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필리핀이 1350만 ‘생명수’ 관리 한국 손에 맡긴 이유

장정욱 2024. 10. 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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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갓댐, 메트로 마닐라 식수 98% 공급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전 용수 모두 관리
댐부터 상·하수까지 관리하는 기술력
국내 기업 필리핀 물 산업 진출 교두보
필리핀 수도 1350만 명의 식수를 공급하는 앙갓댐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마닐라에서 북동쪽으로 약 58㎞ 떨어진 앙갓댐은 필리핀 마닐라 시내에서 승용차로 3시간쯤 걸린다. 지난달 현장 취재 당시에도 도로포장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마닐라 시내에 교통체증이 워낙 심해 거리에 비해 이동 시간이 예상보다 길었다.

거친 도로를 3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앙갓댐은 1967년 준공한 다목적 댐이다. 유효저수용량은 8억5000만㎡으로 현재 전기 설비 용량은 218MW다. 시간당 총발전량으로는 370GW에 이른다. 소양강댐(설비용량 200MW)보다 조금 큰 규모로 이해하면 된다.

앙갓댐은 필리핀의 수도인 마닐라(메트로 마닐라) 지역 용수 공급의 98% 책임지는 곳이다. 마닐라 시민에겐 ‘생명수’와 다름없다. 준공한 지 60년 가까이 지나다 보니 안전성 문제가 우려돼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10억800만 페소를 들여서 사면 보강공사를 하기도 했다.

앙갓댐이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사업권을 한국수자원공사가 갖고 있다는 점이다. 1350만 명에 달하는 필리핀 수도 시민 생명수를 한국의 공기업이 오롯이 책임지는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2010년 앙갓댐 운영자로 선정됐다. 필리핀 기업인 산미구엘이 지분 60%를 갖고, 한국수자원공사는 나머지 40%를 갖는다. 필리핀 현지법상 국가핵심시설은 외국 기업이 지분을 절반 이상 가질 수 없다.

수자원공사는 2010년 앙갓댐 운영권을 획득하고도 약 4년 가까이 사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사실상 국가 핵심 시설을 외국 기업이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필리핀 현지 시민단체가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2013년 필리핀 대법원에서 문제가 없다는 판결 이후에야 본격 운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당시 소송은 그만큼 앙갓댐은 필리핀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시설인지를 방증했다. 참고로 한국수자원공사 운영권 25년으로 오는 2039년 10월까지다. 향후 25년 연장할 수도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앙갓댐 발전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소송까지 할 만큼 중요 시설, 한국이 관리

수자원공사는 현재 앙갓댐 발전시설 보수 공사를 진행 중이다. 발전시설 9기 가운데 3기가 고장 난 상태로 방치돼 있었는데, 이를 783억원을 들여 현대화한다.

내년 말 현대화 공사가 끝나면 발전량은 기존 218MW에서 254MW로 17% 늘어난다. 매출액으로는 연간 400억원에서 6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수자원공사는 앙갓댐 발전설비 현대화 사업을 완료하면 그동안 논란이 된 적자 운영 문제도 종식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실 수자원공사의 앙갓댐 운영은 단순히 전기를 팔아 수익을 남기는 장사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1350만 명에 달하는 메트로 마닐라 인구의 유일한 식수원을 수자원공사 기술로 관리한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현지 시민단체가 운영권을 외국 기업에 넘겨서는 안 된다며 소송까지 불사할 정도의 중요 자원을 한국 공기업이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수자원공사가 앙갓댐 운영을 맡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경쟁 기업들과 달리 댐과 상하수도 모두를 관장하는 기술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초격차’ 통합물관리 기술을 바탕으로 수자원공사는 수돗물 관련한 일체 과정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민휴 수자원공사 필리핀센터장은 “댐을 인수해서 관리·보존하고 나아가 현대화 사업을 통해 운영의 지속성과 수익 극대화 이끄는 것은 수자원공사 역사에서도 최초”라며 “앙갓댐은 발전기에 문제가 생기면 마닐라 시티에 물을 공급할 수 없다. 우리가 발전 시설 현대화로 필리핀의 물 안보를 책임져 준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마닐라 시티 야경. ⓒ게티이미지뱅크

뉴클락시티·CBK 등 필리핀 현지 사업 본격

수자원공사는 현재 필리핀 현지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때문에 1350만 인구 식수를 책임진다는 경력은 다른 필리핀 수자원 개발 사업에도 중요한 이력이 된다.

대표적인 사업이 뉴클락시티 상하수도 건설이다. 해당 사업은 필리핀이 과거 미군 기지 자리에 인구 180만 규모 신도시를 조성하는 데, 도시 전체 상하수도를 건설하는 내용이다. 상하수도 관망뿐만 아니라 용수공급에 필요한 댐과 정수장까지 물 관련 시설 전부를 아우른다.

수자원공사는 오는 12월까지 타당성 검증을 마무리하고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사업 규모는 최소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CBK 수력발전사업도 있다. 필리핀 마닐라 동남쪽 약 100㎞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수력발전소 2곳과 양수발전소 1곳을 관리하는 사업이다. 발전시설 총규모는 797MW(40·23·734MW)다. 사업권을 따게 되면 앙갓댐 관리 방식과 유사하게 최대 50년(25+25년)간 운영할 수 있다. 2026년 1월 현재 운영업체 계약 만료로 현재 현장 실사를 거쳐 사업 입찰을 앞두고 있다.

필리핀 전역에 걸친 노후댐 관리 사업도 수자원공사가 관심을 두고 있다. 일명 ‘다목적-135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필리핀 전역 135개 관개용수 댐 기존 용도를 유지하면서 수력발전과 용수공급, 수상 태양광 등 기능을 추가해 다목적 댐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결국 앙갓댐 사업은 수자원공사가 필리핀 물관련 사업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CBK만 하더라도 입찰 관리 기관이 앙갓댐 입찰 기관과 같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CBK 입찰 기관이 앙갓댐이랑 같다. (앙갓댐을 운영하면서) 우리와 공고한 협력관계에 있다”며 “아무래도 그쪽에서 우리를 좋게 볼 수밖에 없고, 앙갓댐 관리 경험이 CBK에도 그대로 필요한 상황이라서 만약 낙찰되면 그런 기술적 경험을 그대로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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