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단체도 국가 허락 받으라?…위헌 판단 앞둔 ‘비영리법인 허가제’

이정헌 2026. 4. 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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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종교·자선 등을 목적으로 한 비영리법인을 운영하기 위해선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한 '민법 제32조'가 위헌 심판대에 섰다.

김경목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이날 재단법인 동천, 한국공익법인협회, 한국YWCA연합회가 국회박물관에서 개최한 '위헌 심판대에 선 비영리법인 허가주의' 긴급토론회 발제에서 "상법상 영리법인은 법에서 정한 요건만 갖추면 등기소에서 등기함으로써 법인격을 취득한다. 비영리법인을 그와 달리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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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32조 개정 필요성 제기
재단법인 동천, 한국공익법인협회, 한국YWCA연합회가 1일 서울 국회박물관에서 공동주관한 '위헌 심판대에 선 비영리법인 허가주의' 긴급 토론회. 이정헌 기자

학술·종교·자선 등을 목적으로 한 비영리법인을 운영하기 위해선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한 ‘민법 제32조’가 위헌 심판대에 섰다. 시민사회는 1일 긴급토론회를 열고 “비영리법인의 설립과 운영을 국가가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시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목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이날 재단법인 동천, 한국공익법인협회, 한국YWCA연합회가 국회박물관에서 개최한 ‘위헌 심판대에 선 비영리법인 허가주의’ 긴급토론회 발제에서 “상법상 영리법인은 법에서 정한 요건만 갖추면 등기소에서 등기함으로써 법인격을 취득한다. 비영리법인을 그와 달리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현행 민법 제32조는 비영리법인을 설립·운영하기 위해선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법 조항은 이른바 ‘법인설립 허가주의’로 불리며 시민사회 생태계의 자생적인 성장과 자율적인 활동을 가로막고, 국가 통제를 강화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에 헌법재판소에서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진행 중이다. 사단법인 설립을 준비하던 한 청소년 관련 단체가 2024년 7월 성평등가족부(당시 여성가족부)로부터 설립 신청 반려를 당한 뒤 해당 조항에 위헌제청을 신청했고, 서울행정법원이 지난해 12월 위헌제청결정을 내린 결과다.

김 변호사는 “비영리법인은 아무런 혜택이 주어지지 않지만, 공익법인은 세금 면제·감면 혜택이 주어진다”며 “(법인설립 허가주의가 위헌으로 결정된다면) 비영리법인의 법인격 취득과 공익성 판단은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재단법인 동천, 한국공익법인협회, 한국YWCA연합회가 1일 서울 국회박물관에서 공동주관한 '위헌 심판대에 선 비영리법인 허가주의' 긴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민법32조 개정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이정헌 기자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민법 제32조가 일제강점기 잔재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법 32조는 모법인 ‘의용민법(일제강점기 민법) 제32조’ 제정 당시에도 다소 낡은 것이었고, 우리 민법 제정 당시에도 명백히 시대에 크게 뒤떨어진 것”이라면서 “준칙주의와 자유설립주의 사이에서 선택하는 것이 국제적 동향이고 우리 법체계에도 더 잘 맞는다”고 말했다.

김덕산 한국공익법인협회 이사장은 “과거에 만들어진 법률 하나 때문에 시민사회의 다양한 노력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발휘되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며 “궁극적으로 설립허가주의가 폐지되고, 설립은 자유롭지만 법을 위반하는 법인은 설립을 취소하는 방향으로 정책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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