만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반도체 산업은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 규모가 큰 만큼,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긴급조정권이 비교적 이른 시점에 발동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현재 노동부는 “아직 대화의 시간이 남아 있다. 긴급조정은 추후 고려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파업 이후에도 대화는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Q : 강력한 카드지만 노동부 등에서 긴급조정 카드를 머뭇거리는 이유는.
그만큼 긴급조정은 강력한 조치이지만, 정부로서도 쉽게 꺼내 들기 어려운 카드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을 제약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다. 노동계는 긴급조정권 발동이 사실상 쟁의권을 제한하는 조치라며 양대노총 모두 반발하고 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긴급조정 제도에 대해 폐지를 권고해온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특히 한국은 2021년 ILO 핵심협약 비준을 마친 만큼, 2005년 긴급조정권 발동 당시보다 국제적·제도적 부담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긴급조정권 발동이 곧바로 ILO 협약 위반으로 단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LO 협약의 ‘결사의 자유’가 명시적으로 긴급조정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각국에도 파업이 공공부문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경우 이를 제한하는 조치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일진과도 맞짱 뜬 16세 한동훈…‘금목걸이 장발’로 서울대 뒤집다 | 중앙일보
- 27만원→101만원 ‘신 황제주’…삼전보다 뛴 기판주 살 타이밍 | 중앙일보
- 내신 9등급도 의사 될 수 있다? 대치맘 플랜B ‘메디컬 유학’ | 중앙일보
- 50대 남녀 낯뜨거운 ‘기내 성관계’…아이가 보고 승무원에 알렸다 | 중앙일보
- 메이플자이 vs 원베일리…초고가 아파트 운동회 향한 두 시선 | 중앙일보
- 미스코리아 진, 고려대 교수 됐다…배우 출신 김연주씨 임용 | 중앙일보
- ‘노출 옷’ 여직원과 밀착사진 2만원…이런 카페 고교생도 줄 선다 | 중앙일보
- “들고 있었으면 20억”…8만전자 팔아 신혼집 산 직장인 한탄 | 중앙일보
- “애기들아 오늘은 놀아”…93세 이길여 총장, 허리 꼿꼿 파격 축사 | 중앙일보
- 조인성도 감탄했다…숨소리 하나까지 잡은 ‘나홍진 완벽주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